발리 폭탄 테러 발생 장소 17년 만에 재개발…유가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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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섬 꾸따 지역에 있는 2002년 발리 폭탄 테러 현장 주변 울타리에 한 관광객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사진 등을 붙이고 있다.
호주 총리 "매우 우려…인니 당국과 협력해 문제 해결할 것"
202명의 사망자를 낸 2002년 발리 폭탄 테러 이후 17년간 공터로 방치됐던 사건 발생 현장이 조만간 재개발될 것으로 알려지자 유가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인도네시아와 호주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 주(州) 바둥 군(郡)은 나이트클럽 '사리 클럽'이 있었던 공터를 개발해 상업용 5층 건물을 짓는 공사를 최근 승인했다.
이 장소에선 2002년 10월 12일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직 제마 이슬라미야(JI)의 폭탄 테러가 발생해 20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테러범들은 나이트클럽 '패디스 바'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린 뒤 맞은편 사리 클럽 앞에서 약 1t의 사제폭발물이 실린 차량을 잇달아 폭발시켰다.
사망자의 국적은 호주인이 8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도네시아인 38명, 영국 27명, 미국 7명 등 순이었다. 한국인도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패디스 바가 있던 자리에는 이후 추모비가 들어섰다.
유가족들은 공터가 된 사리 클럽 부지 800㎡도 추모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발리 평화공원협회를 설립하고 이후 10여년간 모금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토지 소유주가 제시한 금액을 채우지 못해 매입에 실패했고, 결국 재개발이 진행돼 내달 9일부터 공사가 시작될 상황이 됐다.
토지 소유주는 새로 짓는 건물의 옥상을 100년간 빌려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500만 호주 달러(약 40억원)의 임대료를 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유가족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발리 테러 생존자인 얀 라친스키는 발리 주정부가 사건 현장을 재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뜨렸다면서 "충격적이고 너무 느닷없다. (5층 건물 옥상의) 추모공원에 가려면 식당과 나이트클럽을 지나쳐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대 피해국인 호주 정부는 사리 클럽 부지 재개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호주인 88명이 테러범들에게 피살된 사리 클럽 부지에 위락시설을 짓도록 허가한 발리 지방 당국의 결정을 매우 우려한다"면서 "살해된 모든 이와 가족이 합당한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인도네시아 당국과 계속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사리 클럽 부지 재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구스띠 아궁 마데 아궁 꾸따 지역사회역량강화연구소장은 "(발리 테러) 기념물은 세계가 함께 이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역민들도 중앙과 지방 정부를 상대로 사리 클럽 부지 재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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