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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미 전투기 구매협상 막후의 인도-태평양 안보상황

정치 작성일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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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보워 수비안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10월 20일 미국 버지니아 주 팬타곤을 방문하면서 로이드 J. 오스틴 국방장관 곁에서 미 의장대에게 경례동작을 취하고 있다. (사진=미 국방부 /자카르타포스트)
 
인도네시아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은 미국으로부터 139억 달러(약 19조 7,300억 원) 상당의 F-15 중무장 전투기를 구매하는 건에 대해 아직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31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이달 초 팬타곤을 방문해 로이드 J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만난 쁘라보워는 지난 10월 27일(목) 기자회견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F-15EX 기종에 대한 할부 구매를 시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시불로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할부 조건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미국 측에 밝혔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는 경제상황이 우선이므로 해당 조건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시아 권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주로 미 F-16 전투기와 러시아제 수호이 전투기들로 이루어진 오래된 공군전력 기체들을 미국 신형 전투기들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방성은 지난 2월 미 국무부로부터 F-15ID 전투기 36대와 탄약, 통신시스템 등 관련 장비 일체를 인도네시아에 판매하는 것에 대해 잠정적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모두 139억 달러 상당이었다.
 
미 국무부가 긴 침묵을 깬 것은 공교롭게도 쁘라보워가 자카르타에서 프랑스 국방장관 플로랑스 파를리(Florence Parly)를 만나 42기의 라팔 전투기와 두 척의 스코피언급 잠수함 구매계약에 서명했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마침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중국이 태평양 서쪽, 특히 자기 뒷마당처럼 여기는 남중국해에서 무제한적 자유를 누리게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호주를 방문하던 중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미국이 무기 판매를 지연시킨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블링컨은 작년 12월 중순에 자카르타를 방문해 미국-인도네시아의 긴밀한 우호관계를 찬양한 바 있었는데 그런 후 F-15 전투기 판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전략국제연구소(ISESS) 군사전문가 카이룰 파미(Khairul Fahmi)는 F-15EX 전투기 구매협상의 어려움은 비단 미국과의 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방위 분야를 충족시킬 만큼 재정상황이 충분히 유연하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F-15 전투기 문제를 포함해 기본 무기체계와 관련한 지출문제를 정부가 이행 가능한 수치로 치환해 실제로 구매 가능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느냐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충분한 돈이 없다는 것은 미국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니 양국 국방장관의 만남이 꼭 무기매매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쁘라보워와 오스틴, 양국 국방장관은 이번 달 초 펜타곤에서 만났을 때 ‘자유롭고도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권역 추구를 위한 조율과 양국의 결속 강화를 위한 의견을 나누었다.
 
오스틴 장관은 양국간 지속적 협력을 위해 인도네시아 군 현대화와 미군-인도네시아군 사이의 합동작전 능력 강화를 계속 제고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오스틴이 쁘라보워와 나눈 대화는 미국이 세계안보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중국의 군사적 존재감이 증강되고 있는 인도-태평양에서 권역 내 국가들과의 파트너쉽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런 목적 때문에 쁘라보워 개인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예전에 비해 크게 누그러진 상태다.
 
미국은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점령하고 있던 시기에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들과 연루된 혐의로 쁘라보워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2020년 당시 미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가 국방문제 협의를 위해 쁘라보워를 미국으로 전격 초청했고 쁘라보워가 이에 응하면서 그에 대한 제재가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파미 연구원은 국방외교라는 측면에서 쁘라보워의 팬타곤 방문은 인도-태평양 권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인도네시아 양국의 신뢰증진, 오해와 우려 해소에 보다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다른 서방국가들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 기술과 노동력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선량한 구매자로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 해야만 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한 편에 완전히 서진 않을 것이라는 게 파미 연구원의 분석이다.
 
인도네시아는 인도-태평양 권역의 양극화를 피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하면서 권역 국가들 간의 포괄적 협력을 유지하고 기존의 권역 메커니즘에 기반한 아세안(ASEAN) 중심주의를 확고하게 지켜오고 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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