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 정치적 망명자 시민권 회복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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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23년 1월 11일 자카르타 메르데까 궁전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사진=대통령 비서실 언론홍보국/Muchlis Jr.)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1965년 공산당 숙청 당시 해외 체류 중이었다가 공산당 연루 혐의를 받아 국적을 잃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시민권을 회복시킬 방침이라고 마흐푸드 MD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이 밝혔다고 17일 자카르타포스트가 전했다.
이와 같은 정책은 과거사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한 조코위 정부 후속 조치의 일환이며 오랫동안 인권 문제를 뒤로 미뤄온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궤를 달리 하는 중요한 정책 변화다.
지난주 조코위 대통령이 과거 수십 건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가를 대표해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배상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마흐푸드 장관은 16일(월) 대통령이 해당 발표의 후속조치로서 ‘사과 순방’에 나서 인권유린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만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분명히 처리할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보를 통해 ‘정부 운영이란 공약을 이행하는 사업’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그는 덧붙였다.
과거에 대한 성찰
마흐푸드 장관은 조코위 대통령이 오랫동안 정부군과 지역반군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충돌이 벌어졌던 아쩨 주와 이슬람국가 건설을 계획했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군의 습격을 당해 주민 수백 명이 살해당한 람뿡의 딸랑사리(Talangsari) 사건 같은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가 벌어진 지역들을 우선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인도네시아 공산당(PKI)과 실제로 연루되었거나 연루 의혹을 받아 여권이 말소되어 유럽 지역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인도네이아인들과도 회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코위 대통령은 렛노 LP 마르수디 외무장관과 야손나 라올리 법무인권부 장관에게 제네바나 암스테르담 또는 러시아 소재 도시에서 망명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그들의 인도네시아 시민권을 회복시키고 그들이 다른 인도네시아인들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것이란 확신을 줄 예정이라고 마흐푸드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외국에 사는 모든 인도네시아인들을 똑같이 대할 것이며 정부가 진지한 태도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과 망명자들이 실제로 만나게 되면 이는 현직 대통령이 1965년 정치적 망명자들을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이로서 수까르노 정권 말기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무국적자가 되어 수십 년간 해외에서 고생한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의 고난이 마침내 종식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유럽에 얼마나 많은 인도네시아인 망명자들이 살고 있는지는 분명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망명자 대부분이 당시 소련, 체코 등 공산진영 국가에서 공부하던 국비 장학생들로 수하르또 정권은 그들이 1965년 쿠데타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하여 국적을 말소했다.
원칙 바로 세우기 또는 정치적 행보?
조코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유감을 표명한 것은 1965-2003년 기간 중 발생한 12건의 중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것이다.
그 중에는 1965-1966년 기장 중 벌어진 공산주의자 숙청 사건도 포함되었는데 역사가들과 활동가들은 최소 50만 명, 최대 300만 명이 이 시기에 학살 또는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잔혹한 인권침해 사건들이 과거 여러 차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활동가들은 이러한 사과 행보를 취하는 대통령의 의도가 인권 문제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젠뜨라(Jentera) 로스쿨의 법률 전문가 아스피나와띠(Asfinawati)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정치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과거 두 번의 대선에서 군 장성 출신 쁘라보워 수비안또와 맞붙던 당시 조코위 대통령은 과거 인권침해 사건들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는 수하르또 정권 당시 특전사령관, 육군전략사령관을 역임하며 인권침해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라는 혐의를 받는 쁘라보워를 공격하기 위해 내놓은 공약이었다.
아스피나와띠는 “우린 여기서 일정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 선거가 있기 한 해 전엔 언제나 인권 이슈를 들고 나온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법무지원재단(YLBHI)의 무함마드 이스누르(Muhammad Isnur)는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은 수없이 많다. 그들을 모두 만난다는 것인지? 그저 대통령의 정치적 이미지에 광을 내려는 시도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며 조코위 대통령이 어떻게 ‘사과 순방’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대통령이 정말 피해자들을 만나고 싶었다면 매주 목요일 국가궁 앞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는 과거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장 우스만
하미드(Usman Hamid)는 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즉각적인 시민권 회복과 정치적
복권을 촉구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국적도 없이 해외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그는 강조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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