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관광세, 정말 최선인가?
본문
발리 꾸따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
*본 내용은 자카르타포스트의 4월 18일자 사설입니다.
발리에서 일탈행위를 한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보도가 신속하게 전국적으로 보도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정적 해결책이 바로 나타났다.
루훗 빤자이딴 해양경제조정장관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별 세금을 부과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이 제안은 국내외 매체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세금을 부과하면 어떻게 외국인 관광객들의 일탈행위가 멈춘다는 것인지 그 인과관계는 불명확하다. 힌두 성지에서 나체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러시아인들,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운전한 미국인,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외국인 관광객들을 붙잡아 추방해도 고쳐지지 않는 문제가 세금을 부과한다고 마술처럼 사라질 리는 없을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장기체류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못된 짓을 저지른 사건들은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다. 무례한 일탈행위부터 명백한 불법행위까지 망라하며 그 종류도 다양하기 짝이 없었다.
근래에 접어들면서, 특히 최근 몇 주간 그런 사례가 갑자기 급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소셜미디어 시대에 모든 것이 쉽게 공개되어 공유되기 때문에 더 많이 발생한 듯 느껴지는 단순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
발생 건수 자체가 크게 늘지 않아도 SNS에 공유되어 물의를 빚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코로나 팬데믹이 저물면서 갑자기 세계의 악당들이 대거 발리로 몰려와 마구잡이 소동을 벌이고 있을 리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시켜 세계 관광업계에서 발리의 명성을 추락시키는 것은 문제가 된다. 즉 통계가 틀렸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강경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단지, 문제는 그렇게 다급히 꺼내 쏜 총알이 여기저기 맞고 튕겨 쏜 사람 엉덩이에 박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발리든 다른 어떤 곳이든 휴가를 보내러 온 사람들이 현지의 문화적 규범, 법규정, 또는 주민들의 신앙과 신념을 함부로 짓밟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두말할 나위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근거로 모든 외국인 관광객들, 또는 특정국가 국적의 관광객들에게 특정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 일도 벌이지 않은 사람들을 집단적, 선제적으로 처벌하는 모양새가 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굳이 세금을 걷겠다는데 관광객들이 극렬 반발하며 절대 못 내겠다고 할 리 없지만 한 줌도 안되는 일부 외국인들의 일탈행동을 이유로 전체 관광객들에게 추가 세금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칫 발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 이제 충분히 배가 불렀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편안하고 친절하며 외국인들을 반기는 국가란 이미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힘겹게 구축한 것인데 이른바 관광세 부과정책은 그러한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말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547만 명이었다. 2021년에 비해 250%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이제 중앙정부가 나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의지를 꺾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인도네시아 외화수입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그들의 씀씀이가 로컬 관광객들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광업계가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받은 치명적인 타격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 역시 두말할 나위 없는 부분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세계의 부자들만 발리에 날아와 휴가를 즐긴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들 대부분은 비싼 항공료를 부담하고 현지 체류비를 충당하기 위해 자기 나라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관광세를 부과하는 것과는 전혀 반대 방향의, 다른 정책을 고안해 내야 한다. 이를테면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임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한 예다.
일부 극소수의 관광객들이 벌이는 일탈행동에 대해서는 정부가 성지를 보호하는 새로운 법규정을 만들고 경찰과 이민국이 좀 더 기민하게 움직여 이를 위반하는 이들을 추방하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정부가 그러지 못하도록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세금을 부과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탈행위를 멈출 것이란 발상은 너무나 획기적이어서 일반인들로서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해 연결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볼 때 관광세 부과 정책은 그간 외국인 관광객들 일탈행위를 보여준 일련의 SNS에 정부당국이 지나치게 반응해 황급히 경솔한 대책을 내놓은 것처럼 보인다.
관광세 신설은 기본적으로 이를 재원으로 관광업계 전반을 지원한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2024년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출마하려는 정치가들이라면 누구나 유혹을 느끼는 일종의 포퓰리즘 정책인 셈이다. 외국인들에게만 걷는 세금이니 인도네시아인들 주머니는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관광세 신설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관광산업 전반을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만약 관광세 부과가 관광객 감소로 귀결된다면 결과적으로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외국인 일탈행위를 경쟁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려 관광객들에게 적대적이고도 불리한 여론을 조성한 인플루언서들이 아니라 발리의 호텔과 식당 그리고 중소영세기업들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관광창조경제부는 해당 정책 결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주었다. 지난 주 산디아가 우노 장관이 앞으로 몇 주간 관광세 부과 정책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연구결과가 나오면 협의 후 관련 결정을 내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가 말한 몇 주간의 시간이 그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외국인 관광객들 일탈행위에 대해 격앙된 여론이 이성적으로 가라앉는 냉각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