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인도네시아 대선, 3파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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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보고르에서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투쟁민주당(PDIP) 총재(왼쪽)가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후 악수를 나눴다. (서잔=자카르타포스트/PDI-P)
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PDIP)이 아무도 예기치 않았던 시점에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를 자당의 대통령 후보로 깜짝 발표함에 따라 2024 대선은 삼파전으로 치러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24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당초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여권 정당들이 거대 정당연합을 만들어 대선 판도를 간단히 압도하려 했던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의 필승 전략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여권 정당 지도부는 조코위 대통령을 지지하는 거대 정당연합 구축 담론을 내세워 2024 대선에 나스뎀당이 대통령 후보로 추대한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를 상대로 대선 1차 투표 한 번으로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선 후보 발표를 오랫동안 미적거리면서 어쩌면 뿌안 마하라니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내주고 쁘라보워와 손잡거나 거대정당연합에 합류해 헤게모니를 다툴 것처럼 보였던 투쟁민주당이 갑자기 간자르를 대통령 후보로 전격 추대하면서 삼파전이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간자르, 아니스, 쁘라보워 모두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결국 여권 정당들은 이제 간자르와 쁘라보워 두 사람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여권 거대정당연합 구성은 실현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간자르 효과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는 투쟁민주당이 이제 간자르 지지에 동참할 정당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거대정당연합을 구성하려던 여권 정당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했다.
투쟁민주당은 단일 정당으로서 독자적으로 대선후보를 낼 자격을 갖춘 유일한 정당이다. 메가와띠는 장녀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에게 이둘 피뜨리 휴무기간에 다른 당들과 선거제휴 가능성을 타진해 보도록 지시했다.
대부분의 정당들은 기본적으로 간자르 지지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특히 골까르당이 이끄는 통합인도네시아연대(KIB)의 약한 고리인 통합개발당(PPP)은 간자르를 ‘정치적 대가족의 일원’으로 묘사했다.
통합개발당 소속 아흐맛 바이도위(Achmad Baidowi) 의원은 조만간 열릴 전국실무회의에서 당이 지지할 대통령 후배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개발당의 일부 지방지회에서는 이미 간자르를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KIB의 또 다른 소속 정당인 국민수권당(PAN) 역시 KIB가 투쟁민주당과 동맹 결성에 대한 회담 개최에 관심을 표명했다.
줄키플리 하산 국민수권당 당대표는 PAN이 다른 어떤 정당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었다고 지난 주말 입장을 밝혔다. 그는 투쟁민주당이 간자르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조만간 KIB가 내부 협의를 가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간자르-쁘라보워 러닝메이트 가능성?
메가와띠가 간자르를 주저앉히고 뿌안을 대선후보로 내세울 것이란 예측을 전제로 대선판을 짜고 있던 쁘라보워와 여타 여권 정당들은 간자르의 2024 대선 대통령후보 지명으로 사실상 허를 찔렸다.
간자르와 쁘라보워가 제휴해 원팀을 꾸린다면 대선 필승을 기할 수 있지만 투쟁민주당과 그린드라당 모두 자당의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양당의 제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린드라당은 이미 국민각성당(PKB)과 제휴해 대인도네시아각성연대(KKIR)라는 정당연합을 만들어 대선판 입장 요건을 갖춘 상태여서 투쟁민주당이나 골까르당 주도의 통합인도네시아연대(KIB) 정당연합과 제휴하지 않아도 대선후보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린드라당이 그간 투쟁민주당의 거대정당연합 참여를 촉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쁘라보워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었다.
쁘라보워는 부통령직에 관심이 없다. 이미 두 차례 대선에 출마했던 쁘라보워는 사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경력 그리고 카리스마까지 모두 갖추었는데 이제 와서 그가 누군가의 부통령 러닝메이트가 되어 대선에 나가는 수모를 감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22일(토) 간자르의 러닝메이트가 될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쁘라보워는 “우리 당은 나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으며 현재 우리당의 입지는 매우 굳건하다.”며 우회적으로 답했다.
현 국방장관이기도 한 쁘라보워는 여러 정당의 고위급 엘리트들과 잇단 만남을 가지며 2024 대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다. 특히 조코위 대통령도 그를 자신의 위업을 이을 계승자로 인정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쁘라보워는 2014년과 2019년의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으나 현재는 간자르와 경합하며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파워브로커 조코위
여론조사기관 뜨리아스 스뜨라떼기스 뽈리띠까(TriasStrategisPolitika)의 정치분석가 아궁 바스꼬로(Agung Baskoro)는 간자르와 쁘라보워가 제휴하느냐의 여부는 그 사이에서 연대와 제휴를 조율하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역량과 기민함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총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 지지도 75%로 여전히 정치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인기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직접 동원할 수 있는 대규모 자원봉사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각 당의 지도자들이 총선에서 코트테일 효과를 누리길 기대하며 스스로 대선 출마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여러 당들이 제휴한 정당연합에서도 서로의 이해가 합치되는 접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투쟁민주당이 거대정당연합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간자르가 정당연합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상황이므로 조코위 대통령이 이를 적절히 조율할 수 없다면 대선 삼파전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바스꼬로는 전망했다.
결집하는 아니스 캠프
바스꼬로는 2024 대선이 3파전으로 진행되든, 2파전으로 가든 아니스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한 ‘통합을 위한 변화연대(KPP – 이하 변화연대)’ 측으로서는 투쟁민주당의 간자르 대통령 후보 지명이 야당 결집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정당연합 차원에서 아니스에게 가장 적절한 러닝메이트를 찾도록 소속 정당들을 독려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았다.
나스뎀당을 주축으로 민주당과 복지정의당(PKS)이 제휴하고 있는 변화연대는 아직 누가 아니스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가 될 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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