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예술가의 이슬람 패러독스에 대한 예술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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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침묵이 당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전시회에서 자신이 만든 ‘달조차 검은 얼굴을 가졌다’라는 이름의 조각 작품 앞에 선 무자히딘 작가(사진=무자히딘 제공/자카르타포스트)
* 본 내용은 예술을 통해 이슬람의 모순과 패러독스들을 탐구하는 무자히딘 누라흐만(Mujahidin Nurrahman) 작가에 대해 8일자 자카르타포스트가 소개한 내용입니다.
아크릴 재질의 종이는 꼬이고 엮이고 뒤집히며 다채로운 색상과 섬세하고도 복잡한 형태가 유기적으로 물 흐르듯 끝없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뒤틀린 무한(Twisted Infinity)’이란 제목을 단 무자히딘 누라흐만 작가의 작품은 일본의 고급 와시(washi) 종이와 이슬람 기도실 벽면 도형을 떠올리게 한다. 전반적인 효과는 ‘리트메(Ritme-리듬)' 행사 이름에 부응하듯 비트에 맞춰 흐르는 듯하다.
리듬의 개념과 리듬이 세상과 우리의 감정, 영성에 미치는 관계를 탐구하는 무자히딘의 작품들을 비롯해 AD 피로우스(AD Pirous), A. 세바스티아누스(A. Sebastianus), 디안 마양 사리(Dian Mayang Sari)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리트메' 이슬람 아트 전시회는 자카르타 시내 월드 트레이드 센터(World Trade Center) 건물에서 7월 28일까지 열린다.
모순에 대한 관찰
반둥공대(ITB) 조판기술학과 출신인 무자히딘은 자신의 작품 ‘뒤틀린 무한’에서 대칭과 리듬을 강조한다.
그는 4월 20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테러리즘, 극단주의 등 이슬람의 부정적인 측면과 심지어 이슬람 반군의 대명사로 흔히 쓰이는 ‘무자히딘’이라는 자신의 이름에서조차 그 모순을 탐구하던 2009년, 2010년 사이에 해당 작품을 처음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작품에 종교적 테마를 담았다.
" ‘뒤틀린 무한’은 이슬람 아트 속의 아라베스크, 기하학적 도형, 켈리그라피 패턴을 동원해 만들어졌지만 그 핵심 모티브는 AK-47 돌격소총입니다. 독실한 무슬림 배경을 가진 개인으로서 나는 이슬람의 평화로운 교훈과, 그 대척점에서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모든 견해나 해석을 포함한 이슬람의 보다 광범위한 시각과 이해가 서로 충돌하는 모순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평화로운 외관 속에 폭력이 잠재하고 있다는
모순이 그의 중심 테마다.
무자히딘은 ‘까몬(Kamon)’ 시리즈와 ‘무적(Invincible)’ 시리즈의 복합미디어 작품에서도 AK-47 돌격소총
모티브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artsociates.com 같은 아트 매니지먼트 웹사이트는 ‘섬세하게
잘 꾸며져 아무런 갈등도 없을 것 같은 표면 밑에 잠재한 혐오와 불안을 표현했다’면서 세계가 이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 중 하나, 즉 아름다움 이면에 도사린 강력한 폭력을 묘사한 것이라 평가했다.
무자히딘은 ‘뒤틀린 무한’ 작품에서 AK-47의
아라베스크 모티프를 사용해 ‘인류가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침략을 자행하면서 어떻게 종교와 폭력을
함께 사용하게 되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 속에서 AK-47 소총의 기하학적, 유기적 형상은 정치적 침략의 역사가 어떻게 반복되는지 보여주는 듯, 얽히고 설킨 상징의 무한반복으로 표현되고 있다.
테마와 방향의 확장
무자히딘은 ‘뒤틀린 무한’에 투영된 주제를 다른 작품에서 ‘종파를 기반한 폭력, 종교전쟁, 정치에 활용되는 종교, 전쟁의 산업화’ 등 여러 측면으로 확장해 나갔다.
‘강렬(Intense)’이라는 작품에서는 미사일을 기반한 모티브를 3D로 구현했고 ‘확장과 합법적 침공(Spread and Legal Assault)’ 작품에서는 AR-15 계열의 소총, M-16 자동소총 등 미국에서 벌어진 대량 살상 총격사건에 동원된 무기들을 문양으로 차용해 반향을 일으켰다.
무자히딘의 작품들은 자카르타, 반둥 등 인도네시아 여러 도시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프랑스 라로셸 등 외국에서 연 ‘당신의 침묵이 당신을 보호하지 못한다(Your Silence Will Not Protect You)라는 이름의 그의 단독 전시회에서 더욱 평단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2021년 중부자바 스마랑의 스마랑 갤러리(Semarang Gallery)에서도 열린 ‘당신의 침묵이 당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전시회는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사회문화 속에서 여성의 종교적 역할을 다루었다고 밝혔다.
‘당신의
침묵이 당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전시회 제목은 201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오드리 로드(Audre Lorde) 작가의 사후 출판된 선집에 수록된 ‘나의 침묵이 나를 지키지 못하고 너의 침묵이 너를 지키지 못한다’는
문구에서 따온 것이다.
무자히딘은 목탄, 손으로 찢어 자른 종이, 플렉시글라스, 목공품 등으로 만든 ‘디스토피아(Dystopia)’, ‘믿음(Faith)’ 같은 작품 속에 자신의 주장을 담았다.
큐레이터인 알리아 스와스띠까(Alia Swastika)는 ‘디스토피아’에서 무자히딘이 디스토피아적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 아름답고도 이국적인 비주얼의 아라베스크 문양을 차용해 부르카(burqa)를 입은 여성의 이미지 속에서 사회적 강압을 강조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은 미묘하면서도 체계적인 통제, 이를 위해 사용된 조작과 폭력을 담았으므로 ‘디스토피아’라는 제목은 매우 적절하다는 평가다.
‘믿음(Faith)”와 ‘문명의 맥락(Context of Civilization)’이란 작품은 실사에 가까운 여성의 두 눈을 인공적인 눈가리개로 덮어 오늘날 이슬람 여성의 사회적 정체성과 위상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알리아 큐레이터는 이들 작품들 속 여성들이 장식용 문양이 들어간 판으로 스스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연출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만든다고도 설명했다.
무자히딘 역시 해당 작품들을 통해 이슬람 사회의 일상이라며 간과할 수 있는 현실을 새삼 상기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익숙해져 안일하게 여겨지는 히잡 사용이 실제로는 여성을 속박하는 성격이 농후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 문화를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통념과 선입견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만드는 무자히딘은 올해 연말 싱가포르에서 전시회를 갖고 자신의 다른 작품들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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