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보건부, 모자 간 성병 전염 사례 급증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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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디르만 도로 진입 전 아이를 안은 여성 조끼(Joki)가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2016.3/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성적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에이즈와 매독, 두 질병의 감염 증가가 최근 두드러지면서 해당 질병이 산모로부터 아기에게 전염될 위험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경고했다.
특히 해당 질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임산부들 숫자는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15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보건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만2,000명이던 매독 감염자들은 지난 5년 사이 70% 증가해 2022년에 2만700명을 기록했다. 특히 해당 감염자 중 5,600명이 임산부라는 사실이 가장 위험한 부분이다.
더욱이 매독 검사에 동의한 임산부들이 전체의 25%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매독에 감염된 임산부들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부 대변인 모하마드 샤흐릴(Mohammad Syahril)은 매독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임산부들 중 불과 40%만 관련 치료제 처방을 받았다는 점 역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독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임신 중이나 출산, 수유 과정에서 아기에게 전염될 확률은 80%에 육박한다.
임산부가 매독 진단을 받은 경우 강제로 낙태하거나 사산하는 경우가 많고 아기가 선천성 매독에 감염된 상태로 태어나기도 한다.
에이즈 감염사례도 최근 증가하면서 HIV에 감염된 임산부들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전염 경로는 밖에서 감염되어 온 남편이 아내를 감염시킨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 HIV 신규 감염자의 30% 정도는 주부들인데 대부분 바깥에서 난잡한 생활을 하고 돌아온 남편에게서 전염된 경우다. 매년 그렇게 새로 HIV에 감염되는 주부들이 평균 5,1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임산부 HIV 감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주부들이 HIV 노출에 취약한데도 HIV 검사를 제대로 받는 임산부는 전체의 55%에 불과하고 양성 결과가 나온 임산부들 중 항바이러스 치료체 처방을 받는 이들은 24%를 넘지 않는다. 즉 임산부들이 HIV에 걸린 것을 인지하면서도 대부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임신과 출산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는 HIV 양성 판정을 받는 14세 미만 아동들이 매년 평균 1,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샤흐릴 대변인은 정부가 해당 질병의 조기
발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매독이나 HIV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 파멸적 수준의 사회적 낙인효과를 경험하게 되므로 증세가 의심되는 남편들이 관련 검사에 응하지 않을뿐더러 임신한 아내도 검사를 받지 못하도록 막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 감염병전문가 디키부디만(Dicky Budiman) 박사는 사회적 낙인효과가 인도네시아의 성병 조기 발견을 어렵게 만드는 ,매우 고질적인 ‘고전적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임산부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위상에 있든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 이후 받게 되는 낙인효과가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수준임을 지적했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유복한 환경의 여성들은 시설 좋은 병원에서 철저히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으며 비밀리에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임산부들은 성병이나 에이즈 검사를 받아 양성 결과가 나오더라도 적잖은 비용이 드는 치료제 처방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과 지역사회에 자신의 감염 사실만 알려져 모든 부당한 대우와 모멸감을 홀로 견뎌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디키 박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NGO 등이 협력해 성병 감염에 취약한 지역에 특별 진료소를 추가 설치하여 여성과 아동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등 임산부들, 특히 빈곤선을 넘나드는 여성들이 해당 질병과 관련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랜 기간 HIV/AIDS 예방에 앞장서 온 임상심리학자 바비 짐 아디띠야(Baby Jim Aditya)는 임산부 성병 감염에 대한 조기진단과 치료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진료소들만 더 많이 세우는 것만으로 충분한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가부장적 사회 시스템에서 남편에게 일방적인 통제를 받는 아내가 스스로 성병검사를 받으러 가기 어려운 사회환경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난잡한 생활을 하는 남편에게 감염된 아내가 성병 증상을 보이거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올 경우 오히려 아내가 비난과 지탄을 받는 남성 우위의 사회환경과 가족간 권력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관련 질병에 대한 검사를 임산부들이 기피하는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바비 박사는 임산부가 성병 증세를 보일 경우 아내는 물론 남편 역시 스스로 신속하게 관련 검사를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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