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활동가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루훗 장관, 첫 공판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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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둥 육군참모사령관학교에서 발언하고 있는 루훗 빈사르 빤자이딴 해양투자조정장관.2021. 11.18 (사진=해양투자조정부 홍보팀/자카르타포스트)
인도네시아 현 정권의 2인자라 할 만한 루훗 빤자이딴 해양투자조정장관이 동부 자카르타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원고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파푸아 광산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두 활동가를 고발했는데 그 첫 공판이 6월 8일(목) 열린 것이다.
로까따루(Lokataru) 재단의 하리스 아자르(Haris Azhar)와 실종자폭력피해자위원회(Kontras) 파띠아 마울리디얀띠(Fatia Maulidiyanti) 간사가 루훗 장관이 한 광산회사와 특수관계를 맺고 관련 이권을 위해 해당 기업들의 채굴 활동이 진행되고 있던 인딴 자야(Intan Jaya) 지역 군사활동을 증강하는 데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8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전 육군 대장 출신인 루훗 장관은 활동가들이 그를 ‘군주’, ‘악당’이라고 불러 불쾌감을 느꼈다면서 자신은 파푸아에서 어떤 사업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지역 정부군의 군사력 증강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해양투자조정장관이라는 자신의 직책 상 업무와 관련없는 군사작전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활동가들이 제기한 파푸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혐의와 자신을 군주, 악당이라 부른 부분에 대해 그는 디지털 흔적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이러한 가짜뉴스에 노출된 자신의 자녀와 손주들을 생각하면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현 정권 내각에 합류한 후 어떤 기업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오직 조정장관으로서의 책무에 매진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리스와 파띠아의 혐의는 정부가 비판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2016년 정보전자거래법(UU ITE) 위반이다.
문제의 정보전자거래법은 억압적이고 모호하여 중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시민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 문제가 되는 조문들을 형법개정안과 연계해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 움직임이 있지만 그것이 언제 현실화될 지는 알 수 없다.
한편 하리스와 파띠아는 루훗 장관이 파푸아 지역 이권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과 논란투성이인 광산채굴 활동, 인딴 자야 지역의 정부군 증강 등을 이야기했을 뿐 루훗 장관을 군주 또는 악당이라고 칭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루훗이 하리스와 파띠아를 경찰에 고소한 것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인데 루훗의 현지 이권 개입에 대한 언급은 ‘파푸아 지역 정치-경제적 차원의 군대 배치:인딴 자야 케이스’라는 시민사회단체연합이 출간한 리포트에 근거하고 있다. 즉 최초에 해당 의혹을 제기한 것은 피고인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파푸아 현지에서 채굴 활동을 하고 있는 또바꼼 델 만디리(PT Tobacom Del Mandiri)가 또바 스자흐뜨라 그룹(PT Toba Sejahtra Group)의 계열사인데 하리스와 파띠아는 루훗 장관이 이 회사들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훗 장관은 8일(목) 법정 증언을 통해 자신은 이들 두 회사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하리스와 파띠아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는 100여 명의 경찰관이 배치되어 방청객 출입을 제한했다. 법정에는 12개의 좌석만 배치되어 두 활동가 측의 변호인단조차 전원이 입장할 수 없었으므로 처음부터 불만이 터져나왔다.
활동가들 측 변호인들은 재판 내내 이의를 제기했는데 이는 루훗 장관 측 변호인들이 해당 동영상에 ‘문제가 많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루홋 장관이 예전에 하리스 등과 좋은 관계인 적이 있었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당시 오간 와츠앱 문자들을 법정에서 공개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기습적으로 요구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 막판에 쪼코르다 그데아르타나(CokordaGedeArthana) 재판장의 요구로 루훗과 하리스가 잠시 악수를 나누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하지만 모든 NGO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겠다며 법정에서조차 사실상 위협을 불사하며 기염을 토했던 루훗 장관이 기꺼운 마음으로 피고 측과 화해의 악수를 나눈 것은 절대 아니다.
이날 법정 밖에는 하리스와 파띠아를 응원하는 수십 명의 활동가들이 모여들었는데 이들은 현 정권 최고 실세 장관과 일개 활동가들이 맞붙은 이번 재판이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 시민사회가 더 이상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옥죄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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