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각성당 당대표, 아니스 러닝메이트로 출마…NU엘리트와의 갈등 표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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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3일 중부자바 수라까르따 소재 마나한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민각성당(PKB)의 창당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당원들을 환영하는 무하이민 이스깐다르 당대표 (사진=안따라/Mohammad Ayudha)
국민각성당(PKB) 무하이민 이스깐다르 당대표가 아니스 바스웨단의 러닝메이트가 되어 2024 대선에 나선 것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최대 보수 이슬람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이하 NU)와 무하이민 사이의 오랜 갈등이 새삼 수면 위로 떠올랐다.
NU 회원들의 투표가 2024 선거에서 결정적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각성당 하사누딘 와히드 사무총장은 NU의 고위 성직자 및 울라마들이 아니스-무하이민 팀의 대선 출마를 긍정하고 축복했다고 지난 1일(금) 전했다.
그러나 NU중앙위원회(PBNU)는 즉시 국민각성당의 이와 같은 발표를 일축했다. NU는 2024 대선에 어떤 후보도 내지 않았으며 대선 후보 그 누구든 NU를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주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NU중앙위원회 야야 초릴 스타쿠프 위원장은 현 대선 후보 중 그 누구도 NU를 대변하지 않으므로 대선 후보들은 (NU 이름을 팔지 말고) 스스로의 역량과 경륜 만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2일(금) 밝혔다.
그는 NU중앙위원회의 성직자 그 누구도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NU는 순수 종교단제로서 특정 대선 후보 지지가 NU의 역할도 아니며 NU중앙위원회 역시 전국회의 결정에 의거해 어떠한 정치적 경쟁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아니스-무하이민 팀의 출범이 지난 2일(토) 공식 발표되자 바로 그 다음 날 야쿳 초릴 쿠오마스 종교부 장관은 국민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이력을 꼼꼼히 따져 ‘한 차례 커뮤니티를 분열시킨 전력이 있는’ 대선 후보를 뽑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당시 선거 승리를 위해 (극우 이슬람 손을 잡아) 종교적 정체성을 분열시켰다고 비난받은 바 있는 아니스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된다. 종교부 장관마저 야권 후보 공격에 가세한 것이다.
야쿳 장관은 NU 야야 중앙위원장의 친형제로 과거 NU의 청년 전위대인 안소르청년행동(Gerakan Pemuda Ansor)을 이끌었다. 지난 8월 투쟁민주당(PDIP) 대선후보인 간자르 쁘라노워가 야쿳과 야야의 어머니인 냐이 무시나 초릴을 예방했는데 이를 계기로 야야가 간자르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분열을 조장한 인물
NU가 선거정치와 무관한 종교단체라는 야야 위원장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실제로는 전국 조직망과 어마어마한 회원수를 기반으로 과거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NU의 실제 회원수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구심점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으며 특히 인구 과밀의 동부자바에서 괄목할 만한 득표를 노리는 대선후보라면 누구도 그곳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NU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들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칠 수 없다.
그래서 아예 NU 지도부 선출부터 정치인들이 나서 간섭하고 영향력을 끼치려 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다.
2019년 대선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승리를 굳히기 위해 당시 NU 최고위원회 위원장이던 마루프 아민에게 부통령 후보가 되어 달라고 제의했고 마루프 아민은 이를 흔쾌히 승락했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이 처음부터 마루프 아민을 러닝메이트로 원했던 건 아니다. 그가 처음부터 줄곧 마음에 둔 인물은 마흐푸드 MD 현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이었으나 마지막 순간에 마루프 아민에게 선회하기로 결단했다. 무슬림표가 선거결과를 지배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골까르당과 국민각성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들도 같은 이유로 마흐푸드의 러닝메이트 지명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하이민은 마흐푸드가 NU 관련자인 것은 맞지만 핵심 멤버가 아니라는 점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이제 무하이민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질문의 핵심은 무하이민이 NU 지지자들을 움직여 아니스에게 표를 몰아줄 정도로 NU와 진정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 압두라흐만 와히드 전 대통령의 딸 예니 와히드, 코피파 인다르 빠라완사 동부자바 주지사, 마흐푸드 MD 장관을 비롯해 NU를 배경으로 한 여러 인물들이 2024 대선의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NU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각성당(PKB) 공동 창립자인 고 와히드 대통령의 조카인 무하이민은 일견 NU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을 듯싶지만 한편으로는 와히드 대통령 생전에 그와 반목해 실제로 NU 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무하이민은 2005년에 국민각성당 당대표에 올라 지금까지 근 20년간 당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달 초 꼼빠스 TV에 나온 예니 와히드는 NU 중앙위원회의 와히드 대통령 충성파들이 아직 무하이민과 화해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해 아니스가 무하이민을 영입했다 해서 꼭 NU의 표를 가져간다는 의미가 아님을 암시했다.
어쩌면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가 국민각성당과 제휴해 대인도네시아각성연대(KKIR)란 정당연합을 만들고서도 끝내 무하이민에게 부통령 후보 자리를 주지 않은 것도 그러한 상황을 인지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 결과 무하이민은 쁘라보워를 버리고 전격적으로 아니스의 손을 잡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선회를 정작 국민각성당 당원들과 NU 회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속단할 수 없다.
PKB 대 NU 구도
정치분석가 아디 쁘라잇노는 2021년 사이드 아킬 시로지의 뒤를 이어 야야가 NU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무하이민과 NU와의 관계가 뒤틀렸다고 평가했다.
그 전에는 PKB가 NU였고 NU가 PKB라 할 정도로 국민각성당과 NU가 한 몸 같았지만 야야가 NU의 전권을 잡은 후 무하이민과 입장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 국민각성당이 정치적 포지션을 바꿔 갑자기 요구하기 시작한 아니스-무하이민 지지에 대해 야야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아니스가 동부자바 득표를 위해 무하이민을 NU 관련인사이라고 보고 그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이라면 아직 그와의 불화가 해결되지 않은 야야와 고 와히드 대통령 지지자들로 인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디는 오히려 무하이민이 아니스와 제휴함으로써 국민각성당 골수 지지자들이 등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간 아니스가 이전 주지사 선거에서 이슬람수호전선(FPI) 같은 극우 이슬람단체들과 손잡은 바 있는데 그들은 주류 보수 이슬람 계열의 NU나 국민각성당과는 결을 달리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국민각성당이 NU의 전폭적 지지를 얻기 힘든 이유는 비단 과거 벌어졌던 무하이민과 와히드 대통령 사이의 반목뿐 아니라 NU 지도자들과 회원들이 대체로 자주적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도 NU의 표는 어느 한 후보에게 몰리기보다는 각 후보에게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비단 NU 안의 와히드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 NU 중앙위원회 자체와 맞서게 된 국민각성당으로서는 2024 대선에 NU 표를 얻기 위해 더욱 비상한 노력을 해야 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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