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영상에 기도하는 모습 보인 여당 대선 후보, '정체성 정치' vs '신앙심일 뿐' 논란
본문
투쟁민주당(PDIP) 대통령 후부 간자르 쁘라노워가 2023년 6월 25일 북부 자카르타 빠더망안 빈민가를 방문해 주민들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안따라/Aditya Pradana Putra)
투쟁민주당(PDIP)의 2024 대선대통령 후보 간자르 쁘라노워가 최근 두 개의 지상파 TV 방송 아잔(기도시간을 알리는 노래)동영상에 출연하면서 ‘정체성 정치’ 논란을 키웠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란 전통적인 정당정치나 확장성이 큰 보편적 정치행위 대신 성별,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지향, 문화 등을 공유하는 특정 집단의 배타적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행위를 뜻하는 용어다. 지지율이 낮은 정부가 국민 대부분을 외면하고 한줌도 안되는 핵심 코어 지지층만을 위한 정책에 매진하는 것 역시 정체성 정치의 일종이다.
인도네시아 TV 방송국들은 기도시간이 되면 기존 방송을 끊고 아잔 동영상을 내보내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해당 동영상은 무슬림들에게 마그립(일몰 기도시간)을 알리는 용도다.
그런데 유명 지상파 TV 방송국인 MNC와 RCTI가 최근 내보낸 아잔 동영상에는 간자르가 한 모스크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어 논란을 불렀다. MNC와 RCTI는 미디어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하리 따누수딥죠(Hary Tanoesoedibjo) 소유로 하리가 창건한 쁘린도(Perindo) 당은 2024 대선에서 간자르를 지지하기로 당론을 모은 바 있다.
간자르가 등장하는 이 동영상은 ‘X(구 트위터)’에서 #politikidentitas(#정체성정치)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여기서 말하는 정체성 정치란 종교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게 표를 끌어오려 한다는 비난성 뉘앙스를 담고 있다.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이 간자르와 투쟁민주당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이슬람을 이용한다고 비난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이들은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간자르와 하리를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선거에서 야권 후보인 아니스 바스웨단을 지지하는 무슬림 기반의 복지정의당(PKS)은 간자르가 등장한 해당 비디오 클립이, 투쟁민주당이 정체성 정치를 도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쟁민주당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투쟁민주당 사무총장 하스또 끄리스티얀또는 간자르가 신앙이 깊고 그의 신앙이 진정성을 지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며 종교적으로 모범적인 그가 아잔 동영상에 나온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체성 정치란 국가에 해를 끼치는 정치 형태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이지만 간자르는 실제로 깊은 신앙을 가진 무슬림이며 해당 동영상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당시 중국계 기독교인인 아혹 주지사에 맞서 출마한 아니스가 유세기간 내내 극우 이슬람의 힘을 빌어 종파적 정치공세를 펼치며 급기야 아혹을 신성모독으로 몰아 선거에 승리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오히려 정체성 정치의 화살을 아니스 바스웨단에게 돌렸다.
아니스는 2024 대선에서 여권 후보로 분류되는 간자르와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에 맞선 유일한 야권 후보다.
정작 아니스는 간자르의 아잔 비디오 클립에 대해 논평을 회피했다. 아니스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로 이번 아니스의 수라바야 방문에 동행한 무하이민 이스깐다르 국민각성당(PKB) 당대표도 해당 아잔 비디오에 대한 논평은 인도네시아 방송위원회(KPI)와 선거감독위원회(Bawaslu)에 요청해야 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선거감독위원회 라흐맛 박쟈 위원장은 간자르의 해당 비디오가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선거감독위원회는 해당 조사결과를 금명간 발표할 예정이다.
민간 선거감시단체인 선거민주주의연대(Perludem) 코이루니사 아구스띠야띠 이사는 지난 10일, 내년 2월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정체성 정치에 점점 더 의존하려는 경향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체성 정치를 명백히 금지하는 법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 후보와 정당들로서는 자체의 비전과 정책을 강변하는 것보다 유권자들을 종교, 출신지, 사회적 지위 등 정체성 별로 갈라치기 하는 정체성 정치가 더욱 쉽고 유리한 득표전략인 것이 사실이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