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취 혐의로 경찰 조사 받은 부패척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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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기자들 그룹 왓츠앱을 통해 유포된 피를리 KPK 위원장(왼쪽)과 샤룰 전 장관이 만나는 모습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이하 KPK) 피를리 바후리 위원장이 지난 24일(화) 샤룰 야신 림뽀
전 농업부 장관을 상대로 한 갈취 혐의로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24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피를리는 24일 오전 10시경 중앙경찰청 범죄수사국(Bareskrim)에 도착했다. 조사를 마친 그는 저녁 8시경 기자들을 피해 다른 통로로 범죄수사국 건물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카르타 지방경찰청 특수범죄수사국장 아데 사프리 시만준딱 총경은 전 경찰장성 출신인 피를리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한을 보내 원래 특수범죄수사국에 배정되어 있던 자신에 대한 수사를 범죄수사국으로 이관해 진행해 달라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해당 요청에 따라 특수범죄수사국은 범죄수사국과 조율하여 결국 해당 사건을 범죄수사국이 맡기로 결정한 후에야 피를리의 경찰 출두가 이루어진 것이다. 피를리는 아직 ‘증인’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고 아데 총경은 심문 과정에서 피를리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23일(월) KPK 본부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여러 건의 문서들을 압수했다. 어떤 서류들을 압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피를리 위원장은 원래 10월 20일(금) 소환 명령을 받았으나 KPK 부위원장 누를 구프론을 통해 위원장이 다른 일정이 있다고 경찰에 알리고 자신은 당일 실제로 경찰에 출두하지 않았다.
자카르타 지방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전면 수사’ 단계로 지난 6일 전격 격상시켰다. 그러나 전면 수사가 시작될 경우 대개 최소 한 명 이상의 피의자가 공식 지목되기 마련이지만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아직 아무도 피의자로 지목되지 않았다.
사건 개요 상 주요 피의자는 피를리 위원장이 분명한 상황인데, 과거 군대 중장 격인 경찰 치안정감까지 올랐던 전직 고위 경찰관의 막강한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당초 KPK 위원장이 갈취 행위를 범했다는 민간 제보를 받고 지난 8월 12일부터 해당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제보는 KPK의 나스뎀당 지분 장관인 샤룰 농업부 장관의 부패혐의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의 민감성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지금까지 농업부 공무원들과 전-현직 KPK 직원들, 피를리 위원장의 보좌관 케빈 에가난따 및 피해자인 샤룰 장관까지 모두 54명의 증인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샤룰 장관은 지난 5일 경찰조사를 받은 후 당일 곧바로 장관직을 사임했다.
조사를 받은 주요 증인 중 또 다른 한 명은 스마랑 경찰서장 이르완 안와르 총경이다. 그는 날짜가 확인되지 않은 한 사진에서 피를리 위원장, 샤룰 장관과 함께 자카르타의 한 배드민턴 코트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찍혔다.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세간에서는 피를리가 샤룰을 개인적으로 만나 10억 달러(약 1조3,20억 원)를 갈취하려 한 증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현재 샤룰 장관은 농업부 뇌물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어 현재 KPK 유치장에 구속되어 있고 그를 잡아넣은 피를리는 잘못한 게 없다며 자신의 갈취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다.
그는 마지막으로 샤룰을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 2022년 3월의 일로 당시는 KPK가 농업부 부패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기 전이었다고 주장했다. KPK가 농업부 부패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부터라는 것이다. 그는 갈취 의혹 자체가 부패범의 악의 넘치는 반격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피를리를 비판하는 이들은 부패척결위원회의 지도부가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경우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2019년 KPK법을 근거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를리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실 피를리에게 있어 이번 갈취 혐의는 그가 연루된 여러 스캔들 중 가장 최근의 것일 뿐이다.그는 이전에도 부패 용의자를 따로 만나거나 KPK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에게 수사관련 서류를 넘겨주는 등의 행위로 물의를 빚어 여러 차례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전력이 있다.
하지만 KPK 감독위원회는 그 많은 문제들 중에서 그가 남수마뜨라를 개인적으로 여행할 당시 개인 헬리콥터를 타며 ‘쾌락적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했다는 것 하나만 윤리강령위반으로 2020년 9월 유죄로 인정했지만 그나마도 서면 경고장만 한 장 주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그는 부패수사를 받고 있던 에너지광물자원부에 KPK 내부 자료를 유출한 혐의도 받았으나 이번에도 KPK 감독위원회가 해당 수사를 중단시켜 또다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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