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박 근절,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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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도 접속이 편리한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에 200만 명 이상이 몰리고 있다. (사진=자카르타포스트/Radhiyya Indra)
자카르타의 민간회사에서 근무하다 실직한 23세의 아딘댜는 친구가 알려준 도박 사이트에 깊이
빠져 들었다. 물론 수억 명의 인도네시아 인구 중 아딘댜나 그녀의 친구처럼 온라인 도박을 즐기는 이들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소매를 걷어 올리고 온라인 도박 근절에 나선 상태다. 인도네시아에서
도박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형법 303조에 따르면 도박을 한 당사자나 도박장을 조직한 이들은 최대 징역 10년과
2천 5백만 루피아(약 208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별도로 온라인 도박을 유포한 자들에게는 정보전자거래법(UU ITE)에 따라 6년 징역형과 10억 루피아(약 8,300만 원)의 벌금형이 기다리고 있다. 징역형의 최대 형량은 다소 낮은 반면 벌금은 40배나 더 높이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팝업으로 스크린이나 핸드폰 액정에 나타나는 광고를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도박을 정부가 완벽히 규제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2018년부터 온라인 도박을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 온라인 도박산업은 오히려
더욱 몸집을 불렸다. 예전엔 이들 도박 사이트들을 슬롯머신의 의미로 슬롯(slot-틈새)이란 단어로 표현했지만 이젠 거대한 저장소를 뜻하는
데포(Depo)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만으로도 그간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금융거래보고분석센터(PPATK) 자료에 따르면 올해
270만 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접속했고 도박거래금액은 총 200조 루피아(약 16조6,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딘댜는 매번 지갑에 큰 무리가 가지 않도록 2만5천루피아(약 2,000원) 정도의
베팅을 했고 70만 루피아(약 5민8,000원)를 딴
적도 있다. 도박으로 돈을 따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딘댜는 2022년에 온라인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지인을 보고 도박을 끊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상당한 자제력을 발휘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지 못했다.
손쉬운 도박 사이트 접근
반둥에 사는 24세의 대학생이자 파트타임으로 농사를 돕는 파크리는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
도박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이트들은 최소 충전액이 달랑 1만 루피아(약 830원)인 경우가 많고 가끔은 돈을 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남사스럽게 2만 루피아(약 1,600원)를 은행에 예치할 바엔 그 돈으로 온라인 도박을 즐기는
편이었다. 온라인 도박은 2022년부터 시작했는데 그 해에
작은 판돈으로 여러 번 잭팟을 터트려 일년 동안 1,200만 루피아(약 100만 원)를 땄다고 자랑했다. 그는
매번 10만 루피아(약
8,300원) 정도를 썼고 많이 딸 때는 하루에 600만
루피아(약 50만 원)를
손에 쥐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말려 들어가 급기야 하루에 네 군데 도박 사이트를 돌며 판돈을 걸다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의
돈을 잃고 말았다.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수많은 도박 사이트들이 온라인에 널려 있고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불법으로 스트리밍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스크린 한 가득 나타나는 배너 광고들 대부분이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것들이다.
파크리는 반둥의 수디르만 거리에서 PC방(와르넷)에 가 보면 몇 시간씩 온라인 도박에 매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도박의 접근성이 날로 좋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결제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단
은행을 통한 송금뿐 아니라 전자지갑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핸드폰에 충전된 크레딧으로도 베팅을 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도박을 하는 고등학생들이 급증한 것 역시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온라인 도박에 접근해 판돈을 걸 수 있는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이트 차단 이상의 조치
정보통신부는 올해 한 해 동안 40만 개 이상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그것만으론 불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통신부가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근을 차단하면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곧바로 다른 사이트를 열어 콘텐츠를 옮겨 놓고 사업을
속개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당 사업자의 도박 사이트 영업 자체를 중단시키지 못한다. 최근엔 사이트를 옮기지
않고 웹사이트의 도메인 이름이나 IP 주소를 바꾸는 것만으로 차단을 우회해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은
채 해당 사이트를 유지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보통신시스템보안센터(CISSReC)의 쁘라따마 뻐르사다 소장은 정보통신부가 가짜 뉴스
같은 부정적인 온라인 콘텐츠들을 자동 포착하는 기능을 가진 유해 콘텐츠웹 감지장치(AIS)를 2018년부터 도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웹사이트 주소들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정 사이트를 해킹해 해당 정보, 즉 해킹 당한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에게 판매하는 독립 해커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유명인이나 저명한 기관의 사이트에
도박 사이트 광고가 뜨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가장 최근엔 국회 공식 유튜브 계정이 해킹되어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사용하는 라이브 영상이 국회 채널을 통해 스트리밍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있었다.
파크리는 은행의 동면계좌들을 영구 차단하는 조치를 당국에 제안했다. 도박 사이트들이 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은행의 동면계좌들을 이용한다는 것을 한때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도박을 몰아낼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소설미디어 플랫폼 업체들의 협조를 받아내는 것인데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도박이 불법인
것은 아니어서 도박이 합법인 국가에 서버를 둔 업체와 해당 문제에 대한 양해를 얻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통부는 최근 페이스북을 가진 미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메타에 온라인 도박 광고를 없애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메타가 쉽사리 동의할 리 없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요청사항이 실제로 구현되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노출되는 빈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쁘라따마 소장은 강조했다.
하지만 도박 사이트를 차단하려는 정부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해당 산업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다. 결국
인터넷 사용자들이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 차단되지 않은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발견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정보통신부에 해당 사이트를 신고해 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핸드폰 요금 크레딧이나 상품권 등의 신고 사례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홍보하는 일단의 유명인들이나 유튜브 스트리머들에게 사람들이 현혹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도박 사이트들을 신고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쁘라따마 소장은 평가했다. [자카르타포스트/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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