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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인니 선거, 동남아 민주주의 부활의 계기가 될 것인가?

정치 작성일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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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10일 목요일자카르타 궁 앞에서 세계 인권(HAM)의 날을 기념하여 인권 연합(HAM) 회원들이 목요집회(kamisan)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지난 26일(목)과 27일(금) 이틀에 걸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을 포함한 동남아 권역의 여러 국가에서 온 학자와 전문가들이 서부자바 데뽁 소재 인도네시아국제이슬람대학교(UIII)에 모여 그간의 선거 결과들이 해당 권역 민주주의와 인권에 미친 영향에 대해 토론했다.

 

29일 자카르포스트에 따르면, 이 컨퍼런스에서 곧 선거에 돌입하는 인도네시아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 최근 대체로 민주주의의 정체와 후퇴를 겪고 있는 해당 권역 국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분석가들은 그간 각국에서 치러진 선거 결과로 인해 동남아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후퇴하거나 최소한 정체 상태에 처했다는 점에 동의했다. 특히 2024년 선거를 앞두고 민주주의 후퇴의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UIII 선임교수이자 여론조사기관 LSI 대표이기도 한 자야디 하난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재선임기를 지내는 동안 외부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통치 활동을 하면서 국가운영방식이 점점 더 대통령화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대통령화란 국정에 대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따라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제대로 된 법치의 결여가 궁극적인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붕괴의 시작점이 되었고 정당사유화, 행정부의 권한 확대, 입법부와 정당들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신뢰가 이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40세 미만이라도 대선에 정-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한 최근 헌법재판소 판결은 누가 봐도 대통령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수라까르따 시장이 유력 대선 후보인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의 러닝메이트가 되어 부통령이 되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많은 다른 옵저버들 역시 해당 헌재 판결이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왕조 구축 시도를 대놓고 거들어준 노골적인 편들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웃나라들 상황

인도네시아의 옆나라인 필리핀도 최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필리핀 국민들은 과거 독재자로 악명 높았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마르코스 주니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의 직전 전임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역시 무대포식 권위주의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당시 세계는 마르코스 주니어를 선택한 필리핀 국민들의 선택에 경악했지만 필리핀 딜리만 대학교 정치과학 교수 마리 엘리즈 멘도자는 2022년 대선 당시 정작 마르코스 독재의 피해자였던, 그래서 혁명을 통해 마르코스와 이멜다를 몰아냈던 필리핀 국민들이 이번 마르코스 주니어의 대선 승리에 더욱 열광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필리핀이 가짜뉴스 선거캠페인에 완벽히 속아넘어간 ‘1호 환자국가라고 묘사했다. 당시 필리핀 정부는 전국민의 82%가 활발한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소설미디어를 활용해 유권자들을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하며 정부가 원하는 바를 주입시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실정을 보도하는 매체들을 가차없이 차단해 버렸다.

 

원래 특정 상품의 홍보와 마케팅에만 주력하던 온라인 인플루언서들도 정부에 고용되어 적극적으로 편향적인 정치 캠페인을 벌이며 시청자들을 호도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끝에 이제 필리핀은 소셜미디어 상 가짜뉴스에 매우 취약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마리 교수는 마르코스 주니어가 자신의 아버지의 과거를 추켜세우고 그의 치세를 미화시키는 유튜브 동영상들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보여주며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설마 그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겠냐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거 야만이 창궐하던 나치시절, 네덜란드 식민지와 일본군 강점기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피해자 후손 또는 부역자 후손들이 실제로 우리들 곁에 살고 있는 세상이다.

 

또 다른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는 지난 6년간 다섯 명의 총리를 갈아치우며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의 쿠 잉 후이 교수는 말레이시아의 민주주의가 진퇴를 반복하고 있어 민주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더디다고 말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전 야당 지도자였던 안와르 이브라힘이 2022년 후반부터 총리직을 맡고 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에서는 LBTG 성소수자들이 서구의 가치를 신봉하는 범죄자로 취급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인권 관련 상반된 이념들이 충돌하고 있어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쿠 잉 후이 교수는 덧붙였다. 인권문제를 타협한다는 것은 결국 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한편 태국에서는 군 개혁을 강력히 주장하며 총선에 승리한 전진당의 차기 정부 구성이 저지되면서 민주주의가 또 한번 크게 후퇴했다. 마땅히 차기 정권의 중심에 서야 했던 전진당은 오히려 연정에서 배제되며 소외되었고 이제 그 누구도 정치권에서 군을 몰아내자는 의제를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시국이 펼쳐지고 있다.

 

결단의 시간

자야디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내년 선거가 정치적 대통령화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고 침체된 민주주의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정당들 중 일부가 조코위 대통령이 지지하지 않는 다른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서 정계 재편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첫걸음으로 읽힌다. 과거 인도네시아의 민주화 성과를 목도한 이들이 이제 변화를 추구하는 믿음직한 유권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희망적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의 민주주의 만족도 추이에 대한 LSI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2012년부터 해당 만족도가 하락세로 접어들다가 2020년과 2022년에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왕조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최근 시도에서 퇴임 후에도 차기 정부를 쥐락펴락 하려는 의도가 읽히므로 앞서 언급한 희망적 조짐들은 전혀 잘못된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는 차기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제 삼파전으로 진행될 내년 대선에서 민주주의를 더욱 퇴행시킬 후보를 국민들이 걸러내야만 한다고 자야디 교수는 덧붙였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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