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조카 대선출마길 열어주고 윤리강령위반으로 해임된 헌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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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강령 중대 위반 판정을 받아 직을 잃게 된 안와르 우스만 헌재소장 (사진=안따라/Rivan Awal Lingga)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윤리위원회는 지난 7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처조카가 2024 대선에 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안와르 우스만 헌재소장이 중대한 윤리강령 위반행위를 범했다고 판단해 그의 해임을 요구하고 이후 선거관련 논란에 개입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대선후보 연령하한선 무력화 판결로 인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붕괴하는 것을 우려하던 법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은 헌재 윤리위원회가 청원자들의 요구를 인용해 안와르를 불명예 퇴진시키기로 하자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안와르는 자신의 처조카이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인 36세의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 현직 수라까르따 시장이 2024 대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존에 40세로 되어 있던 대선후보 연령하한선 규정을 무력화시키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한 혐의로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아왔다.
짐리 아시디키 전 헌재소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세 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결과 안와르가 중립원칙을 지키지 않아 ‘윤리강령 중대위반’을 저질렀다는 최종판결을 내린 것이다.
윤리위원회는 안와르가 처조카의 대선 진출을 막고 있던 법적 족쇄를 벗겨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직위와 특권으로 외부세력의 개입을 허용해 헌재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도 판단했다.
짐리 위원장은 평결문을 낭독하면서 헌재 부소장에게 새 헌재소장을 선출하기 위한 회의를 신속히 열 것을 요구했고 안와르에겐 그 과정에서 그에게 후보 추천 권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해당 윤리위원회는 아홉 명의 헌재 재판관들을 대상으로 쏟아져 들어온 21건의 청원을 처리했는데 이중 15건이 대선후보 등록기간 일주일 전에 딱 맞춰 기브란의 편의를 위해 대선후보 연령하한선 규정을 무력화시키는 판결을 유도한 안와르 헌재소장을 향한 것이었다.
안와르는 대선후보 연령하한선을 낮춰 달라는 앞서 세 건의 청원에 대해서는 기피신청을 내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해당 청원들이 모두 기각되면서 40세 연령하한선이 일단 유지되었으나 당일유사한 내용의 마지막 청원에 대한 판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5대 4로 40세 연령하한선 규정을 마침내 무력화시켰다.
그 과정에서 원래 해당 청원 인용을 반대했던 재판관들 여럿이 의견을 바꾸었고 결국 안와르 헌재소장이 캐스팅보트를 던져 40세 미만이더라도 지자체장으로 선출된 경력이 있는 사람은 예외로 해달라는 청원을 인용 판결했다. 이로서 36세이지만 현직 민선 시장인 기브란이 일주일 후 합법적인 부통령 후보 자격으로 대선후보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짐리 위원장은 해당 판결에 참여하고서도 안와르가 노골적인 이해상충 행위를 하는 것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다른 헌법재판관 아홉 명 전원에 대해서도 ‘중대한 윤리강령 위반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진지하게 문제삼거나 저지하지 못한 집단적 기강해이를 범했다’며 질책했다.
짐리 위원장은 ‘모든 헌법재판관들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었고 윤리강령을 위반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습관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하며 평결문 낭독을 마쳤다.
자구책
활동가들과 법전문가, 청원인 등은 안와르 헌재소장의 윤리강령위반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 초치를 한 윤리위원회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해임 권고’라는 타협된 용어 대신 적극적인 ‘파면’ 형식을 취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청원인 중 한 명인 족자 소재 가자마다대학교(UGM) 헌법학 교수 얀쯔 아리조나는 헌재 판결에 외부 영향을 허용한 안와르의 명백한 윤리강령 중대 위반행위는 윤리위원회 운영규정 상 가장 강력한 처벌인 불명예 파면이 마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리위원회는 비록 헌재 판결과 관련한 윤리강령 위반행위를 조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나온 대선후보 출마 자격을 변경한 헌재 판결의 자체의 유효성을 판단할 권한은 윤리위원회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즉, 안와르 헌재소장이 윤리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기브란에게 대선출마의 길을 열어준 연령하한선 무력화 판결 자체를 뒤집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당 판결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다섯 건의 새로운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연령하한선을 폐기한 해당 판결을 안와르 없이 재심에 부쳐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족자 소재 나둘라툴 울라마 대학교의 한 법학과 학생이 낸 해당 청원에 대해 지난 8일(수)청문회를 갖는다. 그 청원 내용은 40세 이하의 후보가 대통령 또는 부통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려면 주지사 재선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보다 엄격한 예외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빠자자란 대학교 헌법학 교수 수시 드위 하리잔띠는 선거 일정이 임박한 상황이므로 이를 감안해 관련 규정의 재정비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미 선거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그와 관련된 청원을 헌재가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이번 사태를 통해 배워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간자르-마흐푸드 MD의 투쟁민주당 선대위도 7일 헌재 윤리위원회의 판결을 환영했다. 특히 마흐푸드는 헌재 윤리위원회의 해당 결정으로 인해 내년 선거 후 또 다시 벌어질지도 모를 선거결과불복 소송에 이해충돌 소지를 다분히 가진 안와르 소장이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큰 성과라고 지적했다.
쁘라보워 수비안또-기브란 대선후보팀 역시 7일, 헌재
윤리위윈회가 기브란의 출마 자격을 유지하는 취지의 평결을 내린 부분에 감사를 표했다. 해당 평결 이후
기브란의 출마자격의 합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기브란의 후보 지위가 박탈되면 대선 출마 자체가 무산될 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쁘라보워로서는 기브란의 출마자격 유지를 기정사실화하여 밀어붙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다.
따라서 해당 선대위 관계자들도 쁘라보워-기브란 팀이 조코위 대통령의 위업을 승계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란 의심을 버리라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쁘라보워를 지지하는 선진인도네시아연대(KIM) 정당연합 소속 민주당의 힌짜 빤자이탄은 헌재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쁘라보워-기브란의 출마자격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쁘라보워-기브란 선대위 법무팀을 이끌고 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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