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선] 대선 후보들의 첫 대선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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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화) 선관위가 주최한 2024 대선 첫 토론회에서 간자르 쁘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 등 세 명의 대통령 후보들이 토론을 벌였다.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12월 12일(화) 저녁 두 시간에 걸친 첫 2024 대선 토론회에서 아니스 바스웨단, 쁘라보워 수비안또, 간자르 쁘라노워 등 세 명의 대통령 후보들은 사법, 부패, 인권, 민주주의, 거버넌스 등 주요 의제들에 대해 서로 날 선 질문을 던졌다.
이번 대선 토론회는 3파전으로 벌어지고 있는 2024 대선이 1차 투표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 결선투표로 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인 가운데 최근 간자르의 지지율이 떨어져 3위 아니스와 각축을 허용하게 된 긴박한 시점에 열렸다.
모두 다섯 번의 대선토론회 중 첫 번째인 12일에는, 아니스가 한 패널로부터 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낮아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아니스는 그것이 비단 정당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잃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라면서 제한적인 표현의 자유, 반대진영 인사들에 대한 탄압, 불투명한 선거절차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정당들 역시 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각 정당들의 정치모금 활동도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쁘라보워는 그런 흠결 많은 민주주의 덕에 아니스 같은 야권 인사가 대선에 나설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일견 사소해 보이는 잽을 날렸다. 나스뎀당과 변화연대 정당연합의 지지를 얻어 대선 후보가 된 아니스는 과거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당시 쁘라보워가 총재로 있는 그린드라당의 후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신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문제 삼지만 만일 조코위 대통령이 정말 독재자였다면 당신이 자카르타 주지사조차 됐을 리 없다"고 말해 쁘라보워 자신과 조코위 대통령간의 긴밀한 유대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조코위 정권 아래에서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 왔음을 강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대통령 후보 출마가 세 번째인 쁘라보워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조코위에게 내리 패했지만 이번에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를 러닝메이트로 삼으면서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기브란을 품은 그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은 당선가능성을 보이며 치고 나가는 중이다.
아니스는 민주주의 절차 속에서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쁘라보워가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갑자기 정권 지지로 선회해 현 정부 국방장관으로 입각한 점을 지적했다.
“쁘라보워는 권력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정치적 선회와 입각 결정의 이유로 삼았다. 그러나 권력이란 사업이나 돈 이상의 것. 진정한 권력이란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고 구현하는 것”이라고 아니스는 말했다.
한편 간자르는 과거의 동지들과 논쟁을 벌이지 않으려 애쓰며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모든 정당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토론회 중반쯤 간자르는 자신에게 질문 기회가 오자 서슴지 않고 최근 헌법재판소가 논란의 판결로 기브란에게 부통령 출마 기회를 열어준 것에 대한 쁘라보워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대해 쁘라보워는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다. 그 절차를 국민들 모두가 알고 그 결정에 누가 개입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며 질문의 본질을 흐리는 애매한 답변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헌재 판결이 명료하다며 기브란 후보자격의 합법성을 주장했다.
아니스는 판사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법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정 급여를 책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쁘라보워도 아니스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사법기관이 가진 분명한 장점들과 판사들의 시험제도를 강화하여 더 나은 인도네시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아니스와 쁘라보워는 기브란의 고모부인 안와르 우스만 전 헌재소장 문제에서 다시 충돌했다.
조카 기브란의 부통령 출마를 합법화하기 위해 안와르가 이해충돌 상황에서도 기어이 헌재 판결에 참여하고 결론을 주도한 것이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정된 것에 대해 쁘라보워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니스가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쁘라보워는 안와르의 윤리강령위반과 헌재소장직에서의 해임이 기브란을 포함한 자신의 대선팀 구도와 아무 관계없다는 법무팀이 자문을 받았다며 그건 문제 자체가 안된다고 일축했다.
“중요한 점은 결국 모든 결정을 국민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니스씨, 제발 애처럼 굴지 마세요.” 그는 안와르 전 헌재소장의 윤리강령 위반을 문제 삼는 사람들을 어린애 같다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국민들이 날 원하지 않으면 나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 된다.난 아무 상관없다. 애당초 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뜬금없는 애국주의적인 발언으로 이를 희석시켰다.
하지만 아니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나라에 깊이 뿌리내린 족벌주의를 비난했다. 창궐하고 있는 족벌주의로 인해 능력주의 인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족벌주의가 정상적이란 말을 듣는 것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왕조를 구축하려는 조코위 대통령의 시도와 이를 대놓고 지지하는 쁘라보워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해당 문제와 아무 관계없다는 태도를 견지한 쁘라보워는 만일 누군가 실제로 반칙을 했다면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심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표명했다.
“우리 중 누군가 잘못했거나 국가를 반역했다면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처벌할 것.”이라며 이미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상황과 결정에 대한 반응과 조치를 모두 유보하고 국민들의 투표결과에 따라 공과를 판정하자는 것이다.
정치분석가 피르만 누르는 첫 대선토론회에서 아니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 사법시스템의 개혁 방안을 분명히 제시했고 부패척결위원회(KPK)를 무력화시킨 2019년 KPK법 개정안의 번복을 명시적으로 주장한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여러 패널들과 상대 후보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잘 대응한 간자르에게도 후한 점수를 주었다.
간자르에게는 중부자바의 높은 실업률과 그의 주지사 시절 중점 사업 중 하나인 농민들이 보조금 비료 상황을 확인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까르뚜 따니(Kartu Tani), 즉 농민카드에 대한 비판성 질문이 쏟아졌다.
한편 쁘라보워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준비가 덜 된 듯 애매한 답변을 종종 내놓았는데 일반 대중들은 그런 답변도 수용하고 때로는 환호하겠지만 교육수준 높은 유권자들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피르만은 평가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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