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 등 소외열대질병(NTD) 퇴치를 위한 지난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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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8일 나병 환자였던 하르또가 땅그랑의 한센인마을 '깜뿡 꾸스따'의 자택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다 (사진=AFP/Bay Ismoyo)
치명율이나 장애를 남기는 빈도가 높지만 감염자는 많지 않은,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열대질병을 소외열대질병(neglected tropical diseases), 줄여서 NTD라고 한다.
다양한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고 보건-사회-경제적으로
파국적 결과를 낳곤 하는 NTD가 전세계적으로 20개 이상
등록되어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보건의제에는 거의 누락되어 있다. 그래서 NTD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소외열대질병(NTD)을 근절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자체들을 통해 국민들이
건강한 생활 방식과 환경을 유지하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NTD 문제가 그런 식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보다 체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엔 보건기구는 2030년까지 NTD를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 또는 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든 상태다.
한편 3월 6일 세계 NTD의 날 기념식을 맞아 보건부 공공보건국장 마리아 엔당 수미위(Maria
Endang Sumiwi)는 인도네시아에서만 100만 명 이상이 NTD 질병에 감염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앞서 언급한 20여 종의 NTD 중
나병, 인도마마, 필라리아병, 주혈흡충증 등 최소 8종의 발병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2023년에 보건 당국은 1만4,000건 이상의
신규 나병 감염사례를 보고했고 124개 시군에서 해당 질병의 유병률은
1만 명 당 1건이 넘었다. 인도마마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희귀하게 발병하는 질환이지만 올해 들어 보건부는 말루꾸 주와 파푸아의 일부 주에서 69건의 신규 감염사례가
보고되었다. 주혈흡충증 역시 중부 술라웨시의 뽀소(Poso)와
시기(Sigi) 지역에서 발병사례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도 NTD 퇴치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 전국 514개 시군들 중 257개 시군이 올해 초 인도마마 청정지역으로
선포되었고 40여개 지역이 역시 올해 초 필라리아병을 성공적으로 퇴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부디 구나디 사디낀 보건장관은 NTD 퇴치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손을 씻고 야외 배변을
피하며 모기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고인물 웅덩이 제거 작업을 정기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지자체들에게 당부했다. 보건부는
이러한 절차를 감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지역에 관련 의약품 배포를 진행하고 있다.
건초 더미에 떨어진 바늘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들 NTD 질병들의 감염규모가 작아 결핵이나 말라리아 같은 다른 질병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거나 정책입안자들이 이 질병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걈염병리학협회(PAEI) 하리아디
위비소노 전 회장이 지적했다.
더욱이 이런 질병들은 주로 격오지에서 발생하고 있어 보건 종사자들이 이를 파악하고 특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하리아디는 요즘 나병 감염사례를 발견하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드물게 발병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쉽다. NTD는 치료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발병사례를 감시하고 포착하는 것이 더 어렵다. 이를 즉시 찾아내려면 적지 않은 감시 및 관리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즉 극악의 비용효율성을 보인다는 것이 NTD 질병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다.
하리아디는 이러한 재정적 문제 외에도 보건 종사자들이 NTD를 정확히 진단해 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일부 NTD는 정기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병세와 치료상황을 스스로 모니터링하도록 환자를 교육해야 하는 등 고려하고 극복해야 하는 여러 관건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감염사례 발견부터 환자 치료까지 표준 대응절차를 만들어 지역사회 보건소의 의료 종사자들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고 촉구했다.
PAEI의 감영병학자 마스달리나 빠네(Masdalina Pane)는 질병관리를 위한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하리아디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정부의 NTD 관리를 소방에 비유했다. 불이 나면 불을 끄지 위해 모든 소방자원들을 끌어 모으는 것처럼 NTD 감염사태가
벌어지면 자금과 의료인력을 쏟아 넣었다가 감염자들이 치료되고 나면 다시 경계태세를 늦추는 식의 기민하고도 신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스달리나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절대 숫자 문제에도 방점을 찍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7천명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있고 대부분 자바섬에 집중되어 있는데 전국에 1만1,000개의 보건소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병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NTD가 발생해도 관련 지식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의료인력이
해당 질병통제를 담당해야만 하는 구조다.
마스달리나는 NTD 완전 퇴치를 위해서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정부가 NTD 발생 예방을 위해 단단히 생각을 고쳐먹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자카르타포스트/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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