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현역 군인들의 민간부문직 겸직 법안 논란
본문
인도네시아 공군 창설 78주년 기념식.2023.10.5(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군경 고위급 인사들이 전역하지 않고도 정부 내 민간 부문 공직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과거 수하르또의 신질서시대 현역 군인들이 정부와 내각 요직을 차지하던 드위풍시(dwifungsi) 시스템 복귀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시민 단체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행정개선관료개혁부가 초안하고 있는 정부령 형태의 시행령 모법인 공무원법은 원래 국가공무원 모집과 관리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과 변화를 추구한다는 취지를 담아 지난 해 11월 공표됐다.
해당 법령은 현재 정부부처에서 근무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수백만 명의 비정규직 공무원들의 복지개선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부분은 그런 조항들 사이에 살짝 끼어 있는, 현역 군인과 경찰이 특정 민간 부문 공무원 직책을 겸임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이다. 이 사안은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지만 정부는 임명 방식 등에 대한 세부사항 규정하는 시행령 초안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법무인권부도 지난 13일(수)부터 국내 사안들을 관할하는 국회 제2위원회와 함께 해당 초안 핵심 사항들을 심의하기 시작했는데 4월 30일까지 완성된 법안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옵저버들은 이 규정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보존, 법질서 집행이라는 군과 경찰의 고유 임무를 넘어 자칫 군경 고위 장성들에게 광범위한 치적 권한과 통치권을 부여했던 과거 인도네시아군의 드위풍시 기능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 감시단체 임빠르시알(Imparsial)의 선임 연구원 알 아라프는 현역 군경이 민간 부문 공직을 맡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2년간 철권으로 통치했던 독재자 수하르또가 몰락한 후 수하르또 시대의 악습과 폐해를 모두 청산하고 줄곧 유지 발전시켜 온 개혁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부령 초안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군경의 기능은 민간 부문 부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과 치안에 있는 것이므로 해당 규정이 민주주의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군경 장성들이 민간 공직부문에 진입할 경우 정부의 현행 관료 시스템을 위협하고 공무원들의 승진과 보상 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며 궁극적으로 공무원 사회와 군경 사이의 알력과 충돌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인도네시아 현대사 속에서는 한때 군 장성이 되면 특정 부처의 차관, 차관보 직책을 자동 겸임하던 시절도 있었고 당시 군인들은 정부 안팎에서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시민 단체들 역시 공무원법과 군경 관련 현행법 사이에 여러 조항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행 군 관련법은 군인이 민간부문 공직을 맡을 경우 반드시 전역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정치사법치안조정부, 국방부, 국가정보원(BIN), 국가복원력연구소(Lemhanas), 국가수색구조본부(Basarnas) 등은 예외로 두었다.
그래서 이들 조직에는 현역 군인들이 즐비하고 특히 얼마전 조달비리가 포착되어 부패척결위원회(KPK)가 피의자를 체포하며 수사를 시작했다가 군의 강력한 항의를 받아 사과까지 하며 수사권을 군에 넘겨주는 선례를 남긴 국가수색구조본부엔 현역 3성 장군인 중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KPK가 무릎 꿇고 사과하며 물러갈 정도로 군의 입김이 강하고 적잖은 현역 군 장령들이 포진해 있는 조직들이 현 정부 안에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며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경찰법도 유사한 조항을 갖고 있어 현역 경찰은 사임 또는 은퇴한 후에야 경찰과 관련 없는 민간 공무원직을 맡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인 겸직조항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행정개선관료개혁부 장관 압둘라 아즈와르아나스는 이번 정부령이 최근 발효된 공무원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현행 군 관련법과 경찰법 기조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즉 기존 법령들의 프레임을 준수하는 선에게 계속 강행하겠다는 취지다.
현역 군인들이 모든 민간 부문 공직을 겸직할 수 있도록 다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겸직 가능한 공직의 종류를 제한하고 그 반대의 경우, 즉 민간 공무원들이 군이나 경찰 조직 안의 직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해 상호주의 방침으로 균형을 맞추겠다고 아즈와르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현역 군인과 경찰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정 민간 부문 공직에 발령내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의 필요에 따라 특정 공직에 적합한 군인과 경찰을 엄격한 절차를 거쳐 모집, 선발할 것이며 군대와 경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소정의 절차를 거쳐 엄선된 민간 공무원들을 자기 조직 안으로 영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해당 사안에 대해 쏟아지는 각계의 비판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