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농장 반대한 환경운동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증오 표현' 혐의로 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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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된 활동가 다니엘 프리츠 땅낄리산 (사진=안따라/Aji Styawan)
중부자바 까리문자와 제도의 한 환경 운동가가 해당 지역 새우 양식을 반대하는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증오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활동가들은 이 판결이 결과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았다고 비난했다
중부자바 저빠라 지방법원은 지난 4일 활동가 다니엘 프리츠 마우리츠 땅낄리산이 증오 표현을
온라인에 퍼트렸다는 이유로 7개월 징역형과 500만 루피아(약 42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에도 악명높은 2016년 전자정보거래법(ITE)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그나마 검찰측의 10
개월 구형보다는 조금 낮아진 형량이 선고됐다.
다니엘은 2022년 11월 까리문자와 제도의
쯔마라 해변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쯔마라 해변은 이곳 섬들에 소재한 새우농장에서
사용한 화학 폐기물로 심하게 오염된 상태다.
그는 동영상에 달린 악플에 격분하며 까리문자와 제도의 주민들이 이들 새우농장에서 나오는 새우들을 공짜로 즐기기만 하는 ‘새우 대가리들(otak udang)’이라고 반응했는데 까리문자와
주민들은 이를 증오 표현으로 간주해 다니엘을 고소했다.
다니엘 측 라삔 부디아르조 변호사는 유죄판결에 반발해 항소하기로 했다.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일
다니엘의 변호사는 ‘공익에 반하는 전략적 소송 자제 정책(Anti-SLAPP)’을
판사들이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안티 슬랩(Anti-SLAPP) 정책은 부자들 정치인들의 횡포에 맞선 환경운동가 등
공익적 비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립된 것이다. 부자들과 고위 정치인들은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질질 끌어 소송 상대방을 경제적 곤궁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비판자들을 위협하고 입을 틀어막으려는 시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3년 대법원이 환경문제를 다루는 하위 법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정책을 통해 증오표현, 가짜뉴스, 온라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덧씌워 침묵을 강요당하곤 하는 환경운동가들을 법적으로 보호한다는 취지였으므로 전문가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다니엘의 재판에서 이 안티슬랩 정책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재판부가
여전히 부자와 정치가들의 손을 공공연히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라삔 변호사는 “7개월의 징역형이 문제가 아니다. 환경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다니엘과 같은 경우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고 강변했다.
다니엘 이전에도 여러 활동가들이 말꼬투리를 잡혀 감옥에 투옥되곤 했다. 작년 10월에는 동부자바 반유왕이의 빠껠 마을에 살던 세 명의 농부가 자기 땅에서 벌어진 토지소유권 분쟁으로 싸우던 중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유죄를 받고 5년 징역형이 떨어진 사례도 있다.
환경 단체인 아우리가 누산따라(Auriga Nusantara)는 지난 5년 간 환경활동가들을 상대로 한 SLAPP 사건이 2019년 8건에서 지난해 30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나쁜 선례
전문가들은 다니엘이 징역형을 받은 이번 재판과 같이 안티 슬랩 정책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 재판 결과는 대체로 그 반대방향으로 달려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환경법센터(ICEL) 레이날도 슴비링 대표는 대법원 지침에 따라 어떤 범죄적
행위가 당초 계획했거나 결과적으로 초래한 환경 이익이 검찰이 제기한 혐의보다 더 중대할 경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다니엘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포스팅은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핵심적 인권, 즉 건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모두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레이날도 대표는 이번 다니엘의 재판 결과가 인도네시아 환경운동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다니엘의 사건 같은 경우 법집행 기관들이 안티 슬랩 규정의 적용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지부의 기후 에너지 운동가 디딧 위짝소노도 이에 동의하며 판사와 검사들이 더욱 강력한 환경 규제와 보다 진지한
환경운동가 보호방법을 고민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재판에 관여한 판-검사들의 환경 문해력이 떨어져 환경문제라는 큰 그림을 보지
않고 다니엘의 말꼬리만 붙잡고 늘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이날도는 환경운동가들을 기소하는 데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정보전자거래법(ITE) 몇몇
조문들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입안자들을 종용했다.
최근 해당 규정에 일부 개정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사회-정치적 거물들이 비판자들을 핍박하는 일에 해당 법조문들이 남용될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자카르타포스트/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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