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바뀐 국적'...인니 공무원의 행정 착오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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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착오로 인도네시아 국적을 잃었던 마를리아(왼쪽) (사진=BBC인도네시아/AAN SANGKUTIYAR)
남수마뜨라주 루부끌링가우에 사는 퇴직공무원 마를리아(61)가 지자체의 열악한 인구 데이터베이스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인도네시아 국적을 잃고 말레이시아로 국적을 바꾼 것으로 등재됐다가 뒤늦게 인도네시아 국적을 회복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8일 꼼빠스닷컴에 따르면, 마를리아가 인도네시아 국적을 상실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자녀가 2023년 8월 납세의무자번호(NPWP)를 신청하려 하면서 알게됐다.
법무인권부가 말레이시아에 사는 마를리아라는 이름의 인물에게 국적상실 확인서를 발송했다는 사실도 확인되면서 루부끌링가우의 마를리아는 갑자기 국외로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내무부 주민등록국장은 동명이인이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발생한 ‘기술적 오류’라며 소동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생년월일과 마를리아라는 이름까지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적을 딴 마를리아와 루부끌링가우에 사는 마를리아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인권부 법무행정국장은 루부끌링가우의 마를리아가 국적상실 사실을 인지한 후 10개월 만인 지난 6일 비로소 인도네시아 국적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결국 문제 자체는 원만히 해결됐지만 이 사건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인구 데이터베이스가 '난장판'이라는 사실과 정책과 규정의 시행에 있어 공무원들의 부주의와 시스템적 결함이 많은 허점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건 경위
2023년 8월 마를리아의 딸 이나야가 NPWP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어머니 마를리아의 주민등록증(KTP) 번호가 주민등록등본(KK)과 연동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나야가 지자체 주민등록국을 방문하자 어머니가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후 현지 국적을 취득해 인도네시아 국적을 상실했으며 이를 확인해 주는 법무인권부 확인서(SK)까지 첨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국적을 상실한 마를리아의 생년월일이 어머니의 것과 같지만 출생지와 거주지 정보가 달랐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이나야는 일단 집에 돌아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다음날 이나야는 가족들과 함께 주민등록국에 다시 찾아가 어머니가 국적 변경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항의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시민권을 얻은 또 다른 마를리아의 여권 사본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름과 생년월일만 같을 뿐 사진을 비롯한 다른 모든 개인정보가 이나야의 어머니 마를리아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마를리아의 국적회복 노력이 8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 끝에 2024년 5월에야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마를리아 본인과 가족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이나야는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직자들이 업무에 정확성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람이 뒤바뀐 이유?
내무부 주민등록국장 뜨구 스띠아부디는 이러한 행정착오가 발생한 책임 소재가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은 두 사람의 마를리아에 대해 별다른 확인도 없이 동일인으로 간주하고 국적상실확인서를 발행한 법무인권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인권부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 끼나발루에 살면서 현지 국적을 취득한 마를리아는 인도네시아 국민이던 시절 주민등록(KTP)를 만든 일이 없었다. 반면 루부끌링가우에 사는 마를리아는 당연히 KTP 등록이 되어 있었으므로 마를리아라는 이름으로 검색된 단 하나의 KTP, 즉 이나야의 어머니 KTP를 말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뜨구 국장이 루부끌링가우 주민등록국에 마를리아의 주민등록 데이터 복원을 명령했고 2024년 5월 6일(월) 오전 8시경 데이터 복원이 확인됐다.
한편 이 사건으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받은 루부끌링가우 주민등록국의 무하마드 익발 국장대행은 자신들은 당시 법무인권부의 확인 서한에 의거해 주민등록 데이터를 수정 처리한 것일 뿐이라며 일말의 억울함을 표했다.
엉망진창 데이터베이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공공행정 전문가 로이 발리안뜨 살로모(Roy Valiant Salomo)는 이번 사건이 인도네시아의 인구 데이터가 얼마나 엉망진창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데이터 입력과 관리의 문제뿐 아니라 내무부의 인구 데이터와 법무인권부의 일반 법무행정국 및 이민국 데이터가 제대로 연동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데이터 연동문제는 부처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실제 불이익을 당하는데 이번엔 심지어 외국에 단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퇴직 공무원이 행정착오로 국적을 상실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로이는 강조했다.[꼼빠스닷컴/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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