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와 뿌안 국회의장의 만남에서 드러난 투쟁민주당의 내부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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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9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발리 소재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GWK) 문화공원에서 열린 제10차 세계물포럼의 환영만찬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국회를 대표하여 참석한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과 만났다. (사진=안따라/Media Center World Water Forum 2024/Nova Wahyudi)
최근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발리에서 친근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눈 것이 투쟁민주당(PDI-P)이 쁘라보워 수비안또 차기 대통령 당선자 정부에 대해 취할 입장을 두고 당내 분열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쟁민주당은 지난 2월 총선에서 연거푸 세 번째로 국회 최다 의석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지만 대선에서는 패배해 차기 정권에서 야당으로 남을지, 아니면 여권으로 돌아서 쁘라보워의 연정에 참여할지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쁘라보워가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는 점이다. 그 후 투쟁민주당 엘리트들 사이에서 연정 합류 여부에 대해 일련의 엇갈린 메시지들이 흘러나왔는데 이는 각자의 상황분석과 가치관의 차이가 당 내부에 분열을 초래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투쟁민주당 총재이자 전 대통령인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의 장녀 뿌안 마하라니가 5월 19일(일) 저녁 발리에서 열린 제10차 세계물포럼 환영 만찬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투쟁민주당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대통령에 오른 조코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투쟁민주당을 배신하고 라이벌 정당의 쁘라보워를 지원해 당선시키면서 자신을 키워준 정당과 사실상 갈라선 후 뿌안과 서로 눈을 응시하며 악수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코위 대통령의 배신의 정점은 투쟁민주당 후보 간자르 쁘라노워의 손을 잡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어코 자신의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를 간자르의 라이벌인 쁘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붙여 준 일이다. 이는 해당 행위를 넘어 부통령인 아들을 통해 차기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사로운 권력 연장을 도모한 것이라 간주되는 지점이다.
뿌안은 이날 조코위 대통령을 만난 후 ‘그와 개인적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웃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이러한 화목한 만남은 뿌안과, 더 나아가 뿌안 등 뒤의 메가와띠가 조코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 해석되는데 이는 그간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여 쁘라보워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그 결과 부통령으로 당선된 장남, 북수마뜨라 주지사에 출마한 메단 시장 사위를 통해 자신의 정치 왕조를 세우려 한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해온 다른 투쟁민주당 엘리트들의 입장과 완전히 결을 달리 한다.
하스또 끄리스띠얀또 사무총장을 포함한 몇몇 투쟁민주당 엘리트들은 지난 4월 조코위 대통령이 메가와띠와의 화해를 위해 양자 회합을 모색할 때 결연히 냉담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 윤리위원회 꼬마루딘 와뚜분 위원장은 대선 당시 간자르 지지를 거부한 조코위 대통령이 더 이상 투쟁민주당의 일원이 아니라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투쟁민주당이 차기 정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어 지금보다 더 큰 내각을 구성하려는 쁘라보워의 계획, 즉 최대 부처 수를 규제한 현행법을 개정하려는 계획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투쟁민주당이 쁘라보워 정부 연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면 쁘라보워는 투쟁민주당이 요구할 장관 자리들을 더 만들어야 하므로 차기 정부 장관부처는 물경 40개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고 관련 법령도 이에 따라 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하스또 투쟁민주당 사무총장이 밝힌 가장 최근의 입장은 당이 해당 법 개정에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주 투쟁민주당 의원들은 쁘라보워가 안정적인 정권을 만들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투쟁민주당이 친쁘라보워와 반쁘라보워 진영으로 분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투쟁민주당 간부 아마드 바사라는 당내 분열이 있다는 관측통들의 분석을 부인했다. 그는 메가와띠가 최종 결론을 낼 때까지 당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명을 허용했다고 주장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가와띠가 최종 결론을 내리면 모든 당원들이 그의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당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내 세력들이 분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재차 지적했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그게 바로 분열이란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인디까또르 뽈리띡 인도네시아의 수석 연구원인 케네디 무슬림은 뿌안 마하라니가 이끄는 당내 실용주의 진영이 보다 유화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뿌안이 쁘라보워 정부에 합류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배후에는 국회의장직에 대한 물밑 보장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삼권분립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쁘라보워의 행정부를 지지하는 대가로 입법부를 투쟁민주당이 장악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뿌안의 실용주의 노선에 맞서는 세력은 하스또가 대표하고 있는 이념 중심주의 진영이다. 이들은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쁘라보워와 기브란이 대선 승리를 위해 사용한 꼼수들을 비난하고 그런 식으로 수립된 차기 정부 연정에 참여하지 않은 채 야당으로 남겠다는 주장의 중심에 서있다.
메가와띠는 아직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오는 5월 24일(금)부터 26일(일)까지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투쟁민주당의 전국실무회의에서 차기 정부에 대한 투쟁민주당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속 의원들이나 당원들 다수의 의사가 어떻든 메가와띠 단 한 명의 결정이 다른 모든 의견들을 묻어버리는 투쟁민주당의 독특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은 사뭇 비민주적인 것이 사실이다.
케네디는 쁘라보워와 조코위의 밀월이 계속되는 한 메가와띠가 일단 당을 야권에 포지셔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지금은 조코위 대통령의 입김이 차기 정부에 압도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언젠가 쁘라보워와 조코위의 동맹이 약화되는 순간 투쟁민주당이 연정에 들어가 조코위 세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려 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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