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교육부장관 5년의 성과...혁신적이었지만 교육계의 고질적 문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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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생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나딤 마까림은 2019년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기술부 장관에 임명된 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여러 정책들을 내놓았다.
그 중 상당수의 정책이 혁신적이거나 심지어 혁명적이라 간주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옵서버들은 나딤 장관이 지난 수십 년간 국가교육 시스템을 망쳐놓고 있던 고질적인 근본 문제들을 대체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나딤 장관의 대표적인 정책을 단 하나 뽑는다면 므르데까 학습 커리큘럼(Merdeka Belajar)을 도입한 것이다. 이 커리큘럼은 학생들의 인성 구축, 읽고 쓰기와 수리능력 등 학생들의 기본 역량 강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연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교사들을 지원하고 역량개발을 돕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교육부 고위 관리인 아닌디또 아디또모(AninditoAditomo)는 자신이 읽은 발췌문의 의미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할 정도로 학생들 전반의 낮은 문해율이 국가적 교육위기로 몰아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딤 장관은 신입생들이 입학하자마자 첫 주부터 과학이나 사회 과목 공부를 시작했던 이전 커리큘럼과 달리 므르데까 학습 커리큘럼을 통해 교사들이 매학년도 첫 1~2개월 동안 학생들의 읽고 쓰기 능력 강화에 초점을 두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습 스타일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수입을 구성할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보다 큰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했다.
유니콘 기업 ‘고젝(GoJek) ’경영인에서 갑자기 교육장관으로 발탁된 나딤 장관은 그의 이력이 국가교육 정책수립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세간의 우려를 낳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치러지던 국가시험(UN)을 국가평가(AN)로 대체하는 대담한 정책혁신을 시행하며 교육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가시험(UN)은 광대한 국토에 산재한 학교들이 실제로 불가피하게 학습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국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치러야 했던 수학, 영어, 인도네시아어 및 기타 과목의 표준화된 국가고시를 말한다. 그 결과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기본자료가 되기 때문에 지방이나 시골 학생들에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 시행된 국가평가(AN) 시스템에서는 각 학교에서 소수의 인원들이 국가표준시험을 치르는데 이 역시 특정 과목보다는 문해력과 수리능력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선 부족
나딤 장관은 므르데까 커리큘럼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간의 학습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에 효과를 발휘했으며 지난 2022년 국제학생 학업성취도평가 프로그램(이하 PISA) 순위에서 인도네시아가 6계단 뛰어올라 68위를 마크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지난해 12월 자화자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실시하는 PISA 조사는 읽기, 수학, 과학 분야에서 15세 학생들의 능력을 측정해 해당 국가의 교육품질을 평가한다.
하지만 교육전문가인 도니 꾸수마 (Doni Koesoema)는 이번 PISA 조사에서 인도네시아의 순위가 상승한 것이 사실이지만 각 부문의 절대 점수는 이전 조사에 비해 오히려 모든 항목에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PISA 조사에서 읽기능력 355점, 수학 359점, 과학 376점을 얻어 세계 순위 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이는 2018년 읽기능력 371점, 수학 379점, 과학 396점에 비해 10-20점 떨어진 수치다.
참고로 한국은 각각 534점, 542점, 538점으로 2023년 PISA 종합평균 세계 2위다.
도니는 PISA 점수가 떨어진 것이 나딤 장관이 교육부 수장으로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의 임기 중 코로나 팬데믹이란 큰 변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교육의 품질과 학생들의 성과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기본 임무 수행에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열악한 교사 처우
이와 별도로 국립연구혁신청(BRIN)의 교육전문가 앙기 아프리안샤(Anggi Afriansyah)는 나딤 장관이 만성적인 교사 부족, 교사들의 열악한 복지문제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딤 장관의 정책이 불필요하게 화려하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교육현장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이나 자원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나딤 장관이 학습 자율정책을 주장하는 가운데 정작 많은교사들이 불의한 현실에 노출되거나 너무 낮은 급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개선관료개혁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에서 70만 명 이상의 교사들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그 중 약 74%가 최저 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교육문화연구기술부 교사 및 교육 종사자 담당국장인 누눅 수리야니(Nunuk Suryani)는 교육부가 교사들의 복지 개선을 위해 교사의 지위를 정부 계약직(PPPK)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공무원을 뜻하는 ASN은 정규 공무원인 PNS와 비정규 공무원(계약직)인 PPPK로 이루어지는데 현재 상당수의 교사들이 PPPK로 업그레이드되어 ASN의 지위를 획득, 실질적으로 공무원 대우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눅 국장은 이미 77만 5천명의 교사들을 PPPK 지위로 업그레이드했고 올해에도 24만1천명을 PPPK로 편입시키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고 덧붙였다.
고등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비난
최근 나딤 장관은 공립대학들이 특정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가정의 학생들에게 기본 등록금(UKT)을 인상해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했다가 국가 고등교육을 상업화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UKT 시스템은 대학 등록금 납부방식을 최적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작된 방침으로 학생들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기본 등록금 액수가 차등적으로 조정되어 적용되는 방식이다. 즉 부유한 학생들은 등록금을 많이 내고 서민 가정 학생들은 적은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허용한 제도다.
그러나 새로 발표된 UKT 관련 장관령에 편승한 많은 대학들이 해당 규정의 빈 틈을 이용해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자 많은 예비 대학생들이 새로운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각 대학에서 항의와 데모로 이어졌다.
국민적 비난과 저항이 확산되자 지난 주 초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불려가 이야기를 나누고 나온 나딤 장관은 해당 정책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저항에 밀려 한 발 물러선 것인데 나딤 장관은 차기 정권이 들어선 내년엔 더 이상 장관이 아닐 것이므로 UKT 인상 정책은 이제 연기와 폐기 사이의 모호한 선상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다수의 공립대학이 2013년 민영화되면서 대학생들은 점점 늘어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이 어려운 공립대학들을 사학에 넘겨주면서 일정한 이익을 취하며 동시에 부담을 덜었지만 그렇게 정부가 민영화를 통해 챙긴 이익과 덜어낸 부담이 고스란히 등록금 인상이란 형태로 대학생들을 직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반둥공대(ITB)를 비롯한 여러 공립대학들이 학비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고금리 온라인 대출 옵션을 제공했다가 대대적인 비난을 받은 일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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