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찰 창설 78주년에 드리운 경찰의 폭력과 권력남용의 망령들 > 정치∙사회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인도네시아 경찰 창설 78주년에 드리운 경찰의 폭력과 권력남용의 망령들

사회∙종교 작성일2024-07-04

본문

경찰의 신뢰성을 결정적으로 추락시킨 페르디 삼보 치안감. 그는 자신의 부하였던 노프리안샤 요수아 후따바랏 순경을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사실이 밝혀져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경찰의 무능과 잔혹행위로 인해 폭발 직전인 대중의 분노와 아랑곳없이 장성급 고위 간부들의 정년 연장을 포함한 논란의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불에 기름을 부은 가운데 정작 경찰은 7 1() 성대한 창설 78주년을 기념식을 거행하며 자축연을 가졌다.

 

지난 1일 저녁 중부자카르타 국가기념탑(이하 모나스)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창설 기념식은 서수마뜨라 빠당에서 13세 소년 아피프 마울라나(Afif Maulana)가 경찰에게 체포되어 구타와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일파만파를 일으키는 가운데 진행되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아피프의 시신은 6 9일 꾸란지(Kuranji) 경찰서 인근 강변에 버려진 채 발견되었는데 유족들은 아피프를 포함한 수십 명의 학생들이 패싸움을 벌이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를 강행한 경찰들의 가혹행위로 아피프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수마뜨라 지방경찰청장 수하르요노 치안감은 아피프가 체포를 피해 스스로 교량에서 강으로 뛰어내려 사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체포한 학생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등나무 봉으로 때리고 담뱃불로 피부를 지지는 등 경찰관들의 학대행위가 있었음은 일부 인정했다. 내부 감찰 과정에서 17명의 경찰관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자백했고 이들의 처벌을 결정할 윤리위원회가 곧 열릴 예정이다.

 

지난 주 서수마뜨라의 유명한 바딱 지역 중 한 곳인 까로(Karo)에서 발생한 방화로 현지 기자 한 명과 그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 역시 경찰에겐 큰 악재로 떠올랐다.

 

해당 기자는 관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 도박과 마약 거래에 당국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사를 쓴 후 공개적으로 공권력의 타깃이 되었고 그의 일가족을 사망하게 만든 문제의 화재사건 역시 방화에 의한 것이란 정황이 뚜렷하다.

 

기자와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미적거리던 경찰이 이제 막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보다 약 한 달 전엔 8년간 잡지 못하고 있던 살인 용의자를 한 영화로 인해 경찰의 무능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자 마치 마술처럼 뜬금없이 전격 검거한 일도 있었다. <VINA: 이레가 지나기 전(Vina: Sebelum 7 Hari)>이란 실제 사건 기반의 영화가 5 8일 개봉하여 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불과 2주 후인 5 21일 그간 잡히지 않고 있던 주범 뻬기 스띠아완을 경찰이 검거한 것이다.

 

이 영화는 2015년 서부자바 찌레본에서 당시 16살이던 비나와 에끼를 오토바이 갱들이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재조명했다. 당시 해당 사건 처리는 누가 봐도 이상한 일 투성이었다.

 

더욱이 해당 사건의 주범이 30대일 것이라 추정했던 것과 달리 붙잡힌 뻬기는 27살에 불과했다. 수배된 도망자의 프로필과 붙잡힌 용의자의 프로필이 어긋난 것이다.

 

많은 이들은 경찰이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하라는 시민의 압박에 시달리자 아무나 붙잡아 그에게 비나 사건의 혐의를 뒤집어 씌운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뻬기 역시 찌레본 고위 인사의 친인척인 진범을 감추기 위해 경찰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당시 세 명을 놓쳤다고 발표했던 경찰이 이번에 뻬기를 검거한 후 다른 두 명은 가상의 인물일 뿐 실체가 없다며 수배자 목록에서 지워버려 이러한 의혹을 더욱 가중시켰다.


경찰의 잔혹성

국가인권위원회(Komnas HAM) 2020 1 1일부터 2024 6 24일까지 경찰이 자행한 176건의 고문 사례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찰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잔혹한 인권학대기관 목록 최상위에 연거푸 등재되는 기록을 남겼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는 지난 3년 사이 경찰에 의한 고문 사례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보고서에 담았다. 2021-202022년 사이에 15건이 보고되었던 것에 비해 2023-2024년 기간엔 보고 건수가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이다.

 

경찰의 만행 수위가 점점 더 도를 넘는 상황에서 정작 국회는 현재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면적 권한과 감시 및 정보 작전 수행 능력을 경찰에게 전적으로 부여하는 경찰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치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인터넷 접속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심지어 이를 끊을 수도 있으며 자유롭게 도-감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일은 이미 파푸아에서 소요가 벌어질 때마다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찰의 조치에 정식으로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하면 인터넷 차단, 도감청 등의 조치는 파푸아뿐 아니라 자카르타 등 대도시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인도네시아에서 시민들의 권리 공간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과도한 권력남용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우스만 하미드(Usman Hamid)는 당국과 위정자들의 일방적 입장뿐 아니라 다양한 관계 당사자의 의견을 개정안에 반영해 경찰과 시민 기본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동조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지난 주 거리에 나와 해당 경찰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경찰 권한을 제한하고 경찰이 올바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감시 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한편 최근 스타06(Star06)이라는 해커 집단은 자신들이 경찰의 사이버 보안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경찰관들의 신원자료와 기밀 문서가 포함된 데이터를 훔쳐 다크웹에서 판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의 신뢰성 회복?

2022년 경찰청 내무국장이었던 페르디 삼보 치안감이 자기 부하를 살해하고 수십 명의 경찰관들이 해당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바닥을 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지난 2년간 다시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하지만 페르디 삼보 치안감 사건 직후 이번엔 동부자바 말랑 소재 깐주루한 경기장에서 축구경기 직후 소요가 벌어진 상태에서 경찰이 관중들에게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해 닫힌 출구로 몰린 135명의 시민들이 압사하는 참사를 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기관 인디까또르 뽈리띡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두 건의 참담한 사건으로 인해 2022 10 53%로 최저점을 찍었던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이제 70%로 회복된 상태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인도네시아 여론연구소(LSI) 데이터 역시 경찰 신뢰도가 2022 10 54%에서 지난 4 70%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경찰감시단(IPW)의 수긍 뜨구 대표는 고무적인 최근 조사 결과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관들 사이의 범죄 봐주기 관행, 과도한 폭력, 하늘을 찌르는 오만함 등 잘못된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변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많이 본 뉴스
주요뉴스
공지사항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