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차기 대통령 쁘라보워 시대의 실용 외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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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 쁘라보워 수비안또(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겸 대통령 당선자 쁘라보워 수비안또가 보인 최근 잇단 해외방문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취해온 자유롭고 능동적인 외교정책에 인도네시아의 이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과감한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강한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후 5개월 동안 여러 차례 해외방문을 통해 14개국 정상들을 만났다. 인도네시아는 대표적인 비동맹국가 중 하나지만 쁘라보워 대통령 당선자는 국제 지정학적 변화의 큰 물결 속에서 해외순방을 통해 자신이 방문한 국가들과 경제, 안보,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분명히 표했다.
쁘라보워는 가장 최근의 해외순방에서 프랑스, 세르비아, 튀르키예를 방문했고 7월 30일에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안드레이 벨루소프 국방장관을 만났다. 서방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를 방문한 쁘라보워는 모스크바와 자카르타의 친분 강화를 위한 열망을 강조했고 이는 국제관계 옵저버들에게 그의 차기 정부가 당장은 국제적 빈축을 살지라도 인도네시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방 반대편의 국가들과도 동맹구축을 서슴지 않을 것이란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퀸즈랜드 대학교의 국제관계 전문가 리즈끼 M. 우마르는 쁘라보워가 어떤 외교정책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기엔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지만 그는 가능한 한 많은 국가들을 방문하며 매우 실용적으로 다양한 관계 구축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최근 그가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지난 수년 간 경제 및 국방 분야에서 그들과의 협력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두어 온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들과 갈등관계를 만들며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미국과 우호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면서도 딱히 미국의 눈치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마르는 말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지만 투자나 국방 면에서 최근 눈에 띌 만한 혜택을 받은 것이 없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쁘라보워의 국제정책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용적, 실질적이란 것만은 분명하며 인도네시아에게 이익이 된다면 어느 방향으로든 달려갈 것이라고 우마르는 전망했다.
쁘라보워는 지난 4월 1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나 긴밀하고도 지속적인 양국관계를 재확인했고 리창 총리, 둥쥔 국방장관과도 회담을 가졌다. 그런 다음 일본으로 건너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동경에서 만나 우호적인 양국관계를 다짐했다. 대통령 선거 당선 직후였던 당시 쁘라보워의 동아시아 순방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6월 12일 조코위 대통령 대신 요르단을 방문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고위급 회담에 참석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노후한 무기체계를 현대화하기 위해 최소기초전력(MEF)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미국 무기 확보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미국은 록히드사의 최신 5세대 전투기 F-35를 달라는 인도네시아의 요구를 거절하고 그 대신 보잉사의 F-15EX 이글 II 모델을 강요하여 이해가 엇갈렸다. F-15 이글은 미국의 유서 깊은 4세대 전투기 최신 버전으로 4.5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전투기이지만 그 성능과 전투력은 F-35에 당연히 미치지 못한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전쟁으로 시작된 미국의 러시아 제재 여파로 원래 러시아에서 SU-35 수호이 전투기를 들여오려던 계획을 결국 폐기하고 그 대신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전격 선회했다.
분석가들은 현재 아직도 진행 중인 미국으로부터의 무기조달 협상에 대해 가용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는 그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뜻이므로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실제로 미국 무기들의 조달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 규모가 미미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가자마다대학교(UGM)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다프리 아구살림은 나날이 양극화가 심해지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쁘라보워가 단호하고도 현명하게 외교관계를 수립해 나가야 한다면서 쁘라보워의 최근 해외순방에 일부 국가들이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그만의 전략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프리는 예전 인도네시아가 서파푸아를 네덜란드로부터 해방시키려 할 때 미국이 인도네시아의 이해에 동조하지 않자 수까르노가 소련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전격 돌아섰던 과거 사례를 들며 현재 미국이 인도네시아에서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쁘라보워가 수까르노의 당시 외교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쁘라보워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외교 행보를 보일지 의견이 분분한데, 일부는 좀 더 반서구적 행보를 예측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종래의 실용적인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지만 대체로 쁘라보워가 대외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이의가 없다.
다프리는 만약 쁘라보워가 차기 정부의 외교부 장관으로 충분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 대신 자신의 정치적 측근을 선택한다면 이는 그가 자신의 실용주의를 국제외교에 전폭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단언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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