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국립미술관 전시회 돌연 중단, 예술 검열 정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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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요스 수쁘랍또(Yos Suprapto)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국립미술관에서 자신의 그림 37점 중 하나를 전시하고 있다(사진=꼼빠스닷컴/MELVINA TIONARDUS)
자카르타 소재 인도네시아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에서 조코 위도도 전대통령을 풍자하는 작품들을 전시하려던 화가 요스 수쁘랍또(Yos Suprapto) 전시회가 돌연 중단되면서 인도네시아의 표현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족자카르타 출신 요스 수쁘랍또 화가의 ‘각성: 식량 주권의 나라(Kebangkitan: Tanah untuk Kedaulatan Pangan)’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지난 12월 19일(목) 개막 직전 예기치 않게 전시가 전격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요스 화가는 미술관 측에서 ‘한 때 인도네시아 대중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누렸던 인물’이 포함된 다섯 점의 그림을 전시하지 말 것을 요청받았다고 별도의 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술관이 배제하려 했던 그림들 중 하나는 한 농부가 개의 빨간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서 사업가 복장의 남자에게 손으로 밥을 먹여주는 장면이 그려졌고, 또 다른 그림 속에서는 신수도 누산따라의 가루다궁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가득 찬 쥐들을 배경으로 벌거벗은 두 남녀가 몸을 섞는 모습이 담겼다.
요스는 해당 그림들이 전시회 서사의 핵심을 이루는 것들이므로 미술관 측의 배제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전시회 개막을 두 시간을 앞두고 요스는 배제 요구를 받은 다섯 점의 그림 중 앞서 언급된 두 점의 그림을 검은 천으로 덮어 공개하지 않는 것까지는 양보했으나 나머지 세 작품들마저 내릴 것을 강요한다면 짐을 싸서 족자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미술관 측은 별도의 사전 공지 없이 일방적으로 전시회를 취소하면서 전시관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전기까지 내려버렸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이미 미술관 밖에는 이를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던 시점이었다.
미술관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조치에 활동가들은 수하르또의 신질서 정권 못지 않는 전체주의적 검열을 추구하는 행태라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지부의 우스만 하미드 대표도 지난 20일 조코위 전 대통령을 비판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요스 수쁘랍또 화가의 작품 전시를 막은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폭압적인 행태로 정부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오만한 태도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정치법무치안조정장관을 역임하고 지난 대선에서 투쟁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마흐푸드 MD도 X 플랫폼을 통해 그림이란 표현의 한 형태라고 명시해 미술관의 조치가 노골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렇게 각계의 비난이 집중되자 국립미술관 미술 큐레이터 수와르노 위스뜨로또모도 서면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미술관을 감싸고 들었다. 해당 그림들이 큐레이션 주제와 맞지 않고 해당 전시회가 의도했던 핵심 메시지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배제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판단이라 말하지만 특정 정치인에 대한 풍자 작품의 전시를 극구 막으려고 한 그의 행동에는 그 배후에 권력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정황이 보인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문제의 두 그림이 너무 저속하고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 찬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악평까지 서슴지 않았다. 예술적 관점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은유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 업계에서 일을 해야 할 큐레이터가 자신이 큐레이션하려 했던 작가를 대놓고 인신공격하는 것은 단단히 믿는 구석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와르노는 요스 화가와 마지막까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해당 전시회 개막 며칠 전에 전시회 큐레이터를 사퇴하고 나왔지만 전시회 자체를 보이콧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관련 발언에서 이미 요스 화가와 그 작품에 대한 일말의 악의가 충분히 엿보였다.
수와르노의 변명과 관계없이 소셜미디어는 주말 내내 시민 담론의 공간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들라뚤울라마(NU) 배경을 가진 정치인이자 고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의 딸 예니 와히드는 예술작품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국가의 업무범위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예술작품에 드러난 표현에 대해 누구나 다 좋아하거나 싫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민들 스스로 작품이 저속한지 고상한지는 스스로 판단하게 놔두어야 하며 거기에 정부가 개입해 참견하고 대신 판단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그녀는 강변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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