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 취임 4개월만에 맞은 대규모 반대시위 ‘암흑의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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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7일(월) 자카르타에서 대학생들이 ‘암흑의 인도네시아(Indonesian Gelap)’라는 주제로 시위집회를 열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에 임기 중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에 직면했다. 이 시위는 그가 선거공약 실천을 위해 강행한 긴축조치 때문에 촉발됐다.
19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전국에서 수천 명의 학생들이 ‘암흑의 인도네시아(Indonesia Gelap)’라 쓰인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대대적인 도로시위를 벌이며 현재 정부정책이 국민들을 더욱 억압하며 유해한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대학교 학생회연합(BEM SI)은 쁘라보워의 무상급식 프로그램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교육 분야를 포함한 각 부문의 대규모 예산삭감에 반대하기 위해 이 시위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쁘라보워 대통령은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포함한 그의 여러 신규 정책들을 구현할 자금을 국회가 이미 승인한 예산 이상으로 추가 확보하기 위해 2025년 국가예산 중 총 306조 7천억 루피아(약 26조 5천억원)를 부처 별로 삭감하라는 대통령 훈령을 발표했다. 이는 국회의 심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대통령이 힘으로 밀어붙인 것에 대해 각계의 지적과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쁘라보워는 이 예산 삭감이 단지 1차일뿐이며 이후 여러 단계의 추가적인 재정 통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750조 루피아(약 65조 원) 이상을 절감할 예정이라 밝혔다.
정부는 ‘예산절감’ 또는 “예산 효율화’란 용어를 쓰고 있지만 이는 정부예산 총액을 줄여 절약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삭감한 금액을 무상급식 재원 등 쁘라보워 브랜드의 정책 프로그램들을 구현하기 위해 전용하겠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부는 전국 교사들이 매월 받는 혜택의 기반이 되는 교원 자격증 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포함해 최대 8조 루피아(약 6900억 원)를 삭감할 예정이다. 압둘 무띠 초중등교육부 장관은 이로 인해 올해 당초 목표했던 80만 명의 교원 중 절반만 해당 자격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국 교원들이 받는 전체 수입의 대규모 감축을 의미한다. 압둘 장관은 정부 정책에 이렇게 적극 협조한 공적을 인정받아 취임 100일간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장관 5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7일 전국적으로 벌어진 학생시위에서는 예산삭감 취소와 무상급식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를 요구했고,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단순히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지 말고 저소득 가정에 혜택이 도달되는 실질적인 정책이 되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이 시위는 2월 18일에도 발리와 동부자바의 말랑에서 계속되었고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 학생들이 의료를 포함한 공공부문 예산삭감에 대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무상급식을 위해 공공의료를 희생시키지 말라는 주장이다.
거리 시위와 함께 소셜미디어에서도 검은색 배경에 인도네시아 국가 엠블럼인 가루다가 그려진 이미지가 #IndonesiaGelap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와 수백만 번 공유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X 플랫폼에 오른 검은 배경의 가루다 엠블럼 (X.com)
최근 디지털 영역에서는 또 다른 결의 대중적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데 이는 젊은 인도네시아인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KaburAjaDulu라는 해시태그를 기치로 내걸고 이 나라를 떠나자는 화두를 달구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거나 해외 유학을 다녀온 젊은 고급인력들을 중심으로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로환경의 인도네시아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직업을 구하자는 것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고급인력과 젊은 두뇌의 해외유출을 뜻한다. #KaburAjaDulu 해시태그는 ‘일단 떠나고 보자’란 의미다.
집권 100일의 평가로 80%를 넘나드는 국정지지도에 취해 자축하고 있던 쁘라보워 정부로서는 이번 시위가 당혹스럽고 학생들의 반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증명하듯 전 정권 실세로 현 정권에서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굳건한 위상을 지킨 루훗 빈사르 빤자이딴 전 해양투자조정장관이 나서 ‘인도네시아가 암흑이 아니라 너희들이 암흑’이란 취지로 시위대에게 쏘아붙였다.
잘 준비된 통합 프로그램
국가연구혁신청 (BRIN) 수석 연구원인 시띠 주로는 이번 주 시위가 쁘라보워 대통령의 임기 초기에 여러 정책들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채 중첩 발표되면서 누적된 대중의 불만, 특히 젊은 세대의 불만을 투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띠는 현재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공약을 이행한다는 명목 하에 ‘이 구멍을 파서 저 구멍을 채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는 필연적으로 정권의 안정을 위협하는 민중의 분노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학생들이 거리에서 좌절감을 표출할 때 정부와 내각은 자신들이 뭔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돌아보며 진지하고 사려깊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대체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오히려 상대방을 비판하고 있다. 그 일례로 쁘라보워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정부 정책에 불복종하고 반대하는 ‘작은 왕’들을 결코 두고 보지 않겠다는 위협적인 발언까지 내놓은 바 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부센터장 메들리나 K. 헨디띠오는 지난 18일 생방송 토론에서, 무상급식 프로그램 시행을 위해 ‘잘 짜인 계획’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단계적 목적을 분명히 한 상태로 우선 순위 프로그램 목록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이견과 비판이 제기될 때 이에 대처할 프로토콜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기회를 달라는 국무장관
쁘라보워의 그린드라당 소속 정치인인 쁘라스띠요 하디 국무장관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쁘라보워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계획한 바를 펼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그는 정부가 국가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할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각 부처의 정부예산 삭감을 지시한 대통령 훈령이 의례적 행사나 불필요한 출장 같은 비생산적인 지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도를 곡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대학생들의 의견 표출은 좋은 일이지만 반대하더라도 좀 더 신중히 관찰한 후에 뭘 좀 알고서 반대하라는 것이다.
쁘라스띠요 장관은 재무장관과 의회가 예산 효율성 조치(예산삭감)가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격요건에 부합하는 1,860만 명의 학생들에게 45만 루피아(약 3만9천원)에서 180만 루피아(약 15만6천원)를 지원하는 스마트 인도네시아 카드, 장학금, 교육기금 관리 등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 이상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부처 예산을 엄청난 규모로 줄여 무상급식에 투여하지만 민생과 교육현장의 모든 정책들은 전혀 영향받지 않고 원래 예정되었던 규모 그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암흑의 인도네시아’ 시위는 애당초 정부의 그런 주장을 믿을 수 없어 시작된 것이므로 도로의 학생들을 납득시켜 집에 돌려 보내기 위해서는 말로만 하는 설명 이상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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