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아침무상급식 폐기 발표하자, 중앙 정부가 급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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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6일, 정부가 제공하는 무료 영양 급식 프로그램 첫날 모습(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자카르타 쁘라모노 아눙 주지사와 라노 까르노 부지사가 제창한 아침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에 중앙정부가 허겁지겁 승인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중앙정부가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의 무상급식 프로그램(MBG)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중단 지시를 하면서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린' 상태였다.
아침식사 무상급식 배경
아침식사 무료급식 프로그램이 처음 발표된 것은 지방선거 캠페인 기간이던 2024년 10월 경이었다.
모든 학생, 특히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이 비용 부담 없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이 쁘라모노 아눙의 아이디어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당시 쁘라보워수비안또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무상급식(MBG) 프로그램의 원형을 차용한 것이다.
쁘라모노는 2024년 10월 27일(일) 자카르타 주지사 후보자 2차 토론에서 자신과 라노 까르노가 당선되면 쁘라보워 대통령의 중앙정부가 시행하게 될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자카르타 관내 학생들에겐 무상 아침식사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쁘라모노는 스스로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자카르타 주민들을 위한 무료 아침식사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늘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뜨리삭띠대학교 공공정책 연구자 뜨루부스 라하르디안샤 교수는 아침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쁘라보워의 무상급식(MBG) 프로그램과 유사해 대중 사이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누가 봐도 자카르타 관내 학생들은 이제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무상 점심식사뿐 아니라 자카르타 주정부가 제공하는 무상 아침식사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자명한데 말이다.
그러자 뜨루버스 교수는 2025년 1월 17일(금) 꼼빠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침식사 무상급식에 많은 예산이 필요해 주정부의 다른 분야 예산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즉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시절엔 인프라 건설이 대거 진행됐는데 아침식사 무상급식이 진행되면 그러한 개발과 건설이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카르타 주정부의 아침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도 그는 쁘라보워의 무상급식 프로그램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행정부 전체 부처가 대대적인 예산삭감을 강행하고 지방정부 교부금까지 줄이며 급기야 누산따라 신수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된 작금의 상황은 굳이 예로 들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밀당
그런데 쁘라모노 아눙 자카르타 주지사는 지난 8일(토) 자카르타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침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의 폐기를 발표했다. 그 대신 학교 구내식당을 개조하는 데에 주력해 학생들의 식사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아침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국가영양청(BGN) 다단 힌다야나 청장이 지난 2월 하순 마글랑에서 진행된 지자체장 집체 수련회에서 지자체장이 중앙정부의 무상급식과 동일한 활동을 따로 진행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는 것이다. 쁘라모노는 지자제장으로서 중앙정부의 방침을 거스를 수 없으므로 아침식사 무상급식을 중지하라는 국립영양청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당초 아침식사 무상급식을 위해 준비한 예산을 학교 구내식당 시설공사 등 관련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전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다단 한다야나 국가영양청장이 급히 말을 바꿨다. 그는 9일(일) 꼼빠스닷컴 기자에게 자신이 쁘라모노 아눙 주지사에게 아침식사 무상급식 진행을 오히려 권장했으며 특히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제안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다단 청장은 자카르타 주정부의 아침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도록 국립영양청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해당 프로그램에 전혀 이의가 없으며 오히려 자카르타 주정부의 해당 프로그램이 국가영양청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당초 상당한 자치권을 가진 지자체인 자카르타 주정부가 관할 구역 학교들을 대상으로 했던 무상 아침식사제공 프로그램은 분명 주정부 자체 판단과 예산으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쁘라보워 정권의 유일한 야당 포지션 투쟁민주당(PDIP) 소속 지자체장들의 대표격인 쁘라모노 아눙 주지사가 중앙정부에 저렇게 간단히 무릎 꿇고 아침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취임 이틀 전 뜨구 스띠야부디 주지사 직무대행이 중앙정부 요구에 따른 예산 삭감안에 서명해 확정한 후 물러나, 취임과 동시에 대폭 줄어든 예산을 받아 든 쁘라모노 주지사로서는 어차피 부족한 예산으로 아침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렵게 된 마당에 이를 전적으로 중앙정부의 탓으로 돌리며 폐기해 정작 자신은 모든 관련 책임으로부터 발을 빼는 영리한 행보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쁘라모노 아눙이 마글랑 지자체장 수련회에서 국립영양청로부터 중단 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해당 프로그램 폐기 발표와 함께 세간에 알리자 실망한 자카르타 관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된 국립영양청과 중앙정부가 급히 선회해 허겁지겁 자카르타 주정부의 아침식사 프로그램을 승인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주정부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태에서 다시 공을 넘겨받은 쁘라모노 아눙-라노 까르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꼼빠스닷컴/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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