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한 고비 넘긴 로힝야족, 그들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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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숩 깔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20일 현지언론관의 인터뷰를 통해 동남아시아 해상에 표류하고 있는 수천명의 로힝야족에게 1년간 쉼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9일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 태국 외교부와 회동을 갖고 아세안권역 내 국가 및 전세계의 공조를 받아 로힝야족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정했다.
이에 깔라 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년까지”라면서 “당연히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로힝야족, 잠정적인 아시아의 유대인?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과 로힝야족을 바라보는 서방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같은 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남아시아 해상에 표류하고 있는 로힝야족이 유럽에서 오랜 기간 박해를 받은 유대인과 같은 처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 인종·종교 차이로 박해를 받고 있는 로힝야족 보트피플이 과거 2차 세계대전때 유럽에서 탈출했으나 각국에서 거부당했던 유대인 난민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당시 나치 독일 치하에서 박해를 받던 유대인 난민 915명이 2차대전 발발 직전인 1939년 5월 함부르크에서 출발한 여객선 'SS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국외로 망명을 시도했다.
이들은 그러나 2주 뒤 도착한 쿠바에서 입국을 거부당했고 뒤이어 들른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로 쫓겨나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야 했다.
당시 유대인 탑승객 가운데 4분의 1이 나치의 강제 집단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신문은 부끄러운 과거로 남은 76년전 유대인 난민의 사례가 동남아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지난 수 주일 동안 최소 6천명의 로힝야족 보트피플이 안다만해를 떠돌았지만 이웃 국가에서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로힝야족이 미얀마에서 투표권은 물론 제대로 된 신분증도 가지지 못한 채 사실상 특정 지역에 갇혀 살고 있다는 점도 나치 치하 유대인 상황과 유사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 교도 이민족인 로힝야족은 '벵갈리'(벵갈인)라는 경멸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로힝야족에게 투표권을 줘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부딪혀 정부가 로힝야족의 임시거주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은 미얀마의 오랜 군부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 개혁이 추진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불교도 유권자들 때문에 로힝야족 언급을 조심스러워한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 산하 집단학살방지센터(SSCPG)는 지난 3월 미얀마 로힝야족 실태를 조사한 뒤 보고서를 내고 "로힝야족은 만연한 혐오발언과 시민권 거부, 자유운동 제한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대규모 잔혹행위, 심지어는 집단학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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