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 인도네시아 대선후보 인권침해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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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달 9일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로버트 블레이크(사진)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가 대선 후보의 인권 침해 기록을 조사할 것을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27일 블레이크 대사가 최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이메일에서 특정 후보를 명시하지 않은 채 대선후보의 인권침해 기록에 대한 조사를 인도네시아 정부에 촉구해 내정 간섭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레이크 대사는 이메일에서 "우리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인도네시아 정부에 그 주장을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대사관은 모든 인권침해 주장에 대한 조사와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미국은 누가 당선되든 당선자와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레이크 대사는 조사 대상을 밝히지 않았으나 1990년대 군 요직 재직 시 민주화 요구 학생 운동가 납치를 지시한 사실이 최근 폭로돼 논란에 휩싸인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연합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프라보워 후보의 인권침해 문제는 수하르토 대통령 실각 당시 국방장관으로 프라보워의 상관이던 위란토 국민양심당(하누라당) 총재가 최근 "1998년 프라보워 전략군사령관이 학생운동가 납치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군 인사위원회가 그를 전역 조치했다"고 밝혀 대선 쟁점이 됐다.
블레이크 대사의 발언은 내정 간섭 논란과 함께 미국이 투쟁민주당(PDIP) 연합 조코 위도도(조코위) 후보를 간접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특히 미국은 2000년 프라보워 후보가 신청한 비자를 인권침해 경력 등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어 그가 당선되면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싱크 탱크인 '민주·외교·국방센터' 투쿠 레자샤 소장은 "블레이크 대사가 강대국 대사로서 그런 요구를 한 것은 '비윤리적'이며 치명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블레이크 대사의 발언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주재국과의 우호관계 강화가 임무인 대사로서 국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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