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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내재된 성차별’로 비난받는 지방자치단체들 사회∙종교 편집부 2024-07-2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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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활동가들이 2020 3 8일 자카르타에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 참가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활동가들과 정부 산하 독립 기구인 국가여성대상폭력위원회(Komnas Perempuan– 이하 여성폭력위원회)가 정부에 '내재된 성차별'을 규탄하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웹사이트에 상식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음란한 이름을 공공연하게 붙인 것이 공공부문에 아직도 성차별이 만연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 부적절한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많은 웹사이트들이 시뻬뻭(sipepek) 또는 시스까 꾸 인띱(siska ku intip)과 같이 여성 생식기를 떠올리는 속어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여성폭력위원회는 변명의 여지없이 여성의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속어를 웹사이트 이름으로 결정한 것은 단연코 성차별적 감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안디 옌뜨리얀띠(Andy Yentriyani) 위원장은 이달 초 해당 지자체들에게 이러한 웹사이트 이름들을 순화해 변경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부자바 찌르본 시청은 자체 보건서비스 프로그램 웹사이트에 붙인 시뻬뻭(sipepek)이란 이름에 대한 명명 경위 등을 조사한 후 이를 시뻬뻬그(sipepeg)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찌르본 시청은 애당초 여성을 무시할 의도가 결코 없었고 시뻬뻭은 원래 모든 것을 포괄한다는 의미의 찌르본 방언이라 주장했다.

 

여성폭력위원회 마리아나 아미루딘 부위원장은 모든 국가 기관에 웹사이트 이름을 작명할 때 지혜롭고 명예로운 의미를 담은 인도네시아 표준어 또는 지역 방언으로 구성된 단어만 사용하도록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마리아나는 시스목(sisemok)이나 시몬똑(simontok) 같은 웹사이트 이름들 역시 여성을 대상화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에 사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작가인 올린 몬떼이로(Olin Monteiro)는 이러한 종류의 성차별적 작명 행위가 마치 일상적인 것처럼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성들의 몸매나 신체 부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의 소재로 삼고 풍만한 몸매를 기타나 호리병으로 비유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웹사이트에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름을 버젓이 붙인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과거의 뿌리깊은 성차별적 관행을 아무런 자각도 없이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전 선거관리위원회(KPU) 위원장 하심 아샤리가 그런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여성 해외 여론조사 담당자를 성추행한 혐의가 윤리위원회에서 인용되어 마침내 옷을 벗었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여성의 속옷에 대한 성차별적 농담을 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마흐푸드 MD 당시 정치법무치안조정장관도 부정부패범들의 아내가 정상적인 월급 이상을 벌어오지 않으면 안될 호화생활을 하면서 압력을 가해 남편들이 어쩔 수 없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게 만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올린은 정부 핵심인사들의 이러한 발언과 행태에서 보듯 정부 조직에 깊이 뿌리내린 성차별적 문화가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물들여 이러한 해괴한 웹사이트 이름들이 버젓이 나붙을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아세안 인권의회(APHR) 이사인 에바 꾸수마 순다리(Eva Kusuma Sundari)는 인도네시아에 성차별이 만연한 것은 학교와 기타 기관들이 성차별 문제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결과 필연적으로 도래한 사태라고 평가했다.

 

학교에서부터 도덕성, 존중, 관용을 키우도록 가르쳐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관료, 경찰,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성차별적 행동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정규 교육 시스템이 애써 가르친 가치들을 간단히 무력화시킨 실패 사례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찰과 정부 기관의 인식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뿐 아니라 양성평등은 물론 모든 측면의 평등을 지원하는 진정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나스뎀당 정치인이자 이전엔 투쟁민주당(PDI-P)에서 두 번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 에바(Eva)는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교육을 통해 이 문제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동가 올린도 중앙정부로부터 시골 이장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 기관에서 성폭력 근절법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를 돕고 성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가르치는 국가 차원의 교육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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