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단독후보팀 득표 절반 못 넘기면 다음 해 재투표 하기로 > 정치∙사회

2015년 지방선거(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지난 14일, 11월 27일 지방선거에서 경쟁 후보 없이 출마한 단독 후보팀이 과반 이하의 표를 얻을 경우 그로부터 1년 이내에 재선거를 치르도록 선거관리위원회(KPU)에 명령했다. 헌재에 해당 사법검토를 요청한 청원인의 요구를 인용한 것이다.

 

현행법 상 만약 단독출마 후보가 50% 이상의 표를 얻지 못할 경우 이른바 ‘빈 투표함(Kotak Kosong) 당선’이 선언되며 이듬해 또는 ‘현행법이 정하는 다음 시기’에 선관위가 재투표를 하도록 조직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즉 11월에는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청원인 측은 해당 조항이 재투표 시기에 대해 중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이 정한 ‘다음 시기’라면 지방선거가 5년마다 치러지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듬해가 아니라 5년 후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 수하르또요 재판관은 청원인의 지적대로 해당 조항이 1945년 헌법에 반하고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 ‘재선거는 최초 투표일로부터 최장 1년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재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자체장은 취임일로부터 5년 임기를 초과하지 않는 시점의 다음 선거에서 후임자가 선출되어 취임하기까지 재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내년 재선거로 당선된 지자체장의 임기는 올해 지방선거 당선자들과 똑같은 시기에 만료된다는 의미다.

 

11월 27일의 지방선거에서는 37개 주와 500개 이상 시군에서 주지사, 시장, 군수 등의 지자체장들을 선출하게 되며 이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지방선거가 단 하루 동시에 시행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선관위는 특정 지역에 후보 한 팀만 출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마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정당들에게 대체 후보를 내도록 장려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했음에도 불구, 최소 37개 지역에서 단독 후보가 나오게 되었다.

 

옵저버들은 이번 11월 지방선거의 단독출마 후보들 숫자가 역대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모하마드 아피푸딘 선관위원장은 11월 선거에서 ‘빈 투표함 당선’ 지역에서는 2025년 9월에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선거로 당선자가 선출될 때까지 해당 지역을 관리할 지자체장 직무대행은 중앙정부가 임명할 예정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투표용지

지난 14일에 열린 별도 심리에서 헌재는 무경쟁 지역의 투표용지 디자인을 변경해 달라는 청원도 인용했다. 단일 후보팀이 출마할 경우 유권자가 해당 팀의 어느 한 명에게만 투표하거나 공란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빈칸에 투표하는 것은 기권이 아니라 해당 단일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표시이므로 유효표로 간주된다.

 

청원인들은 투표용지의 빈칸에 투표해도 된다는 점과 그 이유 및 의미에 대한 설명이 없을 경우 기존의 투표용지 디자인은 선택의 여지없이 현지 단일 후보팀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은 청원인의 취지에 동의했고 설명이 없을 경우 빈칸에 투표하는 것이 단일 후보에 대한 거부 표시임을 유권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내용을 판결문에 포함시켰다.

 

결국 단일투표 출마 지역에서 사용할 투표용지에는 유일한 후보팀을 ‘동의’ 또는 ‘동의하지 않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경쟁 지역에 이러한 새 투표용지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은 차기 지방선거인 2029년부터다. 올해 지방선거 투표용지는 이미 인쇄와 배포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항의 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유일 후보 지역이나 복수 후보 지역 모두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도록 해달라는 청원은 헌재가 기각했다.

 

해당 청원을 낸 청원인들은 출마한 모든 후보들을 거부한다는 표시로 낸 빈 투표용지도 유효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던 아니스나 아혹이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 아예 출마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인쇄된 모든 후보들을 거부한다는 항의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