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개헌논의 고개 들어…선거 연기하고 MPR에 대통령 지명권 돌려주자 정치 편집부 2023-08-2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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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7일 시민들이 자카르타 투표소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하원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뽑기 위해 투표하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국민자문의회(이하 MPR)가 국가 차원의 위기 속에서 선거를 연기하고 MPR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또 다시 헌법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지난 해에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임기연장에 대한 담론이 국민적 역풍을 받으면서 관련 헌법개정 논의가 좌초된 바 있는데 이번엔 MPR가 또 다시 헌법개정 화두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말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인도네시아 건국 이후 다섯 번째 개헌이 된다.
지난 16일 조코위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이 있던 날, 과거 수하르또 독재시절 내내 집권여당이었던 골까르당 소속 정치인 밤방 수사띠요 MPR 의장이 국가적 차원에서 각 국가 기관들의 권한 안배를 다시 조정해야 할 적기가 왔다며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그 골자는 신질서 정권 당시 최고 의결기관이었던 MPR가 현재의 위기 상황 속에서 긴급한 사안들을 신속히 결정할 수 있도록 과거 강력했던 권한을 모두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MPR는 수하르또 정권이 몰락하던 1998년까지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간접선거로 선출하던 곳으로 과거 박정희 시절 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대의원 간접선거 방식의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선출하던 통일주체국민회의와 비견된다.
밤방 의장은 현행 헌법 상 긴급상황이 벌어져도 선거를 연기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차제에 헌법개정을 통해 그런 경우 어떤 기관이 어떤 절차를 거쳐 관련 조치를 해야 하는지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자연재해, 전쟁, 반란, 팬데믹 등 비상 시국엔 선거가 연기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서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밤방 의장은 이 문제를 다 함께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헌법개정을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결정이 MPR 단위에서 나온 것은 밤방 의장의 발언이 있기 일주일 전의 일이다. 하지만 당시 결정된 내용은 2024 총선 이후에 헌법개정안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밤방 의장이 굳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조급함을 드러낸 것에 다름아니다.
그는 MPR이 장기 국가정책지침을 만들어 행정부에 강제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수하르또 시절 수준의 막강한 권한을 다시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직선제 폐기 요구
국회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지역대표의회(이하 DPD)도 MPR의 헌법개정안을 지지했다.
라 냘라 마딸리띠 DPD 의장이 지난 16일 대통령 국정연설 행사 연단에 올라 국가 헌정 시스템의 개선과 정비를 촉구한 것이다. 그는 현행 직선제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국가 결속력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DPD는 과거 신질서정권 시절처럼 대통령과 부통령을 MPR가 지명하고 MPR가 의결한 국가정책지침에 의거에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평가하던 MRP의 과거 권한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밤방 의장의 주장에 적극 동조했다.
하지만 정작 당일 국정연설에 나선 조코위 대통령은 헌법개정에 대해 아무런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헌법개정 화두에 대한 질문을 받은 마흐푸드 MD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은 현행 헌법이 시대적 가치에 부합하는가 판단할 권리가 정부에 있지만 해당 사안을 논의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리라는 입장을 표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헌법개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과거 헌법개정이 이루어졌던 것은 그 이전의 버전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의거한 것이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질문의 본질을 교묘히 벗어나 그 논점을 흐린 것으로 평가된다.
신질서 정권으로 회귀?
직접선거제를 폐지하거나 유보하고 MPR의 과거 권한을 되살려야 한다는 MPR와 DPD의 주장이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젠트라 로스쿨 헌법학자 비비뜨리 수산띠 교수는 MPR가 최고 대의기관으로 부활하면 그간 오랜 투쟁을 통해 간신히 확보한 국가기관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릴 것이므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안달라스 대학의 헌법학자 페리 암사리 교수는 선거를 연기하자는 아이디어 자체가 현재 현직에 있는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의 기득권만 강화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그러한 헌법개정 요구에 일반 대중의 이해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2024 선거가 끝난 후에도 따로 논의되어야 할 하등의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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