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특파원 시선] 인도네시아 므라피 화산 '으르렁'…폭발 예고 사건∙사고 편집부 2020-11-1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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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촬영된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므라피 화산[신화통신=연합뉴스]
2010년 대폭발 이후 가장 큰 움직임…주민 1천여 명 대피 생활
"2010년 대폭발 때는 펑, 펑!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지금은 므라피 화산이 으르렁거리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족자카르타(욕야카르타)에서 관광 가이드로 활동해온 다르위야디(57)씨는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특파원과 전화 통화로 므라피 화산과 관련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국어가 능통한 다르위야디씨는 "2010년 대폭발을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어떤 규모로 폭발할지 너무 무섭다"며 "화산 기슭에서 농사짓던 주민들은 이미 대피소로 옮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에는 용암이 정상에서 20㎞까지 흘러내려 집이고 뭐고,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산업이 올스톱됐는데, 화산까지 터질 거라 하니 피해 규모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재난 당국은 이달 5일 "므라피 화산의 활동이 활발해져 용암이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보단계를 4단계 중 2단계에서 3단계로 높인 상태다.
한국에는 활화산이 하나도 없지만, 인도네시아에는 120개가 넘는다.
므라피 화산은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활화산이다.
므라피 화산은 1548년부터 폭발을 반복했다. 1930년 폭발해 1천300명이 사망했고 1994년과 2006년에도 폭발해 각각 69명과 2명이 숨진 바 있다.
가장 최근 인명피해를 낸 대형 폭발은 2010년 10월로, 350명 이상이 숨졌다.
당시 용암이 흘러내려 화산 반경 20km까지 소개령이 내려졌다.
화산이 며칠 동안 계속 폭발하면서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25km 밖까지 들렸고, 화산 주변 지역은 화산재로 대낮에도 가시거리가 1m도 안 될 만큼 깜깜했다.
폭발이 멈춘 뒤에는 원숭이 수천 마리와 고라니, 멧돼지, 새들이 떼를 지어 므라피 화산 주변을 떠났었다.
동물들은 화산재가 덮여 먹을 것이 없어지자 이웃한 다른 산으로 옮겼다.
므라피 화산 기슭 주민들은 활화산의 위험을 감수하고 농사짓는다.
화산재가 기존 농작물을 뒤덮으면 농사가 망하지만, 이듬해 작물을 심으면 잘 자란다. 화산재 속에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화산재가 기존 농작물을 뒤덮으면 농사가 망하지만, 이듬해 작물을 심으면 잘 자란다. 화산재 속에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또 2010년 대폭발의 흔적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다.
작년에 직접 므라피 화산 지프 투어를 이용해보니, 지프를 타고 산 중턱까지 올라가 대피소에 들어가 보고, 용암과 화산재로 피해를 본 주택을 박물관처럼 꾸며놓은 곳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용암에 녹아내린 유리와 시계, 동물 뼈, 살림살이 등이 가득했다.
므라피 화산 폭발에 대비한 주민 대피소[신화통신=연합뉴스]
현재 므라피 화산 기슭 주민 가운데 1천여명이 정부가 마련한 대피소로 이동했다.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 검사를 받고 음성임을 확인한 뒤 대피소에 입소했다.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이달 5일부터 30일까지를 므라피 화산 폭발 대비 비상 대응 기간으로 정하고, 2010년과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하고 있다.
대피를 망설였던 주민들도 므라피 화산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속속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화산 폭발·지진·쓰나미 등 자연재난 속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비는 하되, 좌절하지는 말자'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므라피 화산 폭발 대비해 화산재 보호막 씌운 보로부두르 사원[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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