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선] 4차 대선토론회: 조코위 정책 옹호하는 기브란, 마흐푸드와 무하이민의 협공 > 정치∙사회

2024년 1월 21일(일) 네 번째 대선토론회의 각 부통령 후보들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지난 21일 저녁에 시작된 2024 대선 4차 토론회에서 세 명의 부통령 후보들이 다시 격돌했는데 산업발전에서 농업개혁까지 망라하는 주제를 놓고 대체로 무하이민 이스깐다르와 마흐푸드MD가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를 협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2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토론회 전반에 걸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은 현 정부의 정책들을 옹호하며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토론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에너지, 천연자원, 농업, 환경, 원주민 공동체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열띤 공방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해결책은 거의 제시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아니스 바스웨단의 러닝메이트인 무하이민은 토지 분배와 소유권에 대한 정부 정책을 비난하면서 자기 땅을 단 한 뼘도 갖지 못한 농민들이 대다수란 점을 부각시켰다. 현 정부가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당초의 계획은 17~19% 선으로 낮춰 조정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의 러닝메이트인 기브란은 현 조코위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다운스트림 산업 발전프로그램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높은 국정지지도를 누리고 있는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상대 후보들에게 현 정부의 정책과 그간의 업적을 지지하고 인정하는지 노골적으로 물었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하면 조코위 지지자들이 해당 후보에게 등을 돌릴 것을 노린 것이다.

 

기브란은 “당신은 니켈 반대주의자입니까? 아니면 뭡니까?” 라며 무하이민을 밀어붙였다. 아니스-무하이민 선거캠프가 전기차 배터리 재료로 니켈 대신 리튬 철 인산염(LiFePO4)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 것을 꼬투리 잡은 것이다.

 

아니스-무하이민 측 캠프의 경제 고문은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배터리를 오직 니켈에만 기반하는 것이 산업적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리튬 철 인산염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저가형 양극제 재료로 널리 사용되지만 황산니켈을 주 재료로 사용한 양극제에 비해 이온전자 전도성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하이민은 천연자원 채굴에 있어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토론회 초반에 인도네시아 전역에 약 2,500여 불법 광산들이 운영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불법 광산들은 국민들에게 어떠한 혜택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BPK) 감사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역에 2,741개의 미인가 광산이 채굴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중 91개가 탄광이고 나머지 광산들은 다양한 광물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기브란이 정부가 불법광산들의 광산사업허가(IUP)을 취소해 버리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 반응하자 간자르 쁘라보워의 러닝 메이트인 마흐푸드는 광산업에는 수많은 브로커들이 불법광산업자들의 뒤를 봐주고 있어 IUP을 취소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기브란이 이 문제를 너무 1차원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었다.

현정보사법치안조정장관이자 전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마흐푸드는 불법 광산활동의 뒤를 봐주는 공무원들이 수없이 많다고 한 부패척결위원회(KPK)의 지난 주 발표를 그 증거로 내밀었다.

 

공허한 약속들

4차 대선토론회를 앞두고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에너지 전환문제 같은 뜨거운 이슈가 후보 토론회의 핵심 논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도 있었지만 실제 토론회는 이슈의 실체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며 전개되는 상호 인신공격이 주를 이루었고 후보들은 각각 상대방의 질문이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비난과 조롱을 주고받았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지부장 레오나드 시만준딱은 이번 4차 대선 토론회가 국가적 에너지 전환 노력의 핵심이 될 조기 석탄퇴출 프로그램 같은 주요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하이민과 마흐푸드가 한 편이 되어 기브란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흥미로웠지만 기브란이 현 정부의 농업개혁 노력의 일환으로 1억1,000만 개의 포괄적 시스템 토지등록(PTSL) 증명서를 발급했다며 애써 정권을 옹호하면서도 정작 해당 이슈의 핵심인 불평등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무하이민은 정부가 토지소유권 증서를 발급해 주었다는 기브란의 발언이 토지 재분배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에 답변이 될 수 없으며 농민들이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토지자산의 재분배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소(LIPI)의 정치연구부장 피르만 누르는 기브란이 농업, 환경, 문화 부문에 마치 개선해야 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처럼 가볍게 다루며 정형화된 표준답변만을 내놓으면서 정작 보다 중요한 다른 이슈들은 모두 무시해 버렸다고 평가했다.

 

토론회가 끝나기 직전 마흐푸드와 기브란은 세계가 친환경에너지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 생산비가 민간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해지는 균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상품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인 ‘그린플레이션’ 위협에 대한 대책 문제에서 충돌했다.

 

기브란이 그린플레이션 문제를 제기하며 공격해왔을 때 마흐푸드는 “난 그 문제를 답변할 적절한 위치에 있지 않으므로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과 청중들 사이에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이 토론을 지켜본 에너지쉬프트의 대표 뿌뜨라 아디구나는 점진적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석탄, 니켈, 팜오일 등 에너지 관련 천연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나중에 마흐푸드의 답변을 대신했다.

 

이번 4차 대선토론회는 2월 14일 선거일 이전 부통령 후보들 간의 토론회로서는 마지막이었다. 대통령 후보들이 마지막으로 맞붙는 5차 대선 토론회는 공식 유세기간이 끝나기 직전인 2월 4일로 예정되어 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