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국회 임기만료 직전 논란의 법안들 무더기 처리 조짐…”정치 엘리트 입맛대로” 정치 편집부 2024-07-1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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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회 건물 (사진=CNN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국회가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성급하고 속임수 가득한 방식 그대로 임기 중 마지막 회기에 다수의 논란투성이 법안들을 무더기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또 다시 보이고 있어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입법처(Baleg)는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빗발치는 반대 속에서 신질서시대 최고자문위원회(DPA)를 부활시키려는 대통령자문위원회(Wantimpres)법 개정안의 심의를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11일 전했다.
이로써 대통령 직할이었던 대통령자문위원회가 여타 장관 부처들과 같은 위상인 별도의 독립적 국가기관으로 거듭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번 결정으로 해당 법안들은 국회와 행정부 간의 공식적인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문턱에 섰다. 하지만 이미 국회 입법처가 만장일치로 법안 심의에 동의한 만큼 이후 해당 법안들이 정식 상정되면 본회의 통과는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국회 입법처가 대통령자문위원회의 정원 제한을 없애고 정당 대표들이 해당 기관 위원을 자동적으로 겸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 초안에 전격 합의한 것인데 초안 작성 완료 후 이틀만의 일이어서 졸속 결정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와 국회가 시간에 쫓기고 있으며 어느 정도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현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 쁘라보워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조속히 처리해 법제화할 필요가 있음에 현 입법부와 행정부가 같은 이해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평가들은 정부가 지난 2월 대선에서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와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의 당선을 도운 이들에게 해당 위원회의 새로 신설된 고위급 자리를 제공하여 보은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법안 하나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대통령자문위원회법 개정인은 쁘라보워의 10월 대통령 취임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급히 처리되고 있는 여러 문제적 법안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현역 군인을 정부 내 어떠한 직위에도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군사법 개정안, 경찰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감시 및 정보업무 수행 권한을 강화하는 경찰법 개정안도 함께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법안들이 위정자의 권력남용 소지를 높이고 그 대가로 시민들 운신의 폭을 더욱 축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법규정들은 무리하게 부통령으로 당선시킨 장남 기브란과 함께 퇴임이 임박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도모하고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될 전망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국회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국회의원들과 해당 법안들을 함께 심의할 장관들을 선임했다고 밝혀왔다. 그린드라당 소속 수프미 다스코 국회부의장은 정부 입장을 담은 공식 문서인 ‘DIM’을 받으면 현 국회의원들의 마지막 회기가 될 오는 8월 중순의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들을 공식 심의하여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전문가참모 디니 샨띠 뿌르워노는 국회가 DIM 서류를 요구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이 선임한 장관들이 해당 법안들에 대해 정리된 정부 입장을 DIM에 담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해당 절차가 밀실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입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들의 제안에 귀를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밀한 법안 준비 과정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국회가 임기만료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그 과정이 전혀 투명하지도 않고 공개적인 협의도 거의 거치지 않은 법안들을 졸속 입법하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우려를 도외시하고 위임된 권한을 오직 권력과 이익만을 위해 휘두르려 한다는 것이다.
NGO인 인도네시아 의회감시단(Formappi) 소속 루찌우스 까루스(Lucius Karus)는 현 국회의원들의 임기 중 마지막 단 한 번의 회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요구를 담은 법안들만 국회에 회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상정되는 법안들은 오직 정치 엘리트들의 입맛에만 맞춰져 있어 양질의 공익적 입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 인도네시아 정치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임기를 시작한 이번 국회는 2020년 헌법재판소법 개정, 2023년 전자정보거래법(ITE) 개정 등 다수의 법안들을 비밀리에 준비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경우가 많아 반복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다. 특히 전자정보거래법은 정부 비판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악법이라는 비난을 개정 이래 지금까지도 줄곧 받고 있다.
권한 남용
비판자들은 군사법 개정안과 경찰법 개정안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이들 두 기관은 그렇지 않아도 민간인들에게 과도한 폭력을 휘두른 전례가 셀 수 없이 많아 이미 수시로 비난 받고 있는데 그들의 권력을 확대하는 방향의 개정안들은 국민들의 기대에 역행할 뿐 두 기관의 신뢰도를 조금도 제고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 임빠르시알(Imparsial)은 이러한 법안들을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입법기관이 국민적인 비판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폭주하는 강압적인 기관으로 거듭나려는 조짐이라고 경고했다. 국회가 군사법 개정안과 경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는 구태의연한 이들 두 집단을 분별력 있는 전문적 집단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장 우스만 하미드 역시 이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군경이 더 큰 권한을 얻어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물론 개개인의 사생활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감시 메커니즘도 없이 군경의 권한만 확대하면 결과적으로 권리 남용의 위험만 키울 것이고 제대로 된 연구도 없이 통과시킨 설익은 규정들은 머지않아 파열음을 내며 국회와 국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그는 강변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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