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나' 살인사건 용의자, ‘숨빠뽀쫑’ 의식으로 결백 주장 사건∙사고 편집부 2024-08-1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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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본에서 2016년 비나와 에끼가 살해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8년을 복역하고 나온 사까따딸이 8월 9일(금) 숨빠뽀쫑 의식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사진=안따라/Fathnur Rohman)
2016년 찌르본에서 비나와 에끼가 살해당한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8년간 복역하고 나온 사까 따딸(Saka Tatal)이 숨빠뽀쫑 의식(ritual sumpahpocong )을 통해 자신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바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9일 안따라뉴스에 따르면, 사까 따딸의 법무대리인 파르핫 아바스는 당시 경찰 측에서 수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루디아나 경위가 일정을 바꿔 정작 이 의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금) 찌르본에서 진행된 이 의식에서 사까 따딸 측은 루디아나 경위를 아침부터 기다렸으나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는 루디아나 경위가 자신도 숨빠뽀쫑 맹세를 해야 할 상황을 모면하려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뽀쫑의 맹세’라는 의미의 숨빠뽀쫑은 자신의 증언을 강화하거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무슬림 망자를 염하는 방식인 ‘뽀쫑’의 모습을 하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다.
거짓을 말하면 신의 분노를 사 당장 그 자리에서 죽어 다시 염할 필요도 없이 그 모습 그대로 땅에 묻히게 된다는 대전제가 깔려 거짓말을 방지한다는 의미를 갖지만 공식적으로 숨빠뽀쫑을 하던 중 거짓말을 해서 죽은 사람의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무슬림은 물론 자바인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루디아나 경위와 그 법무대리인이 해당 의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파르핫은 비나와 에끼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루디아나 경위가 당시 용의자들을 불의한 방법으로 궁지에 몰아넣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까따딸은 찌르본의 빠드뽀깐 아궁 암빠란 자띠(Padepokan Agung Amparan Jati)에 운집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숨빠뽀쫑 의식을 치르며 결백을 주장했다. 빠드뽀깐은 이슬람 사원이 아니라 자바식 전통의식이 치러지는 곳이다.
변호인은 사까따딸이 숨빠뽀쫑 의식을 통해 현세와 내세에서의 모든 명운을 걸고 자신이 위협과 회유를 당해 당시 해당 사건의 유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며 그 모든 상황을 주도했던 루디아나 경위 측을 겨냥했다.
한편 빠드뽀깐 부관리인 사누시(Sanusi)는 사까따딸이 변호인과 함께 아침 10시30분에 도착해 숨빠뽀쫑 의식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의식의 순서는 우선 목욕 의례를 한 후 수백 명의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신을 싸는 광목천으로 뽀쫑 형태로 몸을 감싸는 것으로 진행됐다.
빠드뽀깐에서는 광목천과 장례용 꽃 등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 사까따딸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숨빠뽀쫑 의식을 위한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
사건 당시 사망한 에끼의 아버지이기도 한 루디아나 경위도 원래는 숨빠뽀쫑 의식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당일 결국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숨빠뽀쫑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나 특별한 증거 능력을 갖지 않지만 자바 무슬림들에게는 거짓말 탐지기 이상으로 진실을 가려내는 신뢰성 높은 잣대로 인식되고 있어 결백을 주장하는 이들이 마지막 방법으로 이 의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서로 의견이 충돌하는 양측이 숨빠뽀쫑의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거나 상대방의 잘못을 폭로해 서로에게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이날 의식은 사까따딸이 2016년 이른바 ‘비나 살인사건’과 관련 변호사를 통해 재심을 요구하면서 진행된 것이다.
사까따딸 측은 대법원에 제기한 재심 요청과 함께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열 가지 새로운 증거들을 내놓고 자신에게 걸린 혐의의 말소와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2016년 비나 살인사건 당시 경찰은 여덟 명의 용의자를 검거해 이중 당시 미성년자였던 사까따딸을 제외한 다른 일곱 명에게 종신형이 선고됐었고 최근에는 당시 도망간 주범이라던 뻬기 스띠아완이란 건설 노동자를 검거해 성과를 과시했다.
그러나 뻬기 스띠아완은 체포과정의 불법성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알리바이도 분명히 성립되어 모든 혐의를 벗고 석방되면서 경찰은 무리한 수사방식으로 무고한 사람을 오랫동안 유치장에 가두고 압박한 것에 대해 전국적 비난을 받았다.
그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사건 당시 두 명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데데가 당시 다른 증인인 아엡과 루디아나 경위를 비롯한 경찰 측의 회유와 압박을 받아 위증했음을 고백하여 사건수사와 재판결과가 뒤집힐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사까따딸이 해당 사건의 재심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아엡이 나서 데데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데데의 증언으로 용의자들의 유죄을 받아낸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동료 증인이었던 아엡이 데데를 고소한 것은 이상한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뻬기 스띠아완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체포가 드러난 것처럼 경찰이 2016년 사건발생 당시에도 용의자들과 증인들을 압박하고 회유해 중형을 받아냈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고 당시 사건에서 아들을 잃은 루디아나 경위가 복수심에 눈이 멀어 예단만 가지고 사건 수사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안따라뉴스/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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