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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에서 번지는 학생 사이버폭력 문화 `온라인 지옥`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2-08-1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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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온라인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온갖 폭력을 휘둘러 대곤 한다. (Unsplash/Kaitlyn Baker) (Unsplash/Kaitlyn Baker)
 
지난 7월 따식말라야의 한 학생이 집단 괴롭힘을 받은 끝에 사망한 사건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되새김질하지 않더라도 인도네시아 학생 사회에 사이버 폭력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피해학생이 고양이와 수간을 하는 동영상이 퍼진 후 동영상 속 그 학생이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그 비극적 사건의 기저엔 그를 그렇게 강요하고 괴롭힌 학급 친구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사건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따식말라야에 사는 11세 소년이 친구들의 강요과 괴롭힘에 못이겨 고양이를 수간해야 했고 친구들은 그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유포했다.그 동영상이 큰 화제를 일으키며 전국으로 퍼져나가자 해당 소년은 극도의 수치심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우울증은 물리적 건강마저 악화시켜 심각한 장티푸스 증세를 보인 끝에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10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아동보호위원회(KPAI) 따식말라야 지부장 아또 리난또는 아동학대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으로 드러난 학생들간의 집단적 괴롭힘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동보호위원회 따식말라야 지부는 이 사건을 포함해 올해 단 세 개의 사건을 다루었을 뿐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학생사회의 사이버 폭력이 수면 밑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아동보호위원회가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된 사건들만 다루므로 학생 사이버폭력 사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주기 쉽다는 것을 아또 지부장이 지적했다.
 
온라인에 도사린 위험
많은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에게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는 그리 낯설지 않다. 2019년 유니세프의 U-리포트에 따르면 14-24세 사이의 인도네시아 청년/청소년들 2,777명을 조사한 바 그중 45%가 채팅앱을 통한 괴롭힘부터 동의하지 않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포당하는 것에 이르는 다양한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24세인 아리(여)는 학창시절 한 남자선배에게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 당시 그녀를 괴롭히던 트위터 게시물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그 선배는 아리가 온통 여드름에 뒤덮인 못생긴 뚱뚱이여서 평생 누구와도 연애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리를 조롱했다. 그 일은 아리에게 후유증을 남겼고, 이젠 그 일을 견딜 수 있지만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23세의 에르윈(가명)도 2019년 학급 친구들이 만든 라인 그룹챗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학 2학기 때 그는 늦잠을 자 강의시간에 들어가지 못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룹챗을 통해 나중에 교수에게 미움 사지 않도록 수업에서 놓친 내용을 알려 달라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첫 두 명은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는데 갑자기 어떤 동급생이 ‘넌 이제 끝장 났어’라고 말하자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아까의 동급생이 다시 나서 ‘너 같은 놈은 욕 먹어도 싸’라며 공개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게 제3자에겐 별일 아닐 수 있지만 공개적인 공간에서 그런 막말을 들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에르윈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따식말라야 사건은 그런 모욕감이 감정적인 선에 그치지 않고 극심한 괴롭힘이 신체적, 물리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례다.
 
반둥에 사는 23세의 티아(가명)도 어떤 사람이 온라인에서 자신에게 악의적인 이야기와 함께 살해 위협을 퍼부으며 자신이 사는 곳을 노출시키는 경험을 한 적이 있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해 곤란해 처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식당에서 마주친 일이 있었다. 그날 그가 집까지 차를 태워주겠다고 하여 호의를 받아들인 것뿐이었는데 다음날 저녁 6시부터 티아의 트위터 알람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전 남자친구와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자신을 남의 남자를 빼앗으려는 꽃뱀이라고 매도하면서 자신의 예전 사진까지 찾아내 무작위로 온라인에 유포하는. 이른바 ‘신상털기’를 시전한 것이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끼어들어 ‘너는 살아봐야 민폐다’, ‘지옥에 떨어져 버려라’며 욕설을 퍼붓는 문자 폭탄이 티아에게 쏟아졌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사진들이 유포되어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므로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이 등 뒤에서 수군대는 불쾌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영원히 지속되는 후유증
에르윈은 그가 사이버 폭력에 노출된 것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당시 자신의 입장과 취지를 설명했지만 아무도 자기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는 당시의 트라우마로 아직도 그룹챗에 다시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티아 역시 사이버 폭력으로 도저히 복구할 수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그녀가 당시 겪은 경험은 결국 편집증으로 발전해 정신과를 다녀야만 했다. 당시 그녀를 뒤쫒아 다니고 집안을 엿보는 사람들까지 있어 지금도 오토바이 소리만 들려도 극도의 공포를 느끼곤 한다. 그녀는 부모마저 같은 불안감을 느낄까 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티아는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하며 처방약을 먹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그녀에게 퍼붓던 비열한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너무나도 쉽게 퍼붓는 비난과 욕설에 초연하기 어려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관련 학습이 필요한 상황
아동복지 전문가인 사회학자 제인 노블라인 테자(Jeanne Noveline Tedja) 교수는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로 이주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더 쉽게 괴롭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실명과 본인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가해자인 자신을 피해자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란 믿음이 아무나 괴롭혀도 된다는 잘못된 용기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소셜미디어 세계의 환경 속에서 그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유명인들의 프로필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혐오발언, 조롱, 빈정거림을 담은 부정적인 코멘트들이 달린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건 온라인 상에 만연한 사이버 폭력의 민낯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디지털 문맹탈출 또는 디지털 문해력을 많은 이들이 언급하고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하는 디지털 예절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온라인 상에서 적절한 예절규범을 준수하는 것은 글을 배워 문맹을 탈출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을 실컷 비난하고 조롱한 후 그게 다 농담이었다며 말한다고 해서 그간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농담인지 폭행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이 사실을 더욱 잘 이해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따식말라야의 5학년생이 사망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서부자바 부지사 우우 루즈한둘 울룸은 선정성이 사이버 폭력을 야기했다고 말하면서 가해자들이 행한 폭력 자체의 의미를 축소하는 매우 잘못된 가치관을 드러낸 바 있다.
 
“집단 괴롭힘 얘기를 많이 듣긴 합니다. 내 친구들도 따식말라야의 찌까또마스지역에서 물소와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우리 이웃은 닭을 수간하기도 했지만 그런 건 초등학교 시절에 어디서든 일어나는 일입니다. 다 농담일 뿐이에요. 일반적인 일입니다.” 라며 부지사는 아동보호위원회 따식말라야 사무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당당히 말할 정도로 학생들이 당하는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이에 아동보호위원회 아이 마르야띠 위원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반응했다. “도대체 어느 부분이 농담인 겁니까?집단 괴롭힘은 오직 마음에 다치게 할 뿐입니다. 그 결과 누군가는 상처받고 차별당하고 배척당하고 모욕당하는 겁니다. 그게 농담이라고요?”
 
아동보호위원회 따식말야 지부의 아또 리난또는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이버폭력 피해학생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도움이 대체로 결여되어 있다며 한탄했다.
 
현재 자카르타의 젊은이나 시골 학생들 모두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디지털 공간을 똑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거기서 발생한 사건의 후속처리 부분에서 지역적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는 정신심리학자나 심리상담 클리닉이 어디에나 있고 부모들 교육수준 평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따식말라야 같은 작은 도시나 시골에서는 그런 환경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다. 시골에서는 통장(RW)나 반장(RT)정도가, 그것도 그런 지식배경을 가지고 빨리 반응할 수 있을 때에만 엇비슷한 대응조치가 가능하다.
 
아또는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폭력은 디지털 기술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벌어지는, 긍정적이지 못한 사회현상이며 학생들을 사이버 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관련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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