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치안감 관저 총격 사건, 인니 경찰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 정치 편집부 2022-08-2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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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 삼보 치안감 손에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노쁘리안샤 요수아 후타바랏 순경의 사망을 은폐하려 한 사건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켜 경찰 내 엘리트 파벌주의자들의 권력 투쟁과 복잡한 조직 구조 수면 밑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던 불법도박의 세계까지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경찰이 이런저런 스캔들에 휘말리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경찰청 내무국장이란 고위 인사가 자신의 심복들과 다른 경찰관들을 동원해 휘하 대원인 요수아의 살인을 사주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이번 사건은 오래 기간 경찰 내에 고질적으로 곪아 있던 폭력적 문화와, 습관적으로 내재화된 은폐조작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21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경찰감시 시민단체인 인도네시아 폴리스 워치(IPW)의 수겅 떠구 산토소 회장은 이번 사건이 본질적으로 공정한 법 집행을 담당해야 할 최소 62명의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법을 어기고 스스로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 경찰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지적했다.
엘리트 파벌주의
경찰이 J 순경 살인은폐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현장을 훼손하여 경찰 윤리강령을 어기고 법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최소 83명의 경찰관들을 조사했는데 정작 국민들의 관심은 경찰 내 파벌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던 엘리트 특별 태스크포스의 수장 페르디 치안감의 역할에 쏠리고 있다.
메라뿌띠 특임대(Satgassus Merah Putih)로 알려진 해당 태스크포스는 원래 2016년 티또 까르나비안 당시 경찰청장(현 내무장관)이 창설한 경찰청장 직속기구로 경찰 수뇌부가 정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불법 마약, 돈세탁, 부패 및 사이버 범죄 같은 사건수사를 전담했다.
창설 당시 특임대 수장은 경찰청 형사국장인 이드함 아지즈(Idham Azis) 치안정감이었고 페르디는 그의 보좌관이었다. 이후 2020년 5월 페르디가 해당 직책을 이어받은 후 2022년 7월 한 차례 임기를 연장하면서 해당 기관 소속 대원들 수가 400명을 넘어섰다.
이후 이 태스크포스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중요 사건들을 마음대로 이첩해 갔으므로 타 부처들과의 업무 중첩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경찰관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비난을 샀다.
국가경찰위원회의 뿐키 인다르띠(Poenky Indarti)는 해당 특임대의 인원 선발이 능력주의 시스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친소 관계를 따져 임명하는 식이었으므로 다분히 배타적 성격의 조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리스띠요 시깃 쁘라보워 경찰청장은 이번에 페르디 치안감을 정직시키고 이후 계획 살인으로 기소한 후에야 해당 태스크포스를 해체시켰다. 태스크포스 해체 사유를 묻자 그는 더 이상 그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긴 대답을 회피했다.
불법 도박
페르디 치안감은 물론 자카르타 지방경찰청장 파딜 임란(Fadil Imran) 치안감을 포함한 다른 고위 경찰 장성들 다수가 불법도박 사업에 연루되어 있다는 문건이 나돌면서 해당 태스크포스가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던 것인가에 대한 의혹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그들은 ‘컨소시엄 303’이란 불법도박그룹의 일원이었다는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303이란 도박에 대한 규정을 담은 형법 조문번호에서 따온 것이다.
해당 문건에 대한 검증은 불가능했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페르디 치안감은 전국을 아우르는 온라인 도박 사업을 총괄한 도박 제국의 황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요수아 순경 살인사건과 여러 경찰관들이 연루된 법 집행 방해에 대한 특별조사에서는 페르디 치안감의 불법도박 연루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경찰이 예의 문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찰청 대변인 데디 쁘라스띠요 치안감은 불법도박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나올 경우 경찰청장의 지침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박 연루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리스띠요 경찰청장은 전격적인 불법도박 단속을 지시했고 해당 중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법도박 배후인물들이 경찰서장이든 국장이든, 심지어 지방경찰청장이든 반드시 해임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분명한 결기를 보인 것이다.
경찰청장 지시에 따라 경찰은 지난 18일(목)과 19일(금) 중부바자에서 두 건의 단속을 통해 34명의 불법도박 용의자들을 체포했는데 이중 여섯 명은 뿌르발링가군 보종사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온라인 도박 조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개혁의 걸림돌
경찰의 ‘예산 외 경제’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해온 머독 대학교 재키 베이커(Jacqui Baker) 교수는 예산 외 자금조달, 특히 불법도박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 경찰조직을 굴러가도록 하는 필연적 요소였음을 설명했다.
정상적인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지 않는 비용을 경찰이 알아서 충당하고 조달하기 위해 수면 밑에서 불법도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악, 또는 부패이긴 하지만 어쨌든 고귀한 명분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식되었고 일부 경찰들은 심지어 그것이 국가와 정부를 돕는 일이라며 자부심마저 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번 스캔들로 인해 경찰의 예산 외 자금조달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중대한 변화와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많은 요인들 중에서도 경찰 내에 창궐하고 있는 파벌주의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경찰의 파벌주의는 경찰개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파벌주의로 인해 경찰이 예산 외 경제활동에 목을 매는 것이고 그 매커니즘을 통해 막대한 불법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어느 파벌에 줄을 서느냐에 따라 해당 파벌이 일군 ‘예산 외 자금조달처’로부터 정상적인 월급의 몇 배가 되는 수입을 보장받아 개인의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고 그러한 막대한 사익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에 파벌에 충성하고 필요하면 서로 입을 막아 보안을 지키는 것이다. 베이커 교수는 이러한 파벌주의가 비단 경찰조직만의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안보전략연구센터(ISESS) 안보전문가 밤방 루민또(Bambang Ruminto)는 베이커 교수의 시각에 동의하면서 경찰 조직 내에 깊이 파고든 파벌주의로 인해 경찰이 뭔가 의미있는 개혁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법적 문제와 치안 이슈에 대해 도움을 줄 경찰관들에게 금전적 후원을 아끼지 않는 정치가나 경제인들도 경찰 내 파벌주의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다. 그들은 경찰들을 움직여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마음대로 옮기려 한다.
경찰 내 능력주의 진급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직 내 적대적인 권력투쟁을 악화시키며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볼모로 삼게 만든다.
밤방은 그래서 경찰청장이 누가 되느냐가 관건이며 경찰청장이 각 파벌들을 통합할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이번처럼 파벌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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