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조코위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 불참 의사 밝혀 정치 편집부 2022-09-0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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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2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제76회 유엔총회에서 원격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FP/Eduardo Munoz)
*본 내용은 자카르타포스트 9월 5일자 논설입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유엔총회(UNGA)에 또 다시 불참한다면 임기 중 벌써 여덟 번째 불참이 되는데 이는 대통령으로서 매우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비겁한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별다른 건강 문제도 없는 조코위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 연례 유엔총회에 불참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유류가격 인상이라는 호의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이 유엔총회 불참 사유라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 유엔총회까지 불과 일주일 남긴 시점인데 조코위 대통령은 뉴욕으로 날아갈 지 여부에 대해 아직 분명한 결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77회 유엔총회는 ‘분수령에 선 세계:얼키고 설킨 문제에 대한 혁신적 솔루션’이란 테마로 9월 13일에 열린다.
유엔은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유례없을 정도로 심각한 도전에 처한 인도주의 정신,정점에 다가가는 기후문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여러 사안들에 대해 커져가는 우려 등 여러 위기들이 서로 복잡한 상관관계로 얽혀 현재 세계가 역사상 초유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인식에 기반해 유엔총회 테마를 그렇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조코위 대통령은 렛노LP 마르수디 외교부 장관을 불러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얼마 후 자신은 국내 문제에 집중하겠다며 유엔총회 참석의사를 철회했다고 알려졌다.
처음에는 이슬람 성직자이기도 한 79세의 마루프 아민 부통령이 조코위 대통령을 대신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기로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의료진이 만류해 결국 부통령의 참석도 무산된 상태다.
한 고위 경제각료가 일단의 언론인들에게 밝힌 바, 정부가 유류비를 인상해 국민적 반발과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외일정을 잡아 떠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유류가격 인상이 발표되고 나서도 대대적인 시위와 데모가 일어나진 않는 시점에 이를 이유로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조코위 대통령의 핑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만일 그가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파국을 최소화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은 비단 수백 만 우크라이나 국민들뿐 아니라 그 전쟁으로 인해 당장 식량을 구할 수 없어 기아에 직면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이 될 것이므로 사실 조코위 대통령의 유엔총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코위 대통령은 연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할 적임자로서 최소 네 가지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오는 11월에 열릴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 정상의 자격이다. 이 정상회담은 지난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G20에 포함된 서방국가 지도자들은 푸틴이 참석할 경우 해당 정상회담을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6월 독일로 날아가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던 인플레이션과 곧 현실화될 식량-에너지 위기에 대처하자며 G7 정상들에게 G20 정상회담 참석을 설득하고 종용했다.
그는 이후 키이우와 모스크바 방문도 강행해 우크라이나가 곡물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니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발리에서 열리는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개인적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더욱 최근엔 중국, 일본, 한국을 방문해 양국간, 다자간 이슈들을 협의하면서 G20 회원국인 그들 역시 발리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종용했고 뉴욕에서도 G20의 또 다른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인디아, 브라질 정상들을 만나 G20 정상회담 초청장을 건넸다. G20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민주주의국가, 비민주주의 국가들을 포괄하는 세계 공동체다.
조코위 대통령의 두 번째 자격은 11월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회의의 의장국 정상이란 점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세계 최대 무역블록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회의(RCEP)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 열강들도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권역, 특히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아세안은 날로 복잡해지는 미얀마 문제를 인도네시아의 리더십을 통해 해결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얀마 문제는 권역 전체의 안전 및 안보문제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 지역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광분함으로써 권역 내에서 세계 열강들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아세안이 해당 권역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는 것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힘을 합쳐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자유 그리고 중립성을 지켜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리더십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 인도네시아가 인도와 미국 다음으로 세계 세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아주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해당 권역의 상징적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적 차원에서 민주주의 가치와 역할을 제고하는 데에 보다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졌으며 이슬람 차원에서는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가진 국가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라는 이념과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공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기간 증명해 온 국가다.
올해는 조코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내년엔 2024년 2월 14일로 예정된 대선과 총선을 위해 인도네시아 총력을 매진할 시기이므로 조코위 대통령이 유엔에 가는 것은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2024년에도 유엔총회에 갈 기회가 있지만 이미 차기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과정에 있게 될 그의 존재감은 지금과는 비할 바 없이 축소되어 있을 것이다.
유엔은 당면한 위기 속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하고 강력한 회복력을 가진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보다 총체적인 솔루션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G20 의장국 정상이자 아세안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유엔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엔총회 참석을 기피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총회 불참을 끝내 고집한다면 국내외적으로 그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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