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대법관, 재판거래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 정치 편집부 2022-09-2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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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대법원 건물 (출처=위키피디아)
최근 인도네시아 대법관 수드라잣 디미야띠(Sudrajad Dimyati)가 뇌물수수 혐의로 부패척결위원회(KPK)에 체포된 사건은 가장 공정해야 할 사법부조차 부패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인도네시아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은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법관과 법원을 감독하고 통제하며 민주주의 삼권분립의 한 축을 감당해야 할 대법원조차 사실은 다른 부처들과 하나 다를 바 없는 부패한 공무원들의 일터라는 사실이 이번에 여지없이 밝혀진 셈이다.
수드라잣 대법관은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던 한 민사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3일(금)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는 부패척결위원회가 자카르타와 중부자바 스마랑에서 진행된 일련의 단속을 통해 아홉 명이 검거된 사건에 연루됐다고 26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들 아홉 명의 용의자는 엘리 뜨리 빵으스뚜라는 사무원을 포함한 일단의 대법원 등기소 직원들과 KSP 인띠다나(KSP Intidana) 협동조합의 예금과 대출을 보존하도록 한 법원 결정에 무효소송을 제기한 두 명의 사업가, 그리고 두 명의 변호사로 이루어졌다.
수드라잣은 대법원장에게 불려가 수사에 협조하라는 얘기를 들은 후 그날 늦게 KPK에 스스로 출두했고 곧바로 구금됐다.
수드라잣은 KSP 인띠다나의 판결무효소송을 벌이고 있던 이반 드위 꾸수마 수잔또, 헤르얀또 따나까 등 두 사람에게 호의적인 대법원 판결을 내려준 대가로 8억 루피아(약 7,56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두 사업가는 원래 스마랑 소재 협동조합원으로 약 1조 루피아(약 944억 원)에 달하는 다른 조합원들의 예금 상환의무를 다할 수 없게 되자 협동조합 인띠다나의 파산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로비를 벌여왔다. 그들은 스마랑 상무법원에서 패소했으나 대법원 청원을 통해 최종 승소했다.
이반과 헤르얀또는 해당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변호사들을 통해 대법원 사무원과 직원들에게 20만2천 싱가포르 달러(약 2억 원)의 뇌물을 공여했는데 그중 일부가 수드라잣 대법관에게 까지 흘러 들어간 것이다. 부패척결위원회는 수드라잣 대법관과 다른 용의자들이 또 다른 사건에도 연루되어 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부패척결위원회 알렉산더 마르와따 부위원장은 24일(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대법원에 계류된 다른 사건들과 관련해서도 대법원 직원들이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잡고 KPK 수사팀이 해당 사건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자이룰 라바인 대법원 감사처장은 대법원이 KPK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대법관을 선발하고 윤리강령위반을 위반한 판사들을 조사하고 그들에 대한 행정조치를 권고하는 사법위원회는 부패척결위원회 수사와는 별도로 수드라잣 대법관과 엘리 사무원에 대한 윤리강령위반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뽄티아낙 고등법원 출신인 수드라잣은 예전부터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는 대법관 후보에 처음 오른 2013년, 국회사법위원회 청문회 기간 중 청문위원인 한 국회의원을 매수하려 했다는 추문에 연루된 적이 있다. 청문회가 막 끝난 직후 화장실에서 해당 국회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내는 장면이 한 뉴스기자에게 포착됐던 것이다.
사실상 범죄 현장을 포착당한 셈이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다른 후보들의 신상을 확인하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결국 그의 대법관 후보지명은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후 그는 사법위원회를 통해 자신의 불명예를 씻는 데에 성공했고 이듬해에 국회의원들 동의를 얻어 대법원 민사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부패감시단체 ICW의 한 반부패활동가는 문제 많은 이력을 가진 수드라잣이 대법관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후보선정 과정에서 대상자의 청렴성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관행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수드라잣은 작년에 대법관 후보 선정 과정에 평가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그의 체포로 인해 사법부 부패에 세간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사법위원회의 외부감독을 끈질기게 저항해 온 대법원에 대한 보다 철저한 감독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담론에 불을 붙였다.
ICW 측은 대법원의 자체감사와 사법위원회의 감독이 느슨해 사법시스템이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직 꼬리를 잡히지 않은 부패한 판사들과 법원 직원들이 재판거래와 뇌물수수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부패척결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21명의 판사들이 부패혐의에 연루됐다. 그중 가장 악명높은 사건은 대법원 사무국장 누르하디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대법원이 판결한 세 건의 소송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당시 부패척결위원회는 2020년 2월부터 누르하디를 긴급 수배했으나 그해 6월까지도 행방이 묘연하자 누군가 법집행 기관의 수사로부터 그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커졌다.
사법위원회의 빈지아드 까다피(Binziad Kadafi)는 23일(금) 사법위원회가 부패척결위원회, 대법원 감사처와 협력을 강화해 판사들과 법원 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근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위원회는 판사가 아닌 법원직원들에 대해서도 사법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는 최근 부패사건들의 패턴을 보면 판사들이 직접 뇌물수수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법원직원이나 사무원들을 통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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