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경찰 연루 사건 수사한 간부 파면, 또 다시 불거진 경찰 범죄 문제 사건∙사고 편집부 2024-10-1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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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빵 소재 NTT 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리아산디 총경(왼쪽)이 사건을 설명했다. (사진=NTT 경찰대변인)
경찰관 여러 명이 연루된 보조금 연료 밀매 사건의 수사 절차 위반을 문제삼아 이 사건 수사를 주도한 루디 소딕 경위를 파면한 동누사뜽가라(이하 NTT) 지방경찰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루디 경위는 NTT 주도 꾸빵(Kupang)에서 보조금 디젤연료를 불법적으로 빼돌리는 데에 사용된 두 개 건물에 폴리스 라인을 쳤다는 이유로 지난 8월 NTT 지방경찰청 내무국 조사에 회부되었고 관련 윤리위원회 청문회가 지난 주에 열렸다.
윤리위원회는 루디 경위가 건물 안에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고 적법한 서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문제의 건물들에 임의로 폴리스라인을 쳐 표준수사절차를 위반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지난 13일(일) NTT 지방경찰청 대변인 아리아산디 총경은 루디 경위가 수사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저질러 건물주들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므로 경찰윤리강령 위반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디 경위가 그 외에도 근무시간에 동료와 함께 가라오케 룸을 방문하는 등 지난 2개월간 여러 건의 윤리강령 위반행위를 했으므로 그에 대한 파면 결정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그 다음날인 14일(월) NTT 지방경찰청 내무국장 로베르트 A 소르민 총경은 증인들의 증언과 다른 형태의 증거들을 토대로 루디 경위의 파면이 결정되었으며 윤리위윈회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루디 경위가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간 것은 윤리위원회의 파면결정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재차 증명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연료 밀매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6월의 일이다. 루디 경위는 아흐맛이란 인물이 꾸빵에서 위조된 바코드를 사용해 대량의 보조금 디젤연료를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바이오디젤의 시장가격은 리터 당 1만2,100 루피아(약 1,040원)인데 사업가나 농부들이 국영석유가스공사 쁘르따미나(Pertamina)가 발급한 바코드를 제시하면 같은 연료를 거의 절반 가격인 리터 당 6,800루피아(약 58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그 차액만큼을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루디 경위는 아흐맛이 로 아그완이라는 어부의 신분증으로 어부 행세를 하며 보조금 디젤연료를 매집하고 있다는 혐의를 잡고 그를 체포했다. 체포된 아흐맛은 체포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경찰들에게 400만 루피아(약 34만 원)를 뇌물로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아프맛이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보조금 연료들을 자기 집에 모아 두었다고 말했지만 경찰이 들이 닥쳤을 때 증거물품들은 거기 없었다.” 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흐맛은 중간상인 알가잘리(Algajali)에게 보조금 연료를 팔았다고 주장했고 나중에 신병이 확보된 알가잘리는 자신이 보조금 연료를 불법적으로 취급하고 있었음을 자백했다.
문제는 그가 경찰들의 연루 사실을 너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알가잘리는 그렇게 매집한 보조금 디젤연료를 티모르레스테(동티모르)의 큰 회사에 팔았는데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NTT 지방경찰청 특수범죄수사국 경창관들에게 1,500만 루피아(약 129만 원)를 상납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을 토대로 루디 경위가 부하들을 이끌고 알가잘리의 집을 급습했지만 거기서도 역시 증거품을 확보하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증거물들을 치워버린 것이다. 이는 수사 상황을 소상히 아는 경찰 내부자가 범인들과 내통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루디 경위는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아흐맛과 알가잘리의 집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외부인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루디 경위의 그러한 수사 노력이 분명 누군가의 역린을 건드렸다. 두 용의자들의 집을 수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NTT 지방경찰청의 경찰관 여러 명이 루디를 경찰 윤리강령위반으로 걸어 내무국에 신고한 것이다.
기자들을 만난 루디 경위는 보조금 연료의 불법 거래 및 유통에 복수의 경찰관들이 비밀리에 연루되어 있어 자신의 수사로 불편해진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파면 결정에 대해 곧 이의신청을 제기할 게획이다.
민간 경찰감시단체인 인도네시아 폴리스 워치(IPW)의 수긍 뜨구 대표는 경찰관들이 아무리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범죄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루디 경위를 치하하긴커녕 오히려 파면하기로 한 경찰의 결정은 선을 심하게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도박 조직과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는 전 경찰청 내무국장 페르디 삼보 치안감이 자신의 부하 노프리안샤 요수아 후따바랏 순경을 사살했던 재작년의 이른바 ‘J순경 계획살인사건’을 소환했다. 당시 살인사건을 덮으려 했던 많은 경찰관들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유죄가 증명되었음에도 대부분 파면 당하지 않고 아직도 경찰 조직 내에서 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파면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나중에 승진한 이들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이 연루된 사건을 조사한 것만으로 윤리강령 위반혐의를 걸어 루디 경위를 파면한 것은 지나치게 불공정한 처사라고 수긍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중앙 경찰청 일반 감찰국에서 루디 경위의 파면과 NTT에서 창궐하고 있는 보조금 연료 밀대 마피아들에 대한 수사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리스띠요 시깃 쁘라보워 경찰청장에게 촉구했다.
현지의 반부패 활동가 가브리엘 고아 역시 경찰청이 직접 나서 이 사건에 연루된 경찰간부들을 조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TT 지방경찰청의 자체 조사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도시나 오지의 주유소에 있어야 할 보조금 연료들이 늘 동나거나 아예 도착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은 비단 NTT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는 보조금 연료를 싸게 매집해 기업이나 외국에 정상가격 또는 더 비싼 가격으로 팔아 막대한 불법 이익을 거두고 있는 밀매조직들이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범죄가 공공연히 벌어질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것은 군경, 또는 유력 토호들이 직간접적으로 뒤를 봐주며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긍 대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말 보조금 연료 불법 거래문제를 척결할 의지가 있다면 루디 경위 사건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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