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도네시아 가족 자폭테러 전, 아들은 울고 있었다 사회∙종교 편집부 2018-05-2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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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단지 경비원, 둘째아들 피르만이 우는 모습 목격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테러 동원된 듯
"피르만은 죽고 싶어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는 온 가족이 테러에 가담해 13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절대적 추종자 아버지와 어머니, 18·16세 아들들과 12·9세 딸들로 드러났다.
두 아들이 먼저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성당으로 들어갔고, 어머니와 두 딸들은 교회 앞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폭약을 실은 차를 타고 또 다른 교회에서 테러를 벌였다.
사건 당일 둘째 아들 피르만 할림은 수라바야 중산층 지역 룽꿋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멀지 않은 모스크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어두웠다.
피르만은 밝고 행복한 아이었다. 항상 입가에는 미소가 머물렀던 소년이었다. 주택단지 경비원 46세의 헤리는 18일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피르만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30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피르만을 그의 남동생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건 당일에 만난 피르만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다. 대신 울고 있었다. 피르만의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두드렸지만 피르만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아침 교대 전 기도를 하기 위해 모스크를 찾은 헤리는 그곳에서 피르만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
피르만의 아버지는 울고 있는 아들에게 "인내심을 가져라, 진실되라"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피르만은 하염없이 울기만했다.
헤리는 "나는 피르만의 아버지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묻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일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도가 끝나자 피르만과 그의 아버지, 그의 형은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헤리와 눈이 마주쳤지만 피르만은 아는 척을 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마지막 기도를 끝낸 형제는 이날 오전 7시30분 오토바이를 타고 산타마리아 성당에 들어가 자폭테러를 벌였다. 형제와 5명의 신도들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헤리는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피르만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헤리는 고개를 숙인채 "나는 피르만이 그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에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너무나 큰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피르만 가족의 테러가 있던 그날 밤 수라바야 인근의 시도아르조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는 사제폭탄이 폭발에 일가족 3명이 사망했으며, 다음날인 14일 오전 수라바야 경찰서 앞에서 2대의 오토바이가 폭발해 경찰 4명과 민간인 6명 등 모두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에터레도 일가족이 동원됐으며, 가족 구성원 5명 중 8세 소녀 1명만 살아남았다.
이들 가족 모두는 서로 알고 지낸 사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테러 고위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가족 전체가 가담한 자살폭탄테러는 전례가 없는 일로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르 후다 이스마일 대테러 전문가는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는 사람이 되려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가족 자폭테러는 동남아시아와 전 세계에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아이들을 죽이는 것이 용인되는 공동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후다는 이어 "인도네시아와 같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이들이 아버지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아이들은 매우 무력했다"며 "이 사건에서 아버지는 매우 급진적이었고, 어머니는 그의 자폭테러를 따르도록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을 보호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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