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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 바다 불법어선 1만척, 구글 AI가 물리쳤다 사회∙종교 편집부 2018-05-0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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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선박 위치 정보 보내면 AI가 운항 패턴·위성 정보 조합해
 
 
인도네시아 북부 리아우제도 앞바다. 일렬로 늘어선 어선 26척이 폭발음과 함께 불길을 내뿜으며 일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나포된 외국 어선들을 본보기로 폭침(爆沈)시킨 것이다. 비슷한 시각 인도네시아 근해 12곳에서 모두 81척의 배가 폭파됐다. 지난해 4월 1일 있었던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어선 318척이 폭파돼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해군과 해양경찰은 정선 명령에 불응하는 선박에 발포를 했다.
 
'불법 어선 공개 폭침 쇼'를 벌일 정도로 인도네시아는 불법 조업 어선들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베트남·필리핀·중국 등에서 온 어선들이 영해나 EEZ에 침입해 무단으로 물고기를 잡아갔다. EEZ 바로 바깥에 배를 세워두고 미리 고용한 인도네시아 어선들에 EEZ 내에서 물고기를 잡게 한 다음 건네받아 달아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이들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방이 바다인 데다 섬은 1만 7,504개, 해안선은 9만 5,18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매년 1만여 척의 외국 어선이 인도네시아 근해에 침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2014년 기준). 연간 손실액만 40억달러(약 4조 2,700억원)에 달했다.
 
불법 어선 폭침과 도주 선박에 대한 발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불법 어로와의 전쟁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최근 '신병기'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바로 구글의 인공지능(AI)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구글이 세운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어업 감시(Global Fishing Watch)'에 자국의 '운항 선박 위치 추적 시스템(VMS)'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VMS는 각 선박에 의무적으로 장착된 신호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종합해 바다에 있는 자국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구글 AI는 인도네시아가 제공한 VMS 정보와 대형 선박에 설치되는 자동식별장치(AIS)에서 나오는 위치 정보, 인공위성 사진을 실시간으로 조합해 인도네시아 주변 바다에 있는 배의 위치와 항적(航跡)을 세계 지도 위에 표시해준다. 이 정보는 인터넷의 글로벌 어업 감시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인공지능은 각 배의 운항 패턴을 분석해 배가 바다를 정상적으로 지나고 있는지, 아니면 어장을 맴돌며 불법 어로를 하고 있는지를 구분해낸다. 예를 들어 외국 냉동선이 인도네시아 EEZ 바로 바깥에 정박한 상태에서 인도네시아 어선들을 동원해 물고기를 잡아들이고 있다면 감시 시스템의 인공지능은 인도네시아 어선들이 바다 위 특정 지점을 오가는 것을 파악해 불법 어로라고 판단하는 식이다. 불법 어선이 위치 신호기를 중간에 꺼서 위치를 숨기려 하면 관계자는 이를 수상한 행동으로 간주하고 해당 어선을 추적할 수 있다.
 
구글 인공지능을 활용한 불법 어로 선박 단속은 주변국과의 마찰 가능성도 줄였다. 외국 불법 어선을 나포해 폭파할 때는 갈등이 많았다. 중국 정부는 "사건 해역은 중국 어민의 전통적인 어장"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불법 어선 단속에 큰 만족감을 표시한다. 지난달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근 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외국 선박 수는 2014년에 비해 90% 이상 감소했고, 정상 조업하는 인도네시아 어선이 올린 어획량은 25% 늘었다. 수시 푸지아 스투티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 장관은 "그들(외국 어선들)이 우리 물건을 훔쳐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구글의 감시 시스템으로 알 수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인도네시아처럼 VMS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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