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보수화 되는 인도네시아, 당 지지 위해 최측근 버린 조코위의 선택 정치 편집부 2017-07-1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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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갈수록 보수화하는 인도네시아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을 했다. 바로 최측근이었던 바수키 푸르나마(아혹)의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패배 이후 당내 보수파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지난 4월 있었던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아혹 당시 자카르타 주지사는 재선에 실패했다.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려 재판 진행 중이던 그는 주지사 선거 패배 이후인 지난 5월 9일 북부 자카르타 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아혹 주지사는 항소를 포기했으며 결국 동부 자카르타 치피낭 교도소에 수감됐다.
아혹의 수감 이후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을 일개 수라카르타시 시장에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려준 ‘개혁주의자’의 이미지를 버리고 경원시하던 당내 보수파 실세들과 결탁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자카르타의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앤드류 맨텅 연구원은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변화한 민심에 인도네시아가 인질이 잡혔다”면서 “이로 인해 조코위 대통령은 전통적 당의 지지 기반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혹 주지사는 조코위 대통령의 가장 핵심적인 최측근이던 인물이었다. 조코위와 아혹은 4년 이상을 함께 짝을 이뤄왔는데, 조코위 대통령이 자카르타 주지사이던 시절 아혹은 부지사를 맡아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개혁 과제를 수행했다. 조코위가 온건하게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혹이 공격적으로 접근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이를 통해 이 둘은 빈민층을 위한 무료 의료서비스와 무료 교육 등을 도입하고 지난 3년간 지지부진하던 도시철도(MRT)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자카르타 MRT는 오는 2019년 완공 후 운영이 시작된다.
이후 개혁적·서민적 풍모로 인기를 얻은 조코위는 제 7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아혹은 조코위의 자카르타 주지사 자리를 이어받았다. 대통령이 된 조코위는 휘발유·경유 등에 지급되던 연료보조금을 삭감하고 예산 절감해 공항·항만 등 인프라 건설에 나설 것과 정치적 뒷거래 중단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경찰청장 후보로 3성 장군 출신의 부디 구나완을 지명하면서부터 조코위 대통령의 개혁적 이미지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기관 부패척결위원회(KPK)가 구나완이 수뢰 혐의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경고했음에도 그를 경찰청장 후보로 지목한 것은 조코위 대통령 소속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총재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조코위 대통령은 구나완의 경찰청장 지명을 뒤늦게 철회했지만 이미 이로 인한 KPK와 경찰 간 알력 다툼이 발생한 뒤였다.
조코위의 내각은 투쟁민주당의 당내 실세들과 수하르토 전 대통령 시절 장군들로 채워졌다. 1999년 동티모르에서 양민을 학살한 혐의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 인물인 위란토 전 인도네시아 참모총장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 자리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육군 특수부대를 이끌던 4성 장군 출신인 루훗 판자이탄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톳 누르만티요 육군참모총장을 육·해·공군을 아우르는 인도네시아통합군(TNI)의 차기 사령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권력 기반이 취약한 조코위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육군 출신과 결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육군 세력은 아혹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혹의 신성모독 논란이 발생했다. 작년 9월 27일 아혹 당시 주지사가 자카르타 인근 플라우 스리부 군 주민들과 대화하던 중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언급했다가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린 것. 무슬림 과격파 단체는 아혹 주지사가 코란을 부정했다며 자카르타 시내에서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아혹은 결국 주지사 재선에 실패했으며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정치적 동지를 버스에 깔리도록 내팽개쳤다고 비판이 나왔다.
갈수록 보수화되는 나라의 분위기도 조코위 대통령에겐 장애물이 된다. 인도네시아가 샤리아(엄격한 이슬람 율법)를 따르고 칼리프 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격 이슬람 단체인 ‘히즈부트 타흐리르’가 정치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갈수록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강경 이슬람 단체의 기세를 꺾기 위해 분투 중이다.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강경 이슬람 단체를 행정부가 불법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이전까지는 특정 단체를 불법 단체로 판단하기 위해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했으나 새롭게 제정된 법령에 따르면 정부가 법원 판결 없이도 특정 단체를 불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메가와티 총재에게 강경 이슬람 단체를 억제하는 태스크포스(TF) 팀장 역할을 맡겼다.
조코위는 또한 뇌물 수뢰 혐의로 곤란에 처한 골카르당 소속 세티아 노반토 하원 의장의 KPK 수사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KPK는 5조 9000억 루피아(약 5000억 원)가 투입된 전자신분증 도입 사업 과정에서 2조 3000억 루피아(약 2000억 원)가 유용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세트야 노반토 하원의장을 비롯 여야 정치인 37명이 이 비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KPK가 출국 금지 조치에 나서자 하원이 이에 반발해 KPK의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알력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이에 대해 SCMP는 조코위의 침묵은 의회 내 골카르 당의 지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코위 대통령의 행보는 결국 인도네시아의 보수화를 부추기고 소수자의 인권을 저해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AFP 통신은 인도네시아에서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에 대한 박해가 본격화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에는 자카르타에서 ‘게이 파티’에 참석했다는 혐의로 동성애자 141명이 무더기로 검거되는가 하면 아체주(州)에서 동성애를 이유로 두 남성이 공개 태형을 당했다.
맨텅 연구원은 이에 대해 “(조코위의) 전략은 (국민들의) 이슬람적 정체성과 정치적 정당 간의 연결을 방해할 뿐”이라며 “결국 사람들의 자유를 그 댓가로 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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