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신성모독죄' 인니 주지사, 항소 철회…"사회적 갈등 우려" 정치 편집부 2017-05-2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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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독 혐의로 2년형을 받은 바수키 티아하자 푸르나마(아혹) 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주지사가 항소를 철회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아혹 전 주지사 측 변호인단은 이날 "사건이 너무 정치화 돼 오히려 형량이 늘어날 수 있고, 아혹 지지파와 반대파 간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어떤 압력을 받은 것은 아니고 아혹이 원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계 기독교도 아혹은 지난해 연설 중 코란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2년형을 받고 구속됐다. 인구의 85%가 무슬림인 최대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온건한 성향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던 인도네시아에서 강경파 무슬림의 영향력이 강해진 것에 따른 판결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부인 베로니카 탄이 대독한 아혹의 성명서에 따르면 그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국가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아혹은 항소를 철회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지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과 막역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171개 시의 지방선거, 2019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정치평론가 에펜디 가잘리 인도네시아대학 교수는 "이번 일이 궁극적으로 아혹에게 인도네시아 초기 민주주의의 아이콘으로서 경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종교로 인한 국가적 분열에 직면해 있다"며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의 판세가 내년 171개 지방선거에서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혹의 신성모독 혐의를 두고 이슬람 강경파의 거센 시위가 이어졌고 최근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도 쟁점이 됐다. 50년 만의 첫 비 무슬림 자카르타 주지사였던 아혹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켰지만 결국 결선 투표에서 패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강경 이슬람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의 배타주의를 우려하며 아혹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온라인 등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모토인 '다양성 안에서의 조화(Unity in Diversity)'를 주제로 인종과 종교적 관용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야소나 라올리 인도네시아 법무인권장관은 앞서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신성모독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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