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투쟁민주당, 폐쇄형 비례대표제로 회귀 요구… 거부하는 나머지 정당들 정치 최고관리자 2023-01-0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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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7일 시민들이 자카르타 투표소에서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 하원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뽑기 위해 투표하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현재 인도네시아는 한 지역에서 복수의 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개방형 비례선거제’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선거제도 아래에서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에 출마한 각 당 후보들의 명단을 보고 프로필과 역량을 가늠해 표를 던지므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후보들과 정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
이 제도 아래에서 각 정당이 한 지역에 복수의 후보를 내므로 한 당에서 두 명 이상 당선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여러 정당이 득표율에 따라 해당 지역 의석을 나누어 갖게 되므로 민의를 좀 더 세밀하게 반영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국 득표율 4%를 넘지 못하는 정당은 원내 진출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 투쟁민주당(PDI-P)이 2024년 총선부터 이를 폐기하고 수하르또 시절에 채용했던 과거 선거제도로 회귀하려는 시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 여야 가릴 것 없이 원내 다른 모든 정당들이 이를 반대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했다고 4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집권당인 투쟁민주당은 2017년 총선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이의 청원을 넣고 부활시키려는 과거 제도는 ‘폐쇄형 비례대표제’다.
폐쇄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들이 자기 지역에 출마한 후보 개인이 아니라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이며 각 당은 그렇게 얻은 전국 득표율에 따라 상응하는 숫자의 의석을 배정받게 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투표 당일까지도 자신이 투표할 당이 어떤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세울 지 알 수 없기 쉽고 득표율에 따라 할당된 의석에 앉힐 의원들을 지명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각 당이 갖게 된다.
즉 유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했지만 전혀 원치 않았던 인물이 그 당 유니폼을 입고 국회에 입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3일(수) 원내 대부분의 정당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현재의 개방형 비례선거제가 계속 유지해야 할 ‘우리 민주주의의 진보적이고 개성적인 모습’이라며 이를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성명에 서명한 정당들을 친정부측 골까당, 그린드라당, 나스뎀당, 국민각성당(PKB), 국민수권당(PAN), 통합개발당(PPP)과 야권의 민주당과 복지정의당(PKS) 등 원내 9개 정당 중 투쟁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정당을 모두 망라했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개방형 비례대표제가 ‘국민과 그들의 대표 사이에 필수적인 긴밀한 유대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정당들의 노력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제도’라고 정의했다.
이들 8개 정당은 헌법재판소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발전 과정 수호에 동참해 줄 것과,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되어 왔던 폐쇄형 비례대표제를 중단시키고 마침내 각 정당 의원 후보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개방형 비례대표제로 개선한 2008년의 결정을 일관성 있게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2024년 차기 총선 일정이 잡혀 있는 인도네시아가 개방형 비례대표제 선거를 처음 실시한 것은 2009년의 일로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여 각 정당들이 내놓은 후보들을 평가하고 선출하는 유권자들의 권리를 크게 증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투쟁민주당은 다른 정당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오랫동안 폐쇄형 비례대표제로의 복귀를 추구해왔다. 개방형 비례대표제 아래에서 매표 행위가 성행하고 선거에서 정당보다 개인이 더 부각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하스또 크리스티얀또 투쟁민주당 사무국장은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총재가 이끄는 투쟁민주당이 단순히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라 국민들의 열망을 위해 싸우기 위해 정치를 쇄신하고 민중을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투쟁민주당이 헌재에 넣은 이의청원의 청구인들 중엔 투쟁민주당 쁘로볼링고 지부 당원 드마스 브리안 위짝소노(Demas Brian Wicaksono)와 자신이 나스뎀당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유워노 삔따디(Yuwono Pintadi)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유워노는 2019년 당적 유효기간이 끝난 후 갱신하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나스뎀당 당원권을 상실한 상태다.
선거 감사단체들과 전문가들 역시 국민주권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로 폐쇄형 비례대표제로의 복귀에 반대하며 헌재가 투쟁민주당의 청원을 기각해줄 것을 요구했다.
선거민주주의협회(Perludem)의 띠띠 앙그라이니(Titi Anggraini)는 어떤 선거제도를 채용할 것인지에 대해 민중의 대표로서 반드시 의결과정에 참여해야 마땅한 국회의원들 전체의 총의를 모아 결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판결을 통해 선거제도 방식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연구개혁기구(BRIN)의 정치부문 선임연구원 피르만 누르(Firman Noor)는 폐쇄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게 되면 전국적 차원 또는 지방 차원 어느 쪽에서도 국회나 지방 자치단체 의회 구성에 유권자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어 당권을 쥐고 있거나 그 근처에 포진한 정치 엘리트들만 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한 줌도 안 되는 강력한 정치권 엘리트들의 손에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피르만은 개방형 비례대표제를 사용하는 지금도 엘리트들의 입김이 곳곳에서 감지되는데 폐쇄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갈 경우 그들만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분명히 했다.
폐쇄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진 것은 2022년 12월 29일 하심 아샤리(Hasyim Asy’ari) 선관위원장이 예전 선거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란 뉘앙스를 풍기면서부터다.
그는 의원 후보들이 사전 선거운동을 하거나 도로변에 자신의 광고판을 세우는 것을 자제하라고 촉구하면서 ‘폐쇄형 비례대표제에선 투표용지에 후보들 개인의 이름이 찍히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 것이 발단이 되었다.
하심 위원장은 당초 비용이 적게 들고 투표용지
제작이 간단하다는 이유로 폐쇄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았지만 최근엔 자신의 초기 발언이 맥락을 벗어난 것이라며 허겁지겁 다시 주워담았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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