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투쟁민주당 메가와띠 총재의 창당 50주년 기념 연설…여성과 자신의 성공담 정치 편집부 2023-01-1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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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출처= 투쟁민주당(PDI-P) 서부자바 지부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집권 여당 투쟁민주당(PDI-P) 총재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가 자기 자신을 ‘미래형 리더’라고 자화자찬하며 남성과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성도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13일자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이 발언에 대해 메가와띠가 자신의 딸이자 후계자인 뿌안 마하라니의 대선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전제를 깔아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분분하다.
7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을 철권통치하고 있는 여제 메가와띠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간 외부 노출이 드물었는데 지난 1월 10일(화) 창당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수천 명의 당원들 앞에 나서 친근한 어조로 인도네시아 첫 여성 대통령이 되었던 자신의 성공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연설을 할 때 자바식 농담과 신랄한 풍자를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메가와띠는 2023년에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어떤 미래 지도자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안 보이세요? 내가 바로 당신 눈 앞에 있잖아요?’ 당신들의 어머니인 내가 영리하고 아름답고 카리스마 넘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나요? 나 말고 누굴 더 원한단 말입니까?” 메가와띠는 아무 거리낌없이 이렇게 자화자찬 하며 2024년 대선 후보들이 자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가와띠는 이날 투쟁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발표될 것을 기대한 이들의 애를 태웠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박수를 쳐도 내가 오늘 대선 후보를 발표하진 않을 겁니다.” 그녀의 이 발언은 더욱 열광적인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녀가 마음에 둔 투쟁민주당의 2024 대선 후보가 누구인지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그녀의 연설을 통해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녀는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것이 오직 자신만이 가진 특권이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 역시 자신이 지명한 인물이므로 정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 투쟁민주당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은 메가와띠 자신의 공이란 뜻이다.
빠라마디나 대학교 정치학교수 아흐맛 코이룰 우맘(Ahmad Khoirul Umam)은 당 대선 후보들의 대모를 자처하는 메가와띠가 자신의 연설 상당 부분을 여성 이슈에 할애하면서 다음 대통령은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투쟁민주당이 그녀의 장녀 뿌안 마하라니를 2024 대선 후보로 지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메가와띠는 당 외부의 정치적 움직임이나 조코위 대통령 지지 세력, 여론조사 결과, 유력 잠재 대통령 후보들을 통해 투쟁민주당 당내 결정에 영향을 끼치려는 다른 정당들의 영향을 받거나 마지못해 결정을 바꾸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여성의 관점
두 시간씩이나 계속된 메가와띠의 연설은 대체로 권위있는 위치에 선 여성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녀는 여성 역할에 대한 남성들의 전통적 관점을 대체로 옹호하면서도 스스로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왜 인도네시아에 여성 정치인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여성들이 가사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입법부와 행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숫자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수상, 독일 알겔라 마르켈 전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옛날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들을 포함한 역사상 이름을 떨친 여성들을 열거하면서 여성들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성 못지 않은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쩨 지방 첫 술탄의 딸로 16세기 말-17세기 초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함대 사령관이 된 말라하야띠(Malahayati) 제독의 이름을 딴 병원선 진수식을 발표한 것은 여성 역할을 강조한 메가와띠의 연설에 방점을 찍는 상징적인 부분이었다.
그녀는 최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국인 전체의 어머니를 자처한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추모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습니다. 이제 그녀가 서거하고 새 국왕이 들어서자 영국인들은 군주제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마치 여왕 재임 기간 영국에서 군주제에 대한 어떠한 반대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친 일반화를 시도했다.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수까르노의 장녀 메가와띠는 그녀가 제5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은 물론 퇴임 후에도 여성의 정치적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해 왔고 렛노 LP 마르수디(Retno LP Marsudi)를 인도네시아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으로 지명하도록 제안한 것도 그녀였다.
인도네시아는 10여년 전 선거에 나서는 모든 정당들이 국회의원 또는 지방정부의회 의원 후보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하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국회의 575개 의석 중 여성이 차지한 비중은 20.8%에 불과하다. 이는 국민들의 여성의원 선호도가 떨어지거나 현재의 개방형 비례대표제(중대선거구제도)에서 여성후보들이 받은 비례 순번이 상대적으로 뒤쪽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여성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뿌안의 경쟁력
현직 국회의장인 뿌안은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얼굴을 담은 빌보드 간판을 전국에 세우고 정치 캠페인 포스터를 뿌리는 등 2024 대선에 출마할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정치연구센터(Puskapol UI)의 정치연구원 후리야(Hurriyah)는 정치권에 여성지도자들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뿌안이 여성표를 끌어올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 주류 정치권에서 양성평등은 그리 인기있는 주제가 아닌 데다가 뿌안의 존재 자체가 메가와띠의 정치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메가와띠의 이번 연설은 자신의 딸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언젠가 뿌안이 인도네시아 최대 정당인 투쟁민주당을 어머니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아 더 많은 것을 이루어야 함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사이풀 무자니 연구컨설팅(SMRC)의 시로주딘 압바스(Sirojudin Abbas)는 국가적 차원의 리더십을 다투는 자리에 나설 경쟁력이 아직 충분치 않은 딸 뿌안에게, 메가와띠가 당내에서는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격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메가와띠가 굳이 투쟁민주당(PDI-P)과 인도네시아 국민당(PNI), 그리고 수까르노와 메가와띠 자신의 역사적 관계성을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그녀가 미래의 투쟁민주당 리더십에 이러한 이념적, 생물학적 연관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가와띠가 해당 연설을 통해 두 명의 손녀를 포함한 손주들의 정계 문을 환영한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투쟁민주당에 대한 수까르노 가문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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