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형선고 이면의 불법행위와 고문... 인권단체들 "사형 완전 폐지" 요구 사회∙종교 편집부 2023-10-1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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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출신 유스만 뜰라우바누아(Yusman Telaumbanua)가 2023년 10월 6일 인권 단체 콘트라에스(KontraS)와 함께 자카르타포스트를 방문해 사형제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스만은 2013년, 아직 16세 때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경찰이 그의 나이를 조작해 사형선고를 받도록 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사진=자카르타포스트/Radhiyya Indra)
북부 수마뜨라 니아스섬 출신인 유스만 뜰라우바누아는 고향 방언에만 익숙해 표준 인도네시아어를 거의 하지 못하던 2013년 15살 때 자신이 하지도 않은 범죄를 인정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는 지난 10월 6일 자카르타포스트와 인터뷰를 하면서 당시 수사과정에서 경찰에게 모진 매를 맞았고 판사가 뭐라고 묻든 다 맞다고 대답하면 빨리 풀려나게 해주겠다는 회유를 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12년에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계획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고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이는 경찰이 당시 미성년이던 그의 나이를 세 살 더 많게 조작해 성인으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유스만의 경우는 인도네시아 인권단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수많은 유사 사례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들은 10월 10일 세계 사형선고 반대의 날에 즈음해 인도네시아 사형제도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유스만이 겪은 일을 그 이유의 하나로 제시했다.
지난 2022년 12월,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에게 일단 10년간의 유예기간을 자동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된 형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사형제도 정책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그 기간 동안 사형수가 좋은 행실을 보이면 감형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유예기간 동안의 사형수 행실을 평가하여 종신형 또는 20년 징역형 등으로 감형해 줄 길이 합법적으로 열린 것이다. 해당 규정은 2026년부터 발효된다.
하지만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지부(AII)나 실종및폭력피해자위원회(KontraS) 같은 인권단체들은 여전히 그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콘트라에스(KontraS)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 사이 인도네시아 사형선고에 대한 2023년 보고서를 지난 10일(화) 배포했다. 해당 기간 중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나온 사형선고는 총 27건인데 이중 18건은 마약관련 범죄, 일곱 건은 계획 살인, 나머지 두 건은 성폭력범죄 관련이었다. 이는 2021-2022년 같은 기간의 사형선고 31건에 비해 소폭 줄어든 수치다.
학대와 고문
콘트라에스는 법집행 기관과 판사들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한 피고가 극형 선고를 받아 더욱 큰 고통 속에 빠진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사형수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감안한다면 가해자가 응분의 고통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도 정의로운 것이다. 그러나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유스만의 경우 2012년 그가 일하던 농장의 주인이 사망한 장소에 그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체포됐다. 현지 경찰이 나중에 그의 범행 증거라며 칼 한 자루를 가져왔는데 거기엔 그와 그의 매형의 지문이 찍혀 있었다. 그 칼을 습득하기까지 수사 과정이 어떠했는지, 조작이나 위협은 없었는지 전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콘트라에스 코디네이터 디마스 바구스 아리야는 탄식했다.
경찰은 유스만의 생일을 1996년에서 1993년으로 고쳐 나이를 조작했고 유스만을 도와야 할 변호인은 오히려 판사에게 유스만에게 종신형 대신 사형을 언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조차 경찰과 한 통속이었던 것이다.
사형선고가 확정된 사형수들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사형집행일을 기다리며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유스만은 다른 다섯 명의 사형수와 한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2014년 그들 다섯 명이 모두 사형장으로 끌려간 후 그는 일주일 내내 잠들지 못하며 공포 속에서 지냈다고 한다.
유스만이 사형수 생활에서 벗어난 것은 야손나 라올리 법무장관이 2014년 누사깜방안 교도소를 방문해 그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음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3년을 교도소에서 더 기다린 끝에 2017년에 마침내 석방됐다.
인도네시아에는 잘 정리된 사형수 인권침해 사건 기록들이 있는데 2000년 자이날 아비딘 사건, 2005년 파키스탄인 줄피카르 알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모두 마약 사범으로 체포됐었다.
인권감시단체 임파시알(Imparsial)에 따르면 자이날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아무런 법적 도움도 받지 못했고 임의 구금기간 동안 극심한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에 사형이 집행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편 줄피카르는 경찰이 그를 죽일 듯 구타하며 조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가 별다른 통역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은 굳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는 결국 병에 걸려 병원에서 사망해 2018년 서부자바 보고르 지역에 매장됐다. 그가 고문 후유증으로 병을 얻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줄피카르는 원래 2016년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으나 파키스탄 정부가 이에 개입해 사형집행 직전에 처형이 미루어졌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의 논리는 당초 마약이 줄피카르의 것이었다고 증언한 핵심 증인이 해당 증언을 철회해 결과적으로 줄피카르의 결백을 밝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줄피카르는 끝내 자유를 되찾지 못한 상태로 숨을 거뒀다.
성차별
국가여성폭력위원회(Komnas Perempuan)는 인도네시아 전역의 여성 전용 교도소들을 방문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조사 과정은 물론 수감 중에도 쉽게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전국 8개 여성전용 교도소에는 12명의 여성 사형수들이 처형일을 기다리며 수감되어 있다.그들이 지은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그들의 가정 상황이나 성장 배경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고 어떤 구조적 이슈가 그들의 범죄 행위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여성폭력위원회의 띠아스리 위안다니 위원은 대개의 여성 사형수들이 인신매매의 피해자이거나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다.
다음 단계
통과된 형법 개정안은 일단 인도네시아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 놓았지만 여전히 인권단체들은 사형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12개국이 형벌로서의 사형을 완전히 폐지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는 55개국 중 하나로 남았다.
콘트라에스는 예의 보고서에서 형법개정안 통과 전에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들에게도 10년의 유예기간이 소급해 주어져야 하며 그보다 앞서 사형수들의 신체적 정신적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의 소수자들을 처벌할 때 사형선고가 더 쉽게 내려진다고 평가하고 있는 국가여성폭력위원회의 입장도 콘트라에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띠아스리 위원은 해당 형법개정안이 2026년 발효되기 앞서 정부가 현재의 사형수 전원을 우선적으로 감형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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