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대통령 아들 대선판에 끌어올린 헌재, 시험대에 오른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 정치∙사회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치∙사회 인니 대통령 아들 대선판에 끌어올린 헌재, 시험대에 오른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정치 편집부 2023-10-18 목록

본문

수천 명의 학생들이 인도네시아 법전 및 부패방지법 개정을 취소할 것을 촉구하며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하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2019.9.23(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16일 같은 날 두 개의 상반된 판결을 내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온 대선후보 연령 하한선을 예외 없이 40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헌재가 40세 미만 후보자의 대선출마 자격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며 앞선 판결을 탄핵했다


결과적으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36세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 솔로 시장의 대선출마 가도 위에 견고히 닫혀 있던 관문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인도네시아연대당(PSI)이 내년 대선출마 연령 하한선을 40세에서 35세로 낮춰달라는 청원을 기각한 헌재가 같은 날 대학생 알마스 짜키비루(Almas Tsaqibbirru)의 유사한 헌법 청원을 인용한 것인데 해당 판결의 순서와 시차가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되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헌법 청원을 낸 알마스는 수라까르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자신이 수라까르따 시장(기브란)의 성공에 영감을 받아 자신도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며 해당 청원의 이유를 밝혔다. (‘수라까르따는 솔로시의 다른 이름역주)

 

투쟁민주당(PDIP) 소속 기브란 솔로 시장은 아직까지 대선 출마 의향을 분명히 밝힌 바는 없지만 이로써 조코위 대통령의 더 이상 은밀하지만은 않은 전폭적 후원을 받아 최근 조코위 지지세력인 쁘로조(Projo)의 공개 지지선언까지 얻어낸 2024 대선 유력한 대통령 후보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 겸 그린드라당 총재로서는 기브란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하지 않을 이유가 거의 없어진 것이다.

 

기왕에 조코위 지지자들을 확보했으니 외연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다른 부통령 러닝메이트를 영입하는 것이 2024 대선 필승을 위해 더 도움이 되었을 쁘라보워로서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든 것이다.

 

그간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의 고모부인 안와르 우스만 헌법재판소장이 편파 판정과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심리를 회피하고 물러나야 하며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왕조 건설에 사법부가 조력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해당 청원을 기각해야 한다는 비평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헌재의 이번 판결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1017일 자카르타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조코위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안와르 헌재소장이 해당 판결에 참여한 시점에서 현재가 해당 청원을 기각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애당초 없었다고 꼬집었다.

 

헌재 판결이 있기 몇 주 전 안와르 헌재소장이 중부자바에서의 한 공개강연에서 과거 예언자 무하마드가 16세 소년을 자신의 군대 사령관으로 임명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그의 생각을 일찌감치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지난 몇 주 동안 기브란이 손쉽게 대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길을 평탄하게 만드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현 정부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각 정당들이 기브란의 부통령 출마에 지지의사를 표했고 쁘라보워와 그린드라당 당원들도 기브란을 극찬하며 대선 승리를 위한 골든 티켓이자 대통령의 승인 도장이라고 평했다.

 

지난 주말 방대한 조직을 가진 조코위 지지세력 쁘로조(Projo)가 쁘라보워를 지지한 것 역시 자신들 지지의 대가로 기브란을 러닝메이트로 결정하라는 무언의 압박에 다름 아니다.

 

17일자 자카르타포스트 사설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헌재 판결이 특정 후보, 즉 기브란이 정치적 우의를 점할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안배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정인의 나이, 성별, 신앙, 정치적 성향, 경험 등이 차별로 작동해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 공직 출마 연령 하한선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헌재의 1016일 판결은 그러한 평등원칙을 내세우면서 결과적으로 다른 후보자들이 공평하게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을 박탈한 셈이다.

 

결국 이번 헌재 판결은 내년 선거의 신뢰성에 흠집을 남겼고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에도 어둡고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번 헌재 판결은 기브란에게 대선판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을 뿐 아니라 이후 정치 지도자들이 특정인, 특정 집단에게 유리한 법원의 결정을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이른바 합법적 권위주의로 가는 길을 동시에 열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내며 반대한 살디 이스라 판사는 헌재가 당면한 정치적 요구에 굴복해 차별적이고도 비일관적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며 사법부의 미래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자카르타포스트는 내년 선거의 무결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번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코위 대통령이 기브란의 출마를 자제시키는 마지막 선택지가 아직 남아 있다며 사설을 마무리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