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쁘라보워의 기브란 러닝메이트 지명, ‘정치왕조 거래’ 정치 편집부 2023-10-2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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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보워 수비안또(왼쪽)와 그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기브란 라까 부밍라까 솔로 시장 (위키피디아)
유력 대통령 후보인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는 지난 몇 주간 숙고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결국 조코 위도도 현직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까 부밍라까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해 세간의 추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기브란은 한때 자기 아버지가 역임했던 수라까르따(솔로)시장을 2020년부터 지내고 있다.
쁘라보워는 지난 22일(일) 밤 자신을 지지하는 여덟 개 정당 지도자들과 숙의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브란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에 선진인도네시아연합(KIM) 소속 모든 정당들이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발표 현장에 정작 기브란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코위 대통령은 그날 오전 동부자바 수라바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자신의 아들이 쁘라보워와 짝을 이뤄 대선에 나가는 것을 축복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대선 출마 후보들의 연령 하한선을 폐지하는 논란의 판결이 낸 후 기브란의 법적 장벽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은 개별 정당들의 대소사에 간섭할 의사가 없으며 기브란은 성인이므로 자기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정당 또는 정당연합의 일이지 대통령과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자식이 이루려는 목표를 긍정하고 기도해 주는 건 부모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기브란이 쁘라보워의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처음 나돌던 시절부터 그간 조코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해왔던 진영에서도 대통령이 또 하나의 정치왕조를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직 대통령의 공공연한 전폭적 지원을 받는 쁘라보워-기브란 대선팀은 이제 지난 20년간 조코위의 정치적 버팀목이 되었던 투쟁민주당(PDIP)의 대선후보 간자르 쁘라노워-마흐푸드MD 팀과 2024 대선에서 맞붙게 된다.
공고한 지지
일요일 쁘라보워의 발표가 있기 전 기브란은 주말 내내 쁘라보워를 지지하는 정당의 주요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회합을 가졌는데 일각에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러닝메이트 지명을 기정사실화하여 쁘라보워를 압박하려는 행보로도 보였으나 쁘라보워와의 사전 교감을 바탕으로 지명 발표 전 쁘라보워 진영의 입장을 통합하기 위해 기브란이 최선을 다한 것이라 보는 해석이 일단 지배적이다.
기브란은 지난 21일(토) 골까르당을 만났다. 그와 회합을 끝내고 나온 아이를랑가 하르따르또 골까르 당대표는 국가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기브란이 2024 대선을 크게 이기도록 도울 것이라고 추켜세우며 당 차원에서 기브란을 쁘라보워 국방장관의 러닝메이트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기브란은 별과 초승달의 당(PBB) 유스릴 이자 마헨드라 당대표, 국민수권당(PAN)의 줄키플리 하산 당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일요일 오전에 아구스 하리무르띠 유도요노 민주당 당대표의 남부 자카르타 소재 사저도 방문했다. 그러나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투쟁민주당 탈당 전망
기브란은 아직 투쟁민주당의 지역위원장이자 간자르 캠프의 일원으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이상 투쟁민주당과의 결별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브란은 지난 20일(금) 메가와띠 총재의 딸이자 투쟁민주당 간부인 뿌안 마하라니를 먼저 만났다. 기브란의 대선 출마와 탈당이 예견되던 시점이었으므로 뿌안이 이를 막기 위해 기브란에게 당의 청년 전위대 인도네시아 청년개혁국(AMPI)이나 당 간부직을 제의할 것이란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기브란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토요일까지 침묵을 지켰고 뿌안은 기브란의 투쟁민주당 당적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쁘라보워는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25일(수) 기브란과 함께 선관위에 출석해 후보등록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세간의 예측 대로 내년 대선은 삼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의견 불일치?
비록 쁘라보워가 기브란 지명에 8개 정당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발표했지만 국민수권당은 원래 조코위 대통령 대선 승리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에릭 또히르 국영기업부 장관을 쁘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추천하려 했고 민주당은 코피파 인다르 빠라완사 동부자바 주지사를 밀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수권당 간부 살레 빠르따오난 다울라이는 모든 당대표들이 러닝메이트 지명에 이미 만장일치로 동의한 마당에 이전에 있었던 각 후보에 대한 호불호 논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고위 정치인 안디 아리프도 쁘라보워가 결과적으로 누굴 러닝메이트로 결정하든 쁘라보워에 대한 지지를 결코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간 오가는 일반인들의 대화는 기브란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그의 동생이자 정치 신인 까에상 빵아렙이 인도네시아연대당(PSI) 입당 이틀 만에 당권을 접수해 당대표에 오르고 매형인 보비 나수띠온이 북부 수마뜨라의 대도시 메단 시장을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수라까르따 시장인 기브란이 연령 제한이란 법적 장애물을 고모부인 안와르 우스만 헌재소장의 도움으로 무력화시키면서 누가 봐도 무리하게 부통령직을 노리는 것이 권력에 눈이 멀어 조코위 정치왕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게 온라인에서의 여론 기조다.
정치분석가 자야디 하난은 쁘라보워가 부통령 지지율이 획기적으로 높은 에릭 또히르를 제쳐 놓고 기브란을 선택한 것을 정치적 도박이라 평했다. 온라인 여론 기조에서도 읽히듯 대중들이 기브란에게 보내는 부통령 지지율은 에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쁘라보워의 대선 승리에 에릭만큼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브란을 선택한 결정은 결국 쁘라보워를 투쟁민주당과 파국적인 정면충돌 궤도에 들어서게 했다.
뿐만 아니라 기브란을 선택함으로써 쁘라보워는 인도네시아 최대 무슬림 단체인 나들라룰울라마(NU)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마흐푸드MD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과 무하이민 이스깐다르 국민각성당(PKB) 당대표를 각각 러닝메이트로 영입한 간자르와 아니스 바스웨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슬림 표를 많이 얻지 못할 위험에 처했다.
NU는 역대 선거에서 그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수차례 증명한 바 있다. 결국 쁘라보워는 기브란을 선택해 현직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을 얻는 대신 여러 전략적 불이익을 감수하게 된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서베이인스티튜트(LSI) 여론조사에 따르면 쁘라보워가 기브란과 짝을 지을 경우 당선가능성은 35.9%로 간자르-마흐푸드 팀의 26.1%, 아니스-무하이민 팀의 19.6%를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그런데 쁘라보워가 에릭 또히르를 러닝메이트로 했을 경우엔 그보다 높은 39%의 당선가능성을 보였다. 이 경우 간자르-마흐푸드와 아니스-무하이민의 당선가능성은 각각 27%와 19%로 나타났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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