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니켈 제련소 폭발사고로 사업장 안전문제 우려 고조 사건∙사고 편집부 2023-12-2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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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술라웨시의 북부 꼬나웨 소재 대형 니켈 제련소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인더스트리얼 파크(Indonesia Morowali Industrial Park) 전경. 2023.5.14 (사진=AFP/Riza Salman)
성탄절 주말에 중부 술라웨시 모로왈리의 니켈 제련소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작업장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졌다. 사고가 발생한 제련소는 중국자본이 투입된 곳이다. 최근 크게 늘어난 인도네시아-중국간의 협력 사업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치명적 사고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인더스트리얼 파크(IMIP) 산업공단 대변인은, 24일 인도네시아 칭산스테인레스 스틸(PT Indonesia Tsingshan Stainless Steel – 이하 ITSS) 소유의 제련소 용광로 폭발사고로 최소 10명의 인도네시아인과 8명의 중국인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사망자 숫자는 곧 19명으로 늘어났다.
ITSS는 IMIP 공단의 입주기업 중 하나이지만 모기업인 중국의 칭산 홀딩 그룹(Tsingshan Holding Group)과 인도네시아 최대 광산기업인 빈땅 들라빤 그룹(Bintang Delapan Group)이 전세계 니켈 제련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IMIP 공단 자체를 공동소유하고 있다.
IMIP 공단은 명실공히 인도네시아 니켈 광석 가공의 허브로 중국 자본으로 개발되었고 여기서 제련되어 순도가 높아진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레스강을 만드는 핵심 재료로 사용된다.
사고는 지난 24일 새벽 근로자들이 플레이트를 설치하고 용광로 수리를 하던 중 폭발로 발생했다.용광로 바닥의 잔류 슬래그가 현장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가연성 물질을 만나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조사반은 첫 폭발이 용광로 수리를 위해 가져다 놓은 여러 개의 용접 및 절단용 산소통의 연쇄 폭발을 유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IMIP 대변인 데디 꾸르니아완은 26일 성명을 통해 24일 오전 9시 10분경 화재가 진압되었고 ITSS가 해당 사고의 발생 이전부터 사업장 안전규정을 줄곧 시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라는 뉘앙스가 행간에 깔렸다.
해당 사건의 합동 포렌식 수사팀을 이끄는 중부 술라웨시 지방경찰청장 아구스 누그로호 치안감은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사업장 유닛의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25일 말했다.
산업부와 노동부는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해당 제련소에 사업장 안전규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25일 조사팀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 닝은 25일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주인도네시아 중국 대사관이 위기대응 매커니즘을 가동하고 해당 사건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인도네시아 측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
니켈 제련의 메카로 통하는 술라웨시에서 니켈 제련소 직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인도네시아 구앙칭 니켈 스테인레스 인더스트리(PT Indonesia Guang Ching Nickel and Stainless Industry - 이하 IGCNSI)에서 두 명의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폐기물 덤핑 장비가 고장나면서 고열의 니켈 폐기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벌어졌다.
그보다 두 달 전에는 IMIP 공단에서 근무하던 세 명의 중국인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Komnas HAM)에 청원을 넣는 일도 있었다. 중국 본토에서 와 인도네시아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받던 중국인들조차 근무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이다.
북부 모로왈리의 건버스터 니켈 인더스트리(PT Gunbuster Nickel Industry – 이하 GNI)에서도 화재가 일어나 한 명이 죽고 여섯 명이 다쳤다. GNI 제련소 역시 중국 회사인 지앙수 델롱 니켈 인더스트리(Jiangsu Delong Nickel Industry Co. Ltd)가 2021년 완공해 운영하던 곳이다. 바로 그곳에서 올해 1월 현장안전과 급여 문제로 시작된 시위가 폭동으로 번져 인도네시아인 한 명과 중국인 한 명이 피살되는 사고도 벌어졌다.
2022년 12월 22일에는 또 다른 제련소 용광로가 폭발해 크레인을 운전하던 인도네시아 근로자 두 명이 사망했다.
아시아에서의 에너지전환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주목하고 있는 독립 시민사회단체 트렌드 아시아(Trend Asia)는 2015년에서 2022년 사이에 인도네시아 소재 니켈 제련소에서 40명의 인도네시아인과 13명의 중국인 등 모두 53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마까사르 법무지원재단(LBH Makassar)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니켈 제련소에서 19건의 인명사고가 벌어져 16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고들이 모두 중국기업이 건설해 운영하고 있는 니켈 제련소에서 벌어졌으므로 이들 사업장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트랜드 아시아 대변인 아르꼬 따리간(Arko Tarigan)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제련설비 안전상황에 대한 전수 조사를 촉구하면서 해당 조사가 단순히 작업환경에 대한 청취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들에 대한 회사의 처우 등 보다 구체적인 사안들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홀한 사업장 안전관리
인도네시아 정부가 가공되지 않은 니켈 원석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2020년 이후 중국기업들이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소를 지었다. 이는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다운스트림 산업을 강화하려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다운스트림 산업 확대를 뜻하는 ‘힐리리사시(Hilirisasi)’라는 단어는 지난 12월 22일 부통령 후보들의 대선 토론회 이후 선거 유행어가 되었다.
해당 토론회에서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는 자신이 내선 선거에서 당선되면 아버지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을 반드시 승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정부가 투자자들의 이해 보호에만 치우쳐 근로자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산업 전반에 걸친 전격적인 안전점검 실시를 촉구했다.
가자마다대학교(UGM)의 에너지 전문 이코노미스트 파미 라디(Fahmy Radhi)는 지난 일요일의 폭발사건 자체가 제련소 투자자들이 광산 안전표준을 무시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정부가 중국 투자자들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에게 안전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무관용 원칙을 견지하고 안전시스템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파 리서치 데이터베이스 인도네시아(Alpha Research Database Indonesia)의 광업 부문 연구원 페르디 하시만(Ferdy Hasiman)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당국이 사업장 안전감독 체계를 개선하고 니켈 제련소에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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